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엽고 외로운 마음이 진심으로 바뀌기까지

<My Poor Lonely Heart>에서 <With All My Heart>로의 성장기
글 입력 2024.02.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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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9년 JTBC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예선전 때다. 분홍색 점퍼를 입고 일자로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가 인상적인 앳된 청년은 코다라인의 'All I Want'와 자작곡 'With You'를 불렀고, 긴장된 표정으로 심사평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성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지켜주고 싶은 소년미를 내뿜었다. 음악적 동료를 찾고 싶어 지원했단 말과 함께 시작된 여정은 연이은 2패로 진짜 그를 울게 했고, 예선 3라운드 '1000x'부터 그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어딘지 꺾일 듯 꺾이지 않는 목소리를 지녔다는 평과 함께 그의 가엽고 외로운 심장은 천천히 심박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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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엽고 외로운 심장은 그가 사비로 낸 첫 미니앨범 를 번역한 말이다. 타이틀곡 'Where are you now' 부터 '망가지려나' 까지. 잔잔한 파동이 이는 곡들엔 배회하는 마음이 일렁이고 있다.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아침이 줬던 작은 위로는 I'm still I'm still

하루도 멀리 가지 못한 난  I'm here I'm here

 

(하현상 'Where are you now'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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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밴드> 우승과 함께 소속사를 만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그의 여린 심장은 갈팡질팡 요동친다. 아직은 혼란스러운 자신의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된 두 번째 미니앨범 의 타이틀곡 'Nostalgia (Feat. Rohann)'에는 의도치 않게 달라진 환경 그리고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지나버린 시간 속에서 

난 길을 잃은 지 몰라

I gotta find a way oh

Can you take me higher

 

(하현상 'Nostalgia (Feat. Rohann)')

 

 

'Not Okay'처럼 아직 괜찮지 않다고, 마치 '넌 이제부터 어른이야'하고 무턱댄 자유와 책임을 안겨준 이십 대 초반의 혼란처럼 음악색에 대한 고민도 많아 보인 앨범이었다. 나는 자라서 고작 이것밖에 되지 못했다고. 필자는 아직 그 시기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어 'Nostalgia (Feat. Rohann)'을 좋아하고 또 자주 듣지만, 그 시기의 노래여서 그런지 실제 공연장에선 들을 기회가 없는 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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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새 이름은 아브락삭스다. 

(헤르만헤세 『데미안』 中)

 

하현상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떠오른다.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악기에 저장된 세팅 값을 초기화하는 버튼 'Calibrate'를 누른 그는 초심으로 손수 작사, 작곡, 편곡까지 참여해 세 번째 미니앨범  만든다. 앨범 수록곡 '하이웨이'는 데뷔 싱글 'Dawn'의 뮤직비디오를 생각나게 하는데, 눈 덮인 자작나무 숲으로 그리고 텅 빈 도로를 불안하게 달리던 소년은 '달리다 보면 어딘가 여긴 그래도 전보단 나을 테니까'라며 그 자리에 멈추지 않고 다음에 나아질 거란 희망을 품은 청년으로 성장한다. 마치 데미안을 만난 싱클레어처럼. 

 

 

어느 새벽달이 지나가네

난 오늘도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나

파도에 소리쳐봐도

들리지 않으니

그렇게 억지라도 웃어 보이는 건

내일이 있어서야

 

(하현상 '등대' 中)

 

 

이젠 아무리 울어도 울어지지 않는 리스너에게 비로소 위로를 건넨다. 깊은 우울 속에서 위로를 찾는다던 그가 등대처럼 직접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건 나이테와 성장점이 맞춰졌다는 뜻과 같다. 그리고 팬들을 향해 선물한 데모곡 'Love Me Now'로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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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현상에게 전환점이 된 첫 정규앨범

 

 

떠나갔나요 기억들 속을

아직도 헤매여 아파했었나요

지나가버린 시간이라도

흘러간 대로 견뎌 내야겠죠

지나간 대로 여기 두고서

돌아오는 계절을 기다려볼게요

 

하현상 '시간과 흔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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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 싱글을 거쳐 지난 1월에 발매된 . 팬들 조차도 를 떠올렸을 만큼 성장의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진심으로', '진심을 다해'라는 뜻의 네 번째 미니앨범은 그의 정체성인 포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작을 말한다. 전엔 무의식에서 길어 올린 가사가 시적 표현으로 신비성을 드러냈다면, 는 곡 간의 주제적 유기성을 많이 연구한 듯 보였다. 여전히 그만의 위로 방식인 'Pain'부터 사랑이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사랑이라고 말해줘' 등 은유적인 표현에서 다소 직접적인 표현으로 방식이 바뀐 걸 체감할 수 있다. 

  

 

사랑이라고 말해줘

어지러운 세상 너라고 말해줘

사랑이라고 말해줘

기다려왔다고 나를 나눠줄게

 

하현상 '사랑이라고 말해줘' 中

 

 

그는 동명의 콘서트에서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은 진심을 담은 위로라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쭈뼛쭈뼛 어색한 모습은 2019년 그날과 달라진 바 없지만, 자작나무 숲의 소년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단단히 키워 청춘의 불안함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그 안에는 음악적 성숙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장도 보인다는 게 뭉클할 따름이다.

 

 

이제 음악 소리가 작아지려나 우리들 목소리가 지워지려나

이제 음악 소리가 작아지려나 우리들 목소리가 지워지려나

 

하현상 'Koh samed' 中

 

 

파도의 소용돌이는 잦아들고 'Koh samed'의 가사처럼 음악 소리가 작아질 때까지 눈꽃이 울려 퍼지길 바란다. 그때까지 오랫동안 그의 성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길 응원한다.

 

 

오 넌 서로가 되어

내 전부가 되어

내 전부가 되어

쏟아지네

 

하현상 '눈꽃' 中


[오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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