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내가 글을 쓸 때 생각하는 것들
글 입력 2024.02.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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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처음으로 시를 썼다. 『시인과 여우』라는 책을 읽고 마음에 떠오르는 말들을 적어 엄마에게 보여줬는데,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선 내가 쓴 시 한 편이 아주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엄마는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늦어 걱정스럽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가르쳐준 적도 없는 시를 써서 가져오자 많이 놀랐다고 했다.

 

그 후로도 나는 많은 시를 썼다. 일종의 취미였기에 시를 쓰면 대부분은 가족이나 주변 어른들에게 보여주는 정도에서 그쳤으나 가끔은 유명한 청소년 신문에 내 시가 크게 실린다든지, 지역 청소년 문학 공모전에서 상을 받는다든지 하는 일도 있었다. 그때 가족들은 나를 ‘꼬마 시인’이라 불렀다.

 

언젠가부터 운문보다 산문을 즐겨 쓰게 되면서 이제는 거의 시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시는 나에게 ‘글을 쓰는 습관’이라는 아주 귀한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요즘 내가 쓰는 글은 길이도 형식도 내용도 시와는 너무 다르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시를 쓰던 그 당시의 작업 방식이 남아 있다.

 

 

 

인풋(input)이 없으면 아웃풋(output)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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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아무리 좋은 벽난로가 있어도 땔감이 없으면 불을 피워 방을 따뜻하게 만들 수 없다. 글을 쓸 때도 땔감을 넣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글 쓰는 방법을 배우라는 말이 아니다. 쓰고 싶은 게 생길 때까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보고, 듣고, 읽어야 한다.

 

내가 쓴 많은 시는 경험에서 나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상이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너무 감명받은 나머지 집에 돌아가자마자 시를 쓰기도 했다. 심지어 죽어버린 화분이나 엄마와의 말다툼도 나에게 좋은 글감이 되어 주었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내가 보는 영화, 내가 듣는 음악, 내가 간 전시회, 내가 읽은 책, 내가 겪은 일, 내가 하는 생각 모두가 소중한 글감이다. 아주 사소해 보일지라도 나를 둘러싼 일상 속 모든 것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좋은 글은 의무감에서 나오지 않는다. 쓰고 싶어져야만 비로소 쓸 수 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날에는 누구라도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쓸 말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고, 펜을 들고, 노트북을 펼치는 것도 큰 의지가 필요한 일이지만, 무엇인가가 쓰고 싶어지도록 나 자신에게 연료를 듬뿍 부어 넣는 것이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그러니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면, 쓰고 싶긴 한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면 일단 주위를 둘러보라. 분명 새로운 인사이트와 영감을 얻을 만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면,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면 된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 안에 있다 보면 뭐라도 하나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니까.

 

 

 

모든 글은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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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천 리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할 뿐이지만, 눈앞에 있는 길만 따라 걷는다는 마음으로 한 발짝 두 발짝 움직이기 시작하면 의외로 목적지는 금세 다가온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수십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을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걸 언제 다 쓰냐는 생각에 힘이 쭉쭉 빠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글에 꼭 쓰고 싶은 문장 하나를 공책에 직접 적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글은 결국 문장과 문장 간의 연결을 통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방법이다. 하나의 줄기에서 가지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듯이, 가장 핵심이 되는 문장 하나를 정해 놓으면 사람들에게 그 문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필요한 다른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떠오른 문장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열하고 조합해 보다 보면 언젠가는 최적의 구성이 찾아질 것이다.

 

 

 

글쓰기는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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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친구와 같이 공부한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방식도 다르고 이해 속도도 달라서 이런 차이를 조율하려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지, 하는 의문을 항상 지워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글쓰기야말로 정말 혼자 해내야만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내 글에서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한 단서나 실마리를 찾고,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글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글을 써 내려가는 그 순간에는 자기 자신에만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내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사고의 흐름은 내 인식도 차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빠르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한창 시를 쓸 때는 영감이 떠오르기만 하면 몇 시간이고 방에 틀어박혀 시가 완성될 때까지 방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때 방안에는 오로지 나와 내가 쓰고 있는 시만이 존재했던 것 같다. 나를 방해하는 바깥의 소음들을 모두 차단하고 아무 소리도 없는 적막한 공기에 둘러싸여 있으면 신기하게도 시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지곤 했다.

 

그때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지, 아직도 글을 쓸 때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해가 다 지고 밤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는 데 꼭 이렇게 하루를 통째로 할애할 필요는 없지만, 자기에게 꼭 맞는 집중과 몰입의 방법을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딴짓의 힘은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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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뜻인데, 글을 쓸 때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어떤 날은 뭐에 홀린 듯 순식간에 글 한 편을 써 내려가기도 하는데, 아무리 오랫동안 노트북 앞에 앉아있어도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는 날들이 사실 더 많다. 이럴 땐 머리를 쥐어짜서 간신히 적은 문장 하나마저도 조금 있으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지워버리고 말 것이 뻔하다.

 

이렇게 글이 잘 풀리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면, 잠시 책상을 떠나 있는 게 도움이 된다. 곧 좋은 생각이 떠오르겠지, 하며 미련하게 계속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하루가 끝날 수도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시를 쓸 때는 대부분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아무리 길어도 두세 시간 안에는 끝낼 수 있었는데, 요즘은 호흡이 긴 글을 주로 쓰다 보니 그만큼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에너지도 더 많이 든다. 가끔 예전에 기고한 글들을 읽다 보면 그 글을 쓸 당시의 피로도가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건 글이 생각보다 투명해서 그렇다. 글은 글을 쓰는 사람의 상태를 묻지도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 버린다. 따라서 자신의 피곤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일부러라도 중간중간 딴짓을 하면서 환기를 시켜주어야 한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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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내가 글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적어보았다. 내가 대단한 글쟁이도 아닐뿐더러 어디서 전문적으로 배워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므로 글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글을 쓰는 기술을 풍성하게 나누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마추어로서 글을 완성하기까지의 마음가짐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나는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는 주의다. 정답이 없으니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재미있고 다채로운 글들을 많이 접하고 읽어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무엇보다 어떤 특정한 방법에 매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맞고 틀리는지에 상관없이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면서 자기만의 개성적인 글쓰기 방식을 찾아 나가야 한다. 결국 내 공책의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기에. 그게 바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이자, 이 글 속 모든 문장을 통틀어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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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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