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하여 :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

글 입력 2024.05.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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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Evan Hansen.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주인공인 ‘에반 핸슨’에게 쓴 편지가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점이 된다. 특징적인 점은 이 편지는 ‘에반’이 자신에게 쓴 편지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편지를 가지고 간 ‘코너 머피’가 자살하며 ‘코너’의 가족은 그 편지가 ‘코너’의 유품이자 친구인 ‘에반’에게 쓴 편지라고 오해한다.


‘에반’은 ‘코너’의 가족에게 그 편지가 자신의 편지라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사실 대화도 거의 나누어 본 적이 없던 ‘코너’와의 친분을 꾸며내기 시작한다.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거짓말은 불어나고 있었고, ‘코너’의 죽음을 추모하고자 하는 ‘코너 프로젝트’까지 만들어지며 ‘에반’은 이미 죽은 ‘코너’의 삶에 깊게 관여하게 된다.


 

 

1. 미성숙한 청소년의 모습


 

<디어 에반 핸슨>은 현대 청소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현대인이 절대로 손에서 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특히 디지털화 시대에 태어난 청소년에게는 스마트폰 속 세계가 당연한 공간으로 존재한다. <디어 에반 핸슨>도 ‘에반’이 스스로 쓰는 편지가 손편지가 아닌 타이핑으로 이루어지고, ‘코너 프로젝트’가 SNS를 통해 널리 확산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무대 전면에는 LED를 사용하여 그곳에 SNS, 이메일, 유튜브, 인터넷 통화 등 우리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는 화면을 구현하였다.


그리고 <디어 에반 핸슨>은 청소년에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소심한 성격의 ‘에반’, 과격하고 반항심이 넘치는 ‘코너’, 재즈 밴드에 참가하여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조이’, 까불거리는 괴짜 같은 모습의 ‘재러드’, 라이브 방송을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알라나’. 아직 자아가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아 방황하고 있고, 그와 동시에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에반’이 ‘코너’의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고, ‘재러드’가 그 거짓말을 꾸며내는 과정에 장난처럼 참여하고, ‘알라나’가 ‘에반’의 편지를 마음대로 공개하는 행위가 몇몇 관객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굳이 공연으로 보여주는 이유는 청소년의 미성숙을 강조하기 위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짚어줄 필요가 있고, 그 책임은 어른에게 있다. 그와 동시에 미성숙한 청소년을 성숙한 인간으로 만드는 역할 또한 어른이 가지고 있다. ‘코너’와 ‘조이’의 부모인 ‘래리 머피’와 ‘신시아 머피’, 그리고 ‘에반’의 엄마인 ‘하이디 핸슨’은 보호자로서 미성숙한 아이들을 보듬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 지도 없나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난 모르겠어

티 나는지 몰라도 나는 그저 아닌 척 넘어가

누가 내게 좀 알려줘 계속 생각해도 모르겠어

이 모든 게 너무 낯설어

 

 

물론 어른들도 마냥 정답만 척척 맞히는 것은 아니다. <디어 에반 핸슨>의 첫 넘버 ‘Anybody Have A Map?’은 아이들에게 애써 다가가 보려고 해도 자꾸만 그들과 겉도는 부모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늘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존재로 든든하게 자리한다.


 

 

2. 언제나 그대 곁에



<디어 에반 핸슨>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넘버 ‘Waving Through a Window’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수시로 반복한다.

 

 

창문 밖을 홀로 서성이는 나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톡톡 창을 두드려

난 손을 흔들어도 난

 

 

만약 텅빈 숲속에서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누굴 찾을까 또 누가 와줄까

 

 

가족과 친구가 있어도, 누군가는 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상상하고, 그 외로움에 시달린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가도, 오히려 그 군중 속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한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늘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자신을 간절히 찾아줄 사람이 있는지.


그래서 누군가는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포기한다. 누군가는 사랑받기 위해, 혹은 어떤 응답이라도 듣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에반’은 ‘코너’의 가족으로부터 아들을 대하는 듯한 깊은 애정을 받게 되자 거짓말을 멈추지 못하고, ‘알라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얻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계속한다.


이렇게 자신의 외로움을 떨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간절히 찾아줄 사람이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응답할 필요가 있다.


<디어 에반 핸슨> 속 ‘코너 프로젝트’는 단순히 ‘코너’를 추모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코너’처럼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의미로 발전해갔다. 그 시작을 알리는, 1막의 마지막 넘버인 ‘You Will Be Found’는 ‘Waving Through a Window’의 답가처럼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길을 잃고 무너졌을 때

우리가 함께할께요

그대 곁에

 

 

혼자라는 두려움은 ‘에반’과 ‘코너’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밝아 보였던 ‘재러드’와 ‘알라나’도 속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코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SNS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많은 이들도 공감하는 감정임을 알 수 있다. 즉, 혼자라는 두려움은 청소년에만 국한되는 감정이 아닌, 그 누구라도 어느 순간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디어 에반 핸슨>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다.


SNS가 발달하며 우리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은 더욱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삭막하게 느껴지는 사회이다. 따뜻한 말은 ‘오글거린다’는 평을 듣고, 과격하고 날카로운 말들은 더 자주 오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따뜻한 말을 진솔하게 건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번의 용기로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가슴이 시릴 정도의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알려주도록 하자.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함께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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