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와 해방을 글로 노래하다 - 뮤지컬 브론테

글 입력 2024.04.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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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가의 세 자매 이야기는 상당히 이례적이면서도 극적이다. 세 자매가 모두 작가이며, 심지어 개개인으로서 시대를 아우르는 역작까지 만들어냈다. 그들이 요크셔라는 황량한 지방에서 자랐으며 모두 병으로 요절했다는 점 또한 특징적이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 영화 혹은 연극으로 변모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도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주목하였다.


뮤지컬 <브론테>는 그 산물 중 하나이다. 브론테 자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으면서도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소재를 통해 미스터리한 픽션을 덧붙인다.


이 작품은 실제로 제 언니들과 동생들의 죽음을 모두 지켜보며 브론테 남매 중 가장 마지막에 사망한 샬럿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주로 전개된다. 두 여동생의 장례식을 치르는 샬럿의 모습을 시작으로 하여 다시 세 자매가 함께 살던 시간대로 돌아가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국 ‘미래에서 온 편지’는 미래의 샬럿이 보낸 것이라는 진실이 일찍이 암시되지만, 왜 그러한 편지를 보냈을지 샬럿의 감정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뮤지컬 <브론테> 또한 여성 서사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공교롭게도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성 서사 창작 뮤지컬이 꽤 있다. <브론테> 외에도 <마리 퀴리>, <레드북>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모두 본인의 성과를 남성의 이름 뒤에 놓아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산물을 통해 자유와 해방을 바라던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브론테 자매는 비단 남성중심적인 사회로부터의 해방만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도 간절히 바랐다. 황량하고 외딴곳에 살면서 그들은 늘 질병과 굶주림에 허덕여야 했고, 이미 손위 자매 두 명이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브론테 자매는 그저 순종적인 여성으로 살며 병으로 죽는 삶을 거부하고 글을 통해 자유를 얻고자 하였다.


<브론테>는 여성 서사뿐만이 아닌 브론테 자매가 각각 가지고 있는 개성 있는 작품 세계에도 주목한다. 특히 조명과 악기를 통해 그들의 섞이지 않는 개성을 명확하게 부각한다. 샬럿은 초록색 조명과 드럼으로, 에밀리는 보라색 조명과 기타로, 앤은 노란색 조명과 첼로로 표현된다. 이는 철저히 통제된 이야기를 그려내는 샬럿, 폭풍처럼 거칠게 몰아치는 글을 쓰는 에밀리, 비유가 적은 담담한 문체를 추구하는 앤을 보여준다.


이처럼 각기 다른 브론테 자매의 성격과 작품 세계는 그들의 개성이기도 했지만, 그들 사이의 갈등으로 자라나기도 했다. 워낙 다른 성격의 작가들이 한집에 살고 있었으니, 어쩌면 그들은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결국 샬럿은 집을 떠난다.


서로 다른 작품 세계처럼 그들의 작품 또한 각기 다른 평을 받았다. 샬럿의 <제인 에어>는 호평을 받았지만,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워더링 하이츠)>은 혹평의 연속이었고,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는 주목조차 받기 어려웠다. 샬럿은 표면적으로는 가장 성공한 인물이었다. 황량한 집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자신의 작품이 주목받으며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동생은 병으로 요절하고, 샬럿은 결국 동생들과 다투고 집을 떠난 자신의 오만함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된다.

 

 

어느 날 찾아온 신비로운 편지

그것은 사랑을 고백하는 연서

그녀가 죽고 없는 미래에서

그녀를 잃은 누군가가 보내왔지

 

뮤지컬 <브론테> 中 ‘써 내려가’

 

 

샬럿이 과거의 세 자매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녀의 회한과 사랑이 담긴 편지였다. 그 편지는 에밀리에게는 작품에 대한 응원으로, 앤에게는 삶에 대한 깨달음으로 닿았다. 그 편지가 누구에게서 왔을지 어느 정도 짐작한 에밀리와 앤은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결코 쓸쓸한 죽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홀로 남겨진 샬럿에게 닿았을 것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두 동생을 따라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브론테 자매는 남성중심적인 사회로부터도, 죽음으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었지만, 서로가 함께하며 글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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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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