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No day but today! - 뮤지컬 렌트

“미래도 없어 과거도 없어. 오직 이 순간뿐이야.”
글 입력 2024.01.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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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 없어 과거도 없어. 오직 이 순간뿐이야.”



[2023뮤지컬렌트] Another Day_로저(장지후), 미미(김환희).jpg

 

 

퀴어, 에이즈, 마약, 거리의 부랑자, 가진 것 없고 사회적으로 터부시되고 가장자리로 내몰린 청년들이 여기에 있다. 미래는 불안하고, 과거는 후회스럽다. 미래는 손에 잡히지 않는 상상, 과거는 단지 기억일 뿐인 희뿌연 것. 오로지 그들이 가진 것은 현재, 지금 이 순간뿐이다.


이론가 리 에델먼의 표현을 따오자면, <렌트> 속 청년들이야말로, 'No Future', 다시 말해 ‘미래 없는’ 자들이다. 이들은 장애 없는 몸과 마음을 전제한 이성애 규범 바깥의 존재들이다. 이들은 치유될 수 없고, 더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리 에델먼은 ‘미래 없음’으로 퀴어와 불구를 정의하는 세상에 대해 미래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저항하지만, <렌트> 속 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모임을 만들어 서로를 지지하고, 싸우고, 시위하며 전복하려 하고 춤을 추고 서로를 사랑한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만끽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죽은 미미가 죽었던 엔젤을 만나 다시 살아나는 장면은, 치유와 정상을 지향하는 일직선의 시간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일직선의 시간은 오로지 성장과 치유만을 지향하며 현재의 상태를 부족한, 결함 있는 상태로 본다.

 

그러나, 미미는 그런 자신의 상태에 좌절하며 숨고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을 앓고 있는 현재를 누린다. 미미가 살아나면서, 죽음만이 예비되어있던 일직선의 시간은 엉키게 된다.

 

미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 처해 있으며, 실제로 죽기도 하지만 삶이 그러하듯 불가해한 이유로 되살아난다. 이러한 선형적 시간의 거부는 지금 이 순간을 외치는 렌트의 중심 주제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정상성’에 대한 세상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한다.

 


[2023뮤지컬렌트] I Should Tell You_로저(장지후), 미미(이지연).jpg

 

 

미미는 난간을 넘나들며 위태롭고 하지만 자유롭게 춤춘다. 위험하지만 그 자체가 바로 미미다. 난간 하나에 몸을 의지해 춤을 추고 노래하는 미미.

 

[“미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 언제를 생각하며 방 안에 갇혀 두려움에 떨고 있기보다는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이에요.”] (미미 役 김환희 배우)

 

 

[2023뮤지컬렌트] La Vie Boheme.jpg

 

 

삶은 수많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어, 우연에 이유를 붙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은 슬프게도 우연히 일어난다.

 

우리는 절망의 순간에 신을 찾으며 내 불행의 이유를 해명하려 하지만, 결국 무엇도 이유가 될 수 있고 무엇도 이유가 될 수 없다. 더 나은 미래는 오기도 하고, 오지 않기도 해서 우리는 절망하고 희망한다. 그렇다면 이 슬픈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내가 깨달은 것은, 살아 숨쉬는 나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무언가를 사랑하며, 지금 이 순간 살아숨쉰다는 것, 생각해보면 그걸로 나는 충분했다. 과거는 없고, 미래도 없다. 모든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내가 오롯이 선명하게 쥘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미미처럼,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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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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