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타인의 글 뜯어보기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모래성 놀이하듯
글 입력 2024.04.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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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주 유명한 평론가, 소설가, 작가가 아니라면 글을 쓸 때 당신의 주된 고민은 이것일 겁니다.

 

“내 글을 누가 보긴 볼까?”

 

저는 오랫동안 이 고민과 싸워 왔습니다. 일기와 교내 백일장을 제외하면, 저는 블로그로 타인에게 닿는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는 댓글이라는 좋은 기능이 있어, 피드백이 오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그게 제가 블로그를 택한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제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거죠. 그나마 있어 봐야 일일 블로그 알바 홍보 글, 무료 제품제공 글쓰기 제안, 그리고 가끔 진실하게 - 그렇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아온 - 수도꼭지 수리공 홍보를 위한 댓글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댓글 이외에도 좋아요와 조회수라는 숫자 데이터가 있습니다. 요즘 블로그와 같은 앱은 친절하게 조회수 유입경로까지는 알려줍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거죠. 누가 제 블로그를 ’영화 진짜 진짜 미안해‘라는 키워드로 계속 찾아오고 있는데요, 이 사람이 꾸준히 찾아오는 한 사람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이 70년대 임예진의 앳된 모습이 담긴 영화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 건지까진 숫자만으론 알 수 없습니다.

 

글을 어느새 꾸준히 써오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슬슬 소재가 떨어지게 됩니다. 학창 시절 제 국어 선생님은 ‘모든 작가는 자신의 (주로 유년시절이 담긴) 이야깃거리가 떨어졌을 때, 비로소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하셨습니다. 좋은 신호인 것 같네요, 하지만 문제는 소재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이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른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제가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을 거리낌 없이 신청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시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3개월간 에디터 두 명의 글을 찬찬히 뜯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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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인다는 것 이전에 글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디터 활동을 하다 보면 의외로 다른 글 보기 어려울 때가 있죠. 다른 에디터들이 모인 플랫폼에 글을 쓰는데 오며 가며 읽을 글들이 없겠냐고요? 글쎄요.

 

큰 틀에서 주제와 트렌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제나 소재와 관련해 글을 ‘모니터링’하기는 하지만, 그게 글을 읽는 것과는 다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활동을 하며 제게 중요했던 건 다른 에디터들의 글을 찬찬히, 집중해서 읽어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기 전에 사람을 먼저 만나 보아야 하는 법입니다. 사실 그럴 기회가 많지 않지만, 할 수 있다면 사람을 알고 글을 보면, 그 사람의 글을 이해하기에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얼굴도 모르고 글도 모르는 세 에디터가 모여 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저희는 어느 평일 저녁 합정동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아직 어색하게 카페의 낮은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 생각한 건, 어쩜 이렇게 비슷한 성격을 모아 놓았을까, 였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장소를 정할 때 타인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

 

이것과 관련해 혼자 재미있게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바로 케이크를 먹은 일입니다. 고작 케이크 먹는 일 가지고 재미를?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죠. 별 건 아닙니다, 저희는 그날 케이크를 먹으며 서로 쓰러트리기 걱정되어, 마치 모래성 놀이를 하듯 조심스레 끄트머리만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케이크는 결국 우뚝 솟은 기둥 모양이 되었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게 바로 모임의 주된 감성을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조심스레 마치 문화재를 발굴하듯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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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탐색한 흔적 - 케이크로 쌓은 탑.

 

 

충원 님은 묵묵한 듯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분이었습니다. 한편 예진 님은 처음부터 따사로운 면모가 돋보였는데, 그럼에도 두 분 다 글의 소재 선정이나, 향후 에디터로 활동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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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의 활동은 서로 자신의 글 중 좋다고 생각하는 글과, 피드백을 원하는 글 각자 골라서 공유해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서로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굳이 피드백 하지 않을 글,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공유하자고 한 건, 자신이 꼽는 애정이 담긴 글에 그 사람이 더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피드백 받고 싶은 글을 자신이 직접 공유하자고 한 건, 에디터마다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취약한 점이 드러나는 글이라고 생각하는 글이 각자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른 건 도서 ‘숄’의 리뷰였습니다. 에세이도, 오피니언도, 칼럼도 아니고 문화 초대 리뷰를 고른 가장 큰 이유는, 당시 글을 쓰며 가장 어렵게 써냈고,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글이기 때문입니다.

 

신시아 오직의 단편 소설집 ‘숄’은 홀로코스트 문학에 속하는, 그렇지만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홀리듯 써 내려간 강렬한 픽션 모음집입니다.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 수감된 주인공 로사의 수감 당시를 보여주는 단편 ‘숄’과, 전쟁이 끝나고 나이 든 로사의 트라우마로 점철된 삶을 그리는 ‘로사’로 구성되는데, 단출한 구성임에도 인종 학살에 관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리뷰를 쓰며 가장 애먹었던 부분은, 리뷰를 쓰면서 도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쟁, 학살과 같은 외부의 사실들이 생각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책의 띠지에 있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돌아보는 인간 조건의 무게’라는 문구를 눈여겨봤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리뷰를 써 내려갔는데요, 역설적이게도 제가 리뷰를 쓰며 생각했던 것은 가자 지구의 참상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순이 발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가자 지구의 참상을 되짚어 가면 이스라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지금의 사건과 이 책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글 이곳저곳에 괄호로 구멍을 뚫어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리뷰를 읽는 사람들이 저마다 떠오르는 비슷한 ‘학살 사건’을 채워 넣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기 때문이지요. 이런저런 솔직한 고민에 대한 의견을 받고 싶었습니다.

 

충원님과 예진 님도 각자의 고민을 바탕으로 글을 선정해 주셨습니다. 세 개의 글이 모였습니다. 이젠 피드백할 차례입니다.

 

◈  ◈  ◈

 

먼저 피드백을 ‘받으며’ 느꼈던 점입니다. 우선 이번 피드백을 통해 제 성급한 글쓰기 과정을 직면하고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놀랐던 건 글만 읽고도 글쓰기 과정이 어느 정도 간파될 수 있음을 확인한 때였습니다. 제가 정확히 약점으로 염두에 두고 피드백 받기를 원했던 부분 - 그러나 글에서 드러난 줄 몰랐던 부분 - 이 정확하게 지적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피드백 내용 중엔 ‘도서 <숄>에 관한 리뷰이지만, 책의 내용에 관한 설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글을 이해하기에 어려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네! 사실 저는 책의 내용보다도 시사적인 내용을 엮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리뷰의 본질인 책의 내용 설명에 실패한 것입니다. 리뷰 대상에 대한 제 마음이 정확히 간파돼 부끄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빈칸을 뚫어놓은 건 모두에게 효과 있는 방법은 아니었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도해 봄 직한 형식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와 관련해 충원 님의 조언이 참 와닿았는데요. “홀로코스트에 관한 문장을 넣은 것은 좋았으나 문장을 넣기 위해 억지로 자리를 만든 느낌이다.” 여기서도 피드백의 힘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빈칸을 뚫어서까지 넣고 싶었던 문장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예진 님의 ‘도저히 빈칸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통해 확실히 이 방식은 많은 독자들에게 통하는 것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  ◈  ◈


제가 피드백을 ‘하면서’ 느꼈던 점도 많습니다. 아니, 사실 피드백을 하며 배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그 방법에 있었습니다. 어떤 어조로 피드백을 해야 적절히 도움이 되면서도 무조건적인 비판 – 더 나아가서는 비난 – 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그동안 저는 굳이 고르면 비평이라는 장르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런 제 오만함과 안일함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타인에게 닿지 못하는 것을 비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피드백 활동이 한창일 때 이런 고민을 다른 에디터들 – 아주 활발히 피드백 모임을 운영하고 있던 에디터들 – 에게 털어 놓았더니 ‘나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세상에 그런 생각을 못 했다니! 제 피드백에 질문을 추가했습니다. 그러니 한층 부드러운 피드백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어려웠던 건 내용 구성이었습니다. 이것은 피드백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까? 이건 글쓴이의 의도를 어디까지 파악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글을 찬찬히 읽어 보며 나였다면 이런 글을 쓸 때 어떤 생각을 했을 지, 어떤 상황에서 이런 글이 나왔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랬더니 같은 글도 점점 다르게 읽혔습니다. 한 글을 곰곰이 오래오래 곱씹어 보는 습관이 들지 않았는데, 그런 경험을 하니 다음에도 다시 글을 소화하듯 꼭꼭 씹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드백을 하는 당시에도 문제였습니다. 굳이 따지면 저는 말보다는 글에 강한 사람인데요, 이번 모임을 기회로 저는 아주 간단히 써 놓은 피드백의 골자 만으론 매끄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임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다음 피드백을 준비할 땐 더욱 세심하게 문장으로 갈고 닦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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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피드백 모임과 피드백 리뷰가 끝났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니 다음 모임은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가 정리되는 기분이네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제 글을 보였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글을 깊이 곱씹어볼 수 있었기에 좋았던 경험이었습니다. 글쓰기 실력을 한 단계 높이고 싶으신가요? 피드백 모임을 신청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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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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