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즈가 주는 풍요로움 - 김영후 빅밴드 단독공연

범인류적 유산,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
글 입력 2023.12.19 11: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평소에도 재즈를 좋아하지만 특히 겨울에는 더 생각이 나는 장르인 것 같다. 겨울의 차갑지만 들여다보면 설레고 따뜻한, 연말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재즈가 주는 풍부한 사운드가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데, 그래서 난 겨울에 늘 재즈를 집안에 틀어두곤 한다. 갑자기 시작하는 음들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금세 녹아드는 앙상블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20231219000943_tmxzrzlr.jpg

 

  

김영후 빅밴드는 베이시스트이자 작/편곡가 김영후의 지휘 아래 30~40대 재즈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험의 내공 덕분인지 한 악기 악기마다 놓칠새도 없이 잘 짜인 흐름과 소리들로 곡이 진행된다. 그리고 공연을 보기 전 가장 기대되었던 건 오늘 보는 이 공연의 곡들은 2022년에 발표한 '범 인류적 유산'이라는 앨범에 있는 곡들인데, 이는 여러 재즈 평론가들에 의해 '필청음반'으로 등극되었다고 한다. 나는 재즈를 보편적인 모음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듣는 편인데, 대개 외국의 재즈들이다. 그런데 한국의 재즈 신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범 인류적 유산'은 '언어와 기록에 의한 소통으로 쌓여온 인류의 공동 자산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 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대한 주제로 재즈를 선보인다는 게 과연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얼마 전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 것 같았다. 똑같은 관현악기들과 타악기가 있었는데 장르에 따라 느껴지는 풍부함이 달랐다. 오케스트라의 메인 사운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었는데 재즈의 메인 사운드는 콘트라베이스와 드럼 같았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는 차곡차곡 한 악기를 선보이며 쌓아 고조되는 느낌이라면 재즈는 모든 악기들이 한 번에 즉흥적으로 시작을 하는 게 장르의 매력을 색다르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20231219001013_vgfbwnam.jpg

 

 

공연의 순서는

1. Dancing on the Floor

2. Cognitive Revolution (인지 혁명)

3. Network Song 

4. Artificial Intelligence and Hyperconnectivity (AI와 초연결)

5. Florescence (개화기)

6. New Discoveries

7.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

이렇게 진행되었다.

 

이 공연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와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 등의 책에서 영감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공연도 한편의 기승전결이 잘 짜인 철학 책 같았다. 중간중간 철학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곡 설명을 해주셨는데, 음악으로 배우는 철학이 귀를 통해 필터링 없이 전달되니, 그 철학에 대한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첫 곡 가 시작되면서 책의 표지가 펼쳐졌다. 재즈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돼주듯 재즈 하면 딱 떠오르는 선율로 풍요로운 화합을 선보였다.

 

그 뒤 Cognitive Revolution (인지 혁명) 연주가 시작되고 Network Song 챕터로 이어졌을 때 뭔가 다른 재즈와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 나서 어색하기도 철학에 덧대어 이해하려니 어려웠는데, 곡이 끝나고 김영후 연주가가 이 부분은 조금 이질적으로 어긋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셨다. 음악으로써 이렇게 의도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새로웠고, 연주가 끝났을 때 우리 세상과 함께 나아가고 있는 AI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생각보다 우리는 AI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근래에는 챗 GPT의 급부상으로 삶이 더욱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인간은 사람을 닮은 로봇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지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기했던 건 음악을 들으면서 철학을 이해하고 생각이 닿은 것. 창작자의 의도대로 받아들여 생각할 수 있다는 게 그게 또 재즈를 통해 느껴지는 부분이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개화기에 대한 음악과 새롭게 발견되는 시대까지 음악으로써 경험하고 나면 마침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으로 마지막 페이지가 마무리된다.

 

 

20231219001054_lsfofgha.jpg

 

  

재즈를 배경 음악으로 틀어두고 철학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았다. 앵콜곡으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OST 으로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는데 마지막에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마법을 믿지 않는 사람에겐 마법이 일어나지 않는다" 재즈로써 현실적인 철학에 대해 배웠는데 마지막은 마치 동화처럼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가득 머금은 연주였다. 정말 재즈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했고 왜 '필청음반'이 되었는지 알 것 같은 창작자의 깊은 생각이 온전히 담기고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선물 같은 공연이었다.

 

 

[황수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