[Opinion]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 좋아해 보았다 [음악]

글 입력 2023.11.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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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에세이를 쓰면서 2023년 동안 내가 좋아한 게 뭐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아주 많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꾸준하고 빼곡하게 좋아한 것을 뽑으라고 하면 (가족이나 친구를 제외하고) 단연 하현상(과 그의 노래들)이라고 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좋아할 생각으로 좋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어쩌다 보니 좋아하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하현상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에, 하현상에 대해서 혼자서든 누군가와 같이든 많은 말이 하고 싶다. 언젠가 하현상을 소재로 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그가 내보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까 등을 고민하다가 역시 곡 이야기가 가장 좋겠다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하현상 노래는 좋은 게 참 많다. 그래서 최애곡이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유독 좋았던 곡, 많이 들었던 곡이 있다. 그것을 기반으로 내가 좋아하는 가사들을 조금씩 적으며 감상이나 해석을 주절주절 쏟아내 보겠다.

 

 


죽은 새


 

 

 

고통 없는 점심에는 더 배울 것들이 없어 

새장 속의 새는 싫어서

지금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바람 소리가

이제는 가야 할 때야


(…)


맞다 나는 방법을 잊어버렸나

라고 말하는 순간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나

나는 뭘 원했던가

 

 

하현상 아는 사람 중에 이 노래 별로라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마구 펼쳐낸 생각들은 재미있고, 어려운 고민 없이 내려가는 결정은 어쩐지 즐겁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이제 지루하기에, 엄청난 모험을 해 보겠다고 다짐하며 뛰어내렸다.

 

그런데 하늘을 멋지게 유영하기는커녕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한 채 바닥에 떨어졌다. 맞다, 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그렇다면 나의 다짐은, 나의 모험은 그저 무모하고 쓸모없어지는 것일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건 해 본 적도, 누가 알려 준 적도 없는데.


세상에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보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이미 많은 것이 흘러가 있다. 그때쯤이면 ‘나는 원했던가’하며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허망함.

 

사람의 일은 결국 선택과 한탄의 연속 같다. <죽은 새>는 가사 때문인지, 곡조 때문인지 듣고 있으면 어쩐지 헛헛한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이후에 발매된 <하루가>와 <소년의 방>과 연결되는 듯함을 느끼곤 한다.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언제쯤 괜찮아질 건지

모든 걸 알고 싶었어요

결국엔 이렇게 됐지만


이 하루가 날 다르게

이 하루가 날 갇히게

떠나지 않는 밤이 날 떠나가네요

 

<하루가>


 

겁이 없는 넌

떨어질 걸 알면서도 걷지

그게 부러웠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돼

 

<소년의 방>

 

 

<죽은 새>가 겁 없이 뛰어든 시기의 모습이면서 자조가 담겨 있다면 <하루가>는 시간이 흐른 뒤에 그때를 떠올리면서 동시에 무모함과 허무함에 빠져 있던 시기에서 조금씩 고개를 드는 과정 정도인 것이다. 변화해가는 과정이랄까. 그 안에는 잃어버리는 내가 있고, 나를 바라보는 내가 있고, 변화하고 싶은 내가 있고, 아직은 머물고 싶은 나(이대로 두고 싶은 나)도 있다.

 

<소년의 방>은 과거의 모습이 무모한 것도, 허망한 것도 아니었다는 걸 (나아가서는 무모하고 허망하더라도 괜찮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 아닐까 한다. 한편으로는 그 겁 없던 시절의 ‘나’가 그리워지기도, 부러워지기도 하면서.

 

어제 했던 생각이 어제는 정말 정답인 것 같은데, 오늘 보면 되게 별로일 때가 있다. 경계 없는 끝과 시작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그렇게 인생은 늘 소란하고 정신 없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거 아닐까.

 

 

 

파도


 


 

그대로 멈춰줘요

떠나지 않게 우리

어떤 말로도 그댈 설명할 수 없어요


사랑한단 말이에요

없으면 난 안 돼요

이대로 잠겨가도

후회하지 않아요

 

 

무엇이든 사랑이 하고 싶어지는 노래.

 

사랑과 파도는 닮은 점이 많다.

 

똑같이 오는 것 같지만 매번 다르다. 일순간 오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멈출 수 있지 않다. 모든 게 흘러간다. 바다의 일은 설명할 수도 없다.

 

파도도 사랑도 어느샌가 왔다가 또 어느샌가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 흔적은 영원하지 않지만 얼마든지 새겨질 수 있다. 때로 그것은 우리를 흠뻑 적셔 버리곤 하고, 또 때로는 차라리 잠겨 버리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형태의 파도와 사랑은 우리를 아프게 만들 수 있고, 또 어떤 형태의 파도와 사랑은 공허함을 만들 수 있다. 둘 다 찰나인 것 치고는 가져오고 가져가는 것이 많다. 파도와 사랑은 조절할 수 없다.


사랑만큼 강력한 게 있을까.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도, 하지 못할 것만 같은 것을 하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다. 잔잔하고 단조로워 편안하기만 했던 삶을 위협한대도, 어떻게는 불안정하게 만든대도 그게 사랑 때문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MAGIC(매직)


 

 

 

I feel the love 순간을 안고 있어

그 시절 속에 내가 더는 없대도 

마법에 머물길


I feel the love 끝없이 쏟아지는 

빗속을 헤매어도

괜찮을 만큼 

사랑에 빠지기를

 

 

이 글에 적은 곡 중에 (분위기를 기준으로) 가장 밝은 곡.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끝이 난다고. 그런데 이 노래 들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영원한 것도 있고, 설사 영원하지 않대도, 영원하다고 믿었던 것이 나를 배신한대도 이제 상관없다. 사랑하고 나면 영원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빠져들게 될 테니까. 그 사랑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언제나 네가 어디에 있든


 

 

 

번외로 적는 곡. 이 노래는 하현상이 작사, 작곡한 노래는 아니다. 그런데 곡의 분위기나 음색은 물론이고, 가사가 그에게 어울린다. 요즘은 이 노래에 빠져 있다.

 

'새들이 멀리 날으는 이유 다시 노래하기 위해', '난 소중한 사랑을 믿어', '꽃들이 잎을 떨구는 이유 다시 살아나기 위헤' 등의 가사가 특히 그렇다.

 

그가 음악을 하고 노래를 하면서 그것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여러 곳에서 사랑의 힘에 대해 말했던 것과, 최근 앨범을 내면서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잘 맞는다.

 

마무리하면서 하나 고백할 것이 있다. 정해진 최애곡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 <파랑 골목>을 그 무엇보다 가장 좋아한다. 좋아하는 만큼 아껴 듣기도, 반복재생을 하기도 한다. 생각을 비우고 들어도 좋고,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도 좋다.


이 곡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신기하게 <파랑 골목>은 들을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가령 ‘예전 같지 않은 넌 그대로야’의 ‘너’가 과거의 사랑 같기도 하고, 나 자신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 곡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끝을 못 낼 듯하여 적지 않았다. 아직까지 하현상을 몰랐다면 적어도 이것만큼은 꼭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적고 나서 깨달은 건데,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적는 글은 항상 두서가 없다. 쓰기 전에 이런 내용을 담아야지, 하고 여러 생각을 했는데 잊어버려서 담지 못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라진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에 여백이 생겼으니 하현상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채워봤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무엇인가를 가득 좋아해 보기를.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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