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후각의 시각화와 청각화, 이처럼 선명한 기억이 또 있을까? – NCT 도재정 'Perfume' [음악]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풀어낸, NCT 도재정 미니 1집 [Perfume]
글 입력 2024.02.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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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이 글을 읽은 뒤의 당신에게는, 어떤 추억의 향이 떠오르게 될까?

 

 

 


NCT 도재정 미니 1집 [Perfume]


 

[크기변환]1. 'Perfume' 자켓.jpg

 

 

2023년 4월 17일 발매된 미니 1집 [Perfume]은 NCT 멤버 도영, 재현, 정우로 구성된 유닛 NCT 도재정의 데뷔 앨범으로, 타이틀곡 ‘Perfume’을 비롯해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6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타이틀곡 ‘Perfume’은 Top, Middle, Base의 모든 노트를 구성하는 향료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향수와 같이 세 멤버의 화음이 매우 돋보이는 R&B 일렉트로 펑크 장르의 곡이다. 그루비한 일렉 베이스 라인에 리드미컬한 슬랩 기타와 신스 패드, 그리고 붐뱁 리듬 사운드는 도입부 화음과 아카펠라 등 멤버들의 보컬적인 합과 조화를 이뤄 곡의 세련되고 성숙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켰다.

 

특히 NCT 도재정의 미니 1집 앨범 [Perfume]은 ‘향수’라는 소재를 토대로 뮤직비디오 연출에 이어 실물 앨범 구성과 마케팅 프로모션에도 컨셉을 확실히 녹여냈다는 점이 매우 인상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향을 음악으로, 또 시각으로 표현한 그들의 행보를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자.

 

 

 


NCT 도재정 'Perfume' (2023.04.17.)


 

[크기변환]2. 'Perfume' MV 컷모음.jpg

 

 

네 숨결에 스미고

코 끝에서 맴돌게 해

 네 맘에 각인되게

잔향까지 오래

...

ay 방안에 공기에도

널 위한 내 맘을 풍겨

 

 

먼저, 타이틀곡 ‘Perfume’의 뮤직비디오와 가사에서 동시에 다뤄지는 첫 번째 중요 연출 포인트는 바로 ‘인간 향수’이다. 뮤직비디오의 1절 후렴구에서는 직접적으로 도영, 재현, 정우가 조향실에서 향수를 제조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고, 이는 이후 뮤직비디오의 끝에서 사랑하는 상대에게 완성된 향수를 선물하는 결말로 이어진다.

 

 

손목 위에 난

옷깃 위에 난

남겨두려 해

나를 잊을 수 없게

작은 숨결까지

파고들어 난

...

yeah yeah that’s me

짙은 농도에 (oh yeah)

정신이 혼미해 (Love yeah)

Uh 호흡마저 향기로워

너를 보면 모두가 다

나를 떠올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 곡은 멤버들 각자가 고유한 향이 되어 상대방의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주제는 2절 후렴구 직후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멤버 개인의 머그샷 연출을 통해 강조된다고 생각한다. 체포된 범인의 식별을 위해 촬영되는 사진인 머그샷(Mug shot, 정식 명칭 police photograph)은 일반적으로 빌런이나 악동을 테마로 한 작업물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요소이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Perfume’ 뮤직비디오에서는 본래 신장을 표기하는 cm 단위를 ml로 바꾸어 표현했다. 또한, 더욱 중요한 점은 멤버들이 손에 쥐고 있는 프로필 카드에 자신들이 제작한 향수의 이름과 White Cotton, Bergamot, Citron 등 향료의 명칭을 기입함으로써 그들이 곧, 우리의 기억을 불러일으킬 향 그 자체임을 확실히 각인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2절 후렴 이후 등장하는 재현의 가사 중 ‘너를 보면 모두가 다 나를 떠올려’는 자신에게 스며들어 같은 향을 지니게 된 사랑하는 이를 보며 그들의 관계가 더욱 깊어 졌음을 확신하는, 세련되면서도 관능적인 애정 표현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yeah 한 방울

Drip Drop (Drip Drop)

너의 기억 속에

흔적을 남겨 (남겨)

시간 지날수록

더 뚜렷해져

네 주위를 맴돌아

24 hour whoa whoa!

 

 

재현에 뒤이어 등장하는 정우의 파트를 통해 ‘Perfume’의 2번째 핵심 연출 포인트가 등장하는데, 이는 바로 프루스트 현상이다. Proust phenomenon 혹은 The Proust Effect로 불리는 프루스트 현상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작품의 주인공 마르셀은 성인이 된 어느 날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을 먹게 되고, 그 향기를 맡은 순간 콩브레에서의 즐거웠던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프루스트 현상은 '특정한 향기에 자극을 받아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때, 프루스트 현상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과거 기억에 관한 논리적 사실만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감정적 기억 역시 생동감 있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Hold Tight

서로의 맘을 확인한 밤

Oh 난 이미 스며든 것 같아

이젠 확실히 알아

난 감각이 깨어나

다시 한번 깊이 새겨

 

 

그렇기에, NCT 도재정이 이번 타이틀곡 ‘Perfume’에 프루스트 현상을 녹여낸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이의 무의식 속 자각하지 못한 침투’를 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프루스트 현상이 우리의 오감에 있어 매우 큰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의지적으로 특정한 사건 혹은 일화를 회상하는 것과는 달리 일상에서 우연히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낸다는 차이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의식이 반영된 강제적인 상기는 순간적인 기억의 파편만을 붙들게 되지만, 무의식 속을 유영하는 과정 중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자각은 보다 포괄적인 시기 전체를, 그리고 당시의 감정적인 반응을 더욱 증폭시켜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기에, ‘이 음악을 통해 사랑하는 팬들에게 우리의 향을 전하겠다’는 NCT 도재정의 메시지가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게 와닿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NCT 도재정 [Perfume] 공식 MD 향수 & 앨범 (Box ver.)


[크기변환]3. 도재정 'Perfume' MD.jpg

 

 

앞서 글의 시작에서, NCT 도재정의 미니 1집 앨범 [Perfume]은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와 가사뿐만 아니라 앨범의 구성과 프로모션 방법에 있어서도 향수를 활용한 중심 테마의 통일성을 확실히 가져갔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활동을 시작하는 데 있어 새로운 음반이나 신인 가수를 관계자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갖는 특별 공연 ‘쇼케이스(showcase)’가 아닌, 신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 전 대중에게 이를 처음 선보이는 행사 ‘론칭 쇼(launching show)’로 컴백을 기획했듯이 말이다. 또한 공개 시향회 이벤트와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는 점을 토대로 알 수 있듯, 앨범 구성에 특히 힘쓴 부분이라면 단연 도영, 재현, 정우 세 멤버가 직접 조향한 향수 MD와 각각의 향을 테마로 시각화한 개인 앨범 제작이 아닐까 싶다.  

 

 

 

1. 도영 - February To April


 

[크기변환]4-1. MD 개인 향수 - 도영 ver..jpg

 

 

- Top: Pear

- Middle: Muguet, Rose, Jasmine, Orange Blossom

- Base: Intense Musk, Amber, Patchouli

 

 

먼저, 도영은 아득했던 겨울을 지나 드디어 마주한 봄, 비밀의 정원에서 펼쳐질 설렘 가득한 풍경을 테마로 ‘February To April’이란 향수를 제작했다. 

 

앨범 컨셉을 개인적으로 해석해보자면, 첫 번째 테마는 잉글리시 페어와 뮤게(은방울 꽃)의 깔끔한 향을 토대로 마치 바다처럼 싱그럽고 청량한 분위기를 표현한 것 같았다. 또한, 두 번째 테마에서는 자스민과 머스크의 부드럽고 섬세한 향으로 갓 세탁된 이불에 둘러 쌓인 듯한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마지막 세 번째 테마에서는 베이스 노트에 사용된 앰버의 은은함과 패츌리의 스파이시함으로 신비로움과 강렬함을 더해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세 가지 테마는 2월에서 4월로 넘어가는 계절감의 변화에 맞춰 시원하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깊어진 도영만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재현 - ?!


 

[크기변환]4-2. MD 개인 향수 - 재현 ver..jpg


 

- Top: Leafy Green, Bergamot

- Middle: Magnolia, White Rose, Lotus, Cyclamen

- Base: White Musk, Cedarwood, Amber (+leather)

 

 

이어서, ‘놀라움’이 테마인 재현의 향수 ‘?!’는 곳곳에 이슬이 맺힌 이른 새벽의 숲속에서 느낄 싱그러움과 여유를 표현했다. 

 

마찬가지로 개인 앨범 컨셉들을 순서대로 향료와 조합했을 때, 첫 번째 테마는 향의 중심이 되는 시더우드와 앰버의 짙은 흙내음을 통한 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두 번째 테마로 그 강인함을 잔향인 레더 즉, 가죽의 거칠면서도 야성적인 분위기로 이어갔으며, 마지막 세 번째 테마는 부드럽고 유연한 매그놀리아(목련)와 로터스(연꽃)에 상쾌한 베르가못을 더해 햇살의 따뜻함을 표현한 것이라 보았다. 

 

이에 재현의 개인 앨범은 야생적이면서도 산뜻한 자연의 이중성을, 남성적이고 고혹적이지만 그 무거움을 중화할 은은함까지 갖춘 재현만의 정서로 잘 다뤄낸 것 같았다.

 

 

 

3. 정우 – Mood Street


 

[크기변환]4-3. MD 개인 향수 - 정우 ver..jpg

 

 

- Top: Bergamot, Lemon, Pink Pepper

- Middle: Neroli, White Floral

- Base: Vetiver, Musk, Woody

 

 

마지막으로, ‘Mood Street’이란 이름을 지닌 정우의 향수는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향이 어우러진 눈부신 오후의 여유로운 길목을 그려냈다. 특히 정우의 개인 앨범은 ‘조화’를 테마로 하기에 앞선 두 멤버 도영, 재현의 앨범처럼 세 가지 컨셉이 확연히 구분되는 게 아니라 모두 하나의 연결선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첫 번째와 세 번째 테마는 베르가못과 레몬, 그리고 핑크 페퍼의 조화를 통해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톡톡 튀는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으며 그 사이를 화이트 플로럴과 머스크의 맑고 우아한 향을 다룬 두 번째 테마가 이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이유에서, 정우의 'Mood Street' 향수는 개인 앨범을 통해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생기가 넘치고 행복해지는 듯한, 정우만의 활력 넘치는 긍정적 분위기로 시각화 되었다는 생각이다.

 

 

 

마치며: 기억이 지닌 향, 음악으로 각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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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도재정의 유닛 데뷔 앨범인 미니 1집 [Perfume]은 향수와 음악을 모두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새롭고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어쩌면 그들이 처음 컴백을 예고하며 남겼던 ‘듣는 이의 기억에 우리의 향을 선사하겠다’는 말이 가장 효과적으로 각인된 사람은 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향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순간, 잊고 있었던 수많은 과거의 순간들로 잠시 돌아갈 일시적인 해방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과거를 돌이키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현재의 내가 떠올리지 못했던 문제의 해답을 찾을 기회가 되기도,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했던 순간들을 덧그리는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한다. 따라서, 향을 음악으로 표현해 새로운 기억으로 우리를 초대한 NCT 도재정의 첫 번째 여정이, 앞으로는 또 어떤 다양한 감각들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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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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