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기록 속에서 꺼내보는 무한한 삶

글 입력 2023.10.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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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저는 언제나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의 초창기 시민 인터뷰를 떠올리곤 합니다. 이때의 <유퀴즈>는 어떤 형식도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시민을 인터뷰하는 내용이 주된 목적이었는데요, 영상에 담긴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에는 각자가 추구하는 여러 생활방식과 그들의 가치관이 녹아있었습니다.


이 방송분은 지금으로부터 시간이 흘러도 유튜브를 비롯한 다른 매체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을 비롯해 그때의 분위기와 기억에 남는 특정인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한 사람들은 영상을 다시 보곤 합니다. 이는 방송이 주는 묘미입니다. 본인의 삶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는 과거의 행동과 기억을 환기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트인사이트를 <유퀴즈>의 시민 인터뷰와 비교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저에게 아트인사이트는 ‘기록보관소’입니다.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그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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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에디터로서 글을 기고하며 글을 쓰는 게 마냥 즐겁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양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되었던 것이 아니라 매번 저의 부족함에 직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기고하고 승인이 되기 전후로 수없이 제 글을 다시 읽어봤지만 늘 부족함이 보였고, 이내 그 부족함은 다른 글과의 비교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타인의 시선에 따라 그들이 제 글을 생각하는 방향성에만 고민하다 보니 저를 제외한 나머지를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저는 글을 쓰는 초점을 저에게 맞추었습니다. 제가 본 여러 문화예술을 기억할 목적으로, 그리고 기억에서 희미해지면 다시 꺼내 볼 생각으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집중했고 하나의 문화예술을 본 이후 제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과 더불어 중심적으로 쓰고 싶은 내용이 좀 더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제가 쓴 글들을 하나씩 읽어볼 때면 그때의 상황과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 제가 문화예술을 보고 공감한 인물의 심리, 배경 그리고 그때 저의 상황까지. 제가 중심이 되어 쓰는 글은 과거의 기억에 힘이 실릴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나아가 범위를 더욱 확장해보면 기록을 보관하는 일은 저의 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유퀴즈>에 나온 시민들이 나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어도 그들에게 공감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르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해도 자신이 미처 글로 남기지 못한 것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기록되고 보관됩니다. 자신이 쓴 글만을 꺼내 보는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글을 통해 공감하고 그 글들을 다시 보는 행위는 이 플랫폼에서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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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단순히 경험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기록까지 남기며 기억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예술을 통해 ‘무한한 삶의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한한 삶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활동은 책입니다. 저는 민음사에서 출판한 다양한 고전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고 특이한 느낌의 표지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시대를 초월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고전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삶을 사는 이들의 서사를 그립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독재정권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우울함을 표현하거나 절대자의 존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도 하는 등 여러 시대 상황과 관련해 인물의 내면과 상황을 깊이 있게 묘사합니다.


이때의 상황은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세상일지라도 인물의 처지에 공감하고 특정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어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고전 속 인물의 삶은 과거의 일이지만 그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경험과 접목시켜 삶의 지혜와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한한 삶의 동력은 오직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고전과 같이 심오하고 질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많은 것들은 모두 문화예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영화나 음악 연극과 드라마 그리고 예능까지.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기에 문화예술은 더욱더 풍부해집니다. 흔히 대부분은 여러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하지만 저는 이 말이 온전히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화예술은 경계를 나누고 구분 짓는 순간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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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다양합니다. 그렇기에 문화예술을 창조하는 생산자와 그것을 즐기는 감상자 역시 기대하는 문화예술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자는 언제나 심오하고 의미 있는 교훈이 담긴 작품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감상자는 늘 문화예술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탐구하기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틈을 내서 보고 싶은 마음, 숨은 의미를 모색하기보다는 그저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생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몇 년 전 방영해 큰 화제가 된 모 드라마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짙어지는 막장의 요소로 인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그 드라마를 본 시청자로서 처음에는 작가의 필력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요, 모교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그가 집필한 드라마의 전개 과정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작가로서 대단한 가치를 전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삶의 희망이 없이 당장 내일이라도 죽고 싶은 사람에게 드라마를 통해 삶의 낙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이 인터뷰를 본 이후에는 도리어 작가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드라마를 완성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저만큼은 매주 드라마가 방영하는 날을 기다려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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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계를 허물고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예술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인물과 세계에 대한 간접체험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유한한 삶을 무한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최대한 많은 문화예술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삶을 살아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람은 모두 한 번뿐인 인생을 살고 선망하는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 수도 없는데, 무수히 많은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문화예술이라면, 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문화예술과 함께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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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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