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팝,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글 입력 2023.11.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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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판매량 몇백만 장, 빌보드 입성, 스타디움 공연, 절대 갈 수 없을 것 같았던 미국 시장에서의 활동, 심지어는 한국인 없는 케이팝 그룹의 탄생까지. ‘전 세계가 열광하는 케이팝’이라는 문구를 그 어떤 때보다 절감하는 요즘이다.

 

현재 케이팝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동안 급격한 성장을 보인 케이팝이 최근엔 둔화 중이라고 지적하지만, 코로나를 기준으로 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을 보인 건 사실이다.

 

케이팝의 세계화를 뒷받침하는 데 가장 사실적인 수치인 음반 판매량의 증가부터 살펴보자. 2010년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스트리밍이 활성화되면서 음반이 제힘을 못 쓰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음원으로도 충분히 소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음반은 활발히 소비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팬 사인회 개최 시 기간 내 지정된 음반사에서 앨범을 구매해야 자격 요건이 주어진 것도 음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창구였다.

 

아무리 인기 있는 가수라 해도 9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던 선배들의 음반 판매량을 절대 따라가지 못했다. 기술의 발전이 만든 결과였기에 계속해서 음원의 힘이 세질 줄 알았으나,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음반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고, 어느덧 웬만한 해외 팝스타들의 음반 판매량과 맞먹는 시대에 도래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맞이한 케이팝의 호황인 동시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불황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나는 그 문제점을 빈부격차, 버추얼 아이돌, 환경. 이렇게 세 가지로 잡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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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드림 아카데미' / JYP의 '니쥬')   

 

 

먼저, 빈부격차의 심화이다.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활동 범위와 함께 움직이는 자금도 덩달아 몸집을 키웠다. 기존에도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의 자본력 차이는 존재했으나, 예전에는 그 간극이 콘텐츠의 퀄리티로 메꿀 수 있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

 

그마저도 해외에서의 케이팝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그룹 운영 능력은 일부 대형 기획사에만 허락된 현실이다. 어느 정도 인지도와 매출이 있는 기획사라 해도 해외 시장 진출은 모험성이 동반되기 때문에, 막대한 초기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도전은 힘든 실정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숫자의 향연 속에서 케이팝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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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플레이브 / 아래: 이세계 아이돌)

 

 

여기에 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버추얼 아이돌도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케이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가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이란 말 그대로 ‘Virtual’,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아이돌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우리가 애니메이션에서나 접하던 비주얼이 실제 아이돌이 되어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플레이브’와 ‘이세계 아이돌’이 있다. 론칭 초기에만 해도 반감이 일었으나, 이들은 현재 영통 팬 사인회, 오프라인 콘서트 및 공연, 약 30만 장의 음반 판매량을 선보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고도화된 기술은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케이팝은 여느 나라와 달리 팬덤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단단한 코어 팬덤의 유무는 회사의 매출과 직결되고, 이 팬심이라는 것은 소위 말하는 ‘유사 연애’로부터 기인한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온 특징으로 아이돌을 우상으로 섬김과 동시에 성적 욕망이 결부된 호감과 여러 감정이 합쳐지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팬심은 자신의 우상이 행하는 행실 하나하나에 큰 영향을 받는 극심한 감정 소비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버추얼 아이돌은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없애주고,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물 아이돌이 못하는 것을 그들은 너무도 쉽게 해버리고 만다. 그 때문일까, 많은 사람이 건전한 덕질을 지향하며 버추얼 아이돌로 발걸음을 향했다.

 

버추얼 아이돌은 케이팝 산업의 본질을 꿰뚫는다. 유사 연애가 산업의 성공 요인이라면 그 본질을 꿰뚫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즉, ‘사랑’(유사 연애)이라는 핵심을 파고드는 것이다. 희로애락을 경험해야 했던 실물 아이돌의 덕질에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나만 바라봐 주는 완벽한 아이돌의 등장은 분명한 위험 요소이다.

 

아직은 실물 아이돌만이 가능한 팬서비스(악수, 포옹 등)의 실현 불가로 크게 체감하진 못하지만, 현대 사회의 기술력이라면 이 또한 몇 년 안에 해결될 문제로 본다. 결국, 기술의 고도화는 단순화를 초래하고, 실물 아이돌의 소멸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더는 완전한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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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환경문제이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음반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서 일명 ‘케이팝 플라스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앨범 구성품인 포토 북, CD, 포토 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을 뜻한다.

 

최근 6년간 케이팝 앨범에서 나온 플라스틱(음반 제작 시 필요한 내용물)은 14배로 늘었고, 계속해서 쓰레기는 배출되고 있다. 사실 음반 판매량의 급증은 산업의 확장보다는 팬들의 욕구 변화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앨범에 대한 소장 욕구가 있었다면, 이제는 수집 욕구로 진화한 것이다. 그 수집은 대게 앨범 내 랜덤으로 배치되는 포토 카드로부터 시작한다.

 

다인원 그룹의 개개인 포토 카드를 1~2종으로 제작해 랜덤으로 구성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은 낮아진다. 거기다 럭키드로우, 팝업 스토어 등 미공포(미공개 포토 카드)라 불리는 사진까지 추가해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팬들은 작은 점의 확률을 맞추기 위해 앨범이라는 화살을 난사한다. 회사는 팬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팬들은 알면서도 기꺼이 이용당해 주는 것이다.

 

최근 ESG 경영이 활성화되면서 엔터 업계에서도 하나둘 실천하는 회사가 늘었지만, 앨범 판매 관련해서는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 실황이다. 또, 환경부에서는 이와 관련한 별다른 대책도 없는 상황인지라 악순환의 반복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 나날이 확장되는 산업에 따라 소비량 또한 지금과는 다른 단위로 훨씬 거대해질 것이다. 성적만을 위해 마냥 손 놓고 있다가는 케이팝 플라스틱은 분명 독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무엇보다 이 문제를 가장 핵심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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