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계획된 즉흥 [여행]

틈이 주는 여유, 빈 틈 가득한 여행
글 입력 2023.12.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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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라는 여행은 계획부터 고단했다. 먼 타지에서의 생활이 걸린 일이었기에 최적의 동선을 짜 적당한 가격의 티켓을 미리 준비해야 했고, 알아볼 것들도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빈틈없는 여행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1주 이상 여행을 가본 적이 없던 내게 실제 여행은 고난과 다름없었다. 아름답고 새로운 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빈틈없는 여행은 준비과정부터 힘들었고 피곤했다. 점점 지쳐갔다.

 

J가 70% 이상인 나에게도 30일 빼곡한 계획은 무리였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였다.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계획에 지쳐 중간엔 즉흥 일정을 결심했다. 하지만 이 즉흥 일정을 짜면서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가득했다. 대학생이 되고 첫 해외여행이자 꿈꿔왔던 유럽 여행인 만큼 완벽하게 보내고 싶었던 압박이 있었던 것이다.

 

계획한 즉흥 여행지는 바로 남프랑스 휴양지 니스였다. 평소 바다를 사랑한 나이기에 휴양지 니스는 분위기부터 힐링이었다. 이미 2주 간의 여행에 지칠 때로 지쳤었고 입국심사와 휴대폰 인터넷마저 문제가 생겨 잔뜩 날이 선 상태였다.

 

이런 나에게 여행의 묘미를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빈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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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계획도 짜지 않고 발이 닿는 곳,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음에도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고, 계획에 관한 강박을 내려놓으니 여행지 속 사람들을 보는 것조차 즐거운 여행 과정임을 알아갔다. 진짜 여행지를 느끼고 있음이 실감되었다.

 

사전에 조사를 하지 않아 기다리거나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나였다. 그러나 미리 알아보지 않으니 오히려 새로운 것들에 도전할 수 있었다. 미리 알아보고 계획을 짜면 남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것이 효율적이고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계획이 없는 빈틈이 가득한 여행은 오히려 ‘나의 여행’이 되었다. 온전히 나의 주관과 느낌대로 움직이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마음과 함께 계획이 비워놓은 틈들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졌다.

 

계획된 즉흥은 내게 온전한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주었다. 이 묘미를 알아버리니, 휴양지 니스를 벗어난 후 프랑스 파리에서도 이런 빈틈이 가득한 시간을 가졌다. 아무렴 볼 것이 많고 복잡한 예술의 도시 파리이지만, 발길이 닿는 곳으로만 향해도 하루는 금세 지나갔고 즉흥에서 나온 여러 에피소드는 평생 남을 추억이 되었다. 나의 방식대로 파리를 즐긴 것이다.

 

여행이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늘 계획을 짜며 살았던 나에게 즉흥이란 일종의 도전이었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주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빈틈없이 철저한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틈을 만들어 내가 진정 원하는 것들을 찾고 이 빈틈들을 채워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

 

틈이 많다는 것은 채워갈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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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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