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을 작품을 찾았다면 - 아트 컬렉팅

글 입력 2023.09.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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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중략)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인간의 성향이 예술 작품을 소유하려는 구매욕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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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시회와 갤러리에서 작품을 접할 때는 관객으로서 전혀 낯설고 어색하지 않지만, 가끔 위화감과 이질감 그 중간의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백화점에 설치되어 있는 조각, 회사 건물 복도에 걸려있는 그림 등을 마주할 때가 그렇다. 이 건물은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사들인 걸까. 이게 보는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이 그림을 걸어놓음으로써 어떤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거라 짐작한 걸까.

 

갤러리가 작품을 거래하기 위한 장소임을 알고 난 뒤부터 궁금했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고 가격을 형성하고 값을 지불하는 걸까. 소비자들은 작품을 진심으로 이해해서 사들이는 걸까. 팬데믹을 거치며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주 연령대가 MZ세대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적잖이 신기했다.

 

예술 작품은 전부 값이 상당하지 않나. 아니면 내 예상보다 훨 낮은 가격대로도 구입이 가능한 걸까. 내 또래들은 어떤 기준을 두고 작품을 구입했을까.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것. 대체 어디서 어떻게 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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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팅 -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에서 투자로’를 통해 가장 자세히 배울 수 있는 내용은 ‘어떻게’ 작품을 구입하는지이다. 작품을 접하고 구입할 수 있는 여러 방식에 대한 설명서로서 손색이 없다.

 

갤러리, 아트페어 등 다양한 방식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작품을 구입해 본 적 없는 독자라도 손쉽게 거래 현장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첫 구매를 도전하는 사람이라도 기죽지 않게 해낼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달까. 초짜 냄새를 조금은 숨길 수 있을 것만 같다. 예술 작품 구매와 관련된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오목조목 알려주는 것은 덤이다.

 

토이 아트 혹은 판화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저자의 조언도 개인적으로 참신하게 다가왔다. 필자는 예술 작품 구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토이 아트가 무엇인지, 오리지널 판화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작품은 오직 단 하나씩만 존재하는 줄로 알아 모든 작품은 값어치가 항상 어마어마하게 높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아주 오산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진 작품의 에디션 개념 역시 알고는 있었으나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일 거라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못했기에 마치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듯했다.

 

이 책과 함께라면 갤러리 혹은 페어에서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만났을 때 큰 어려움 없이 구입 준비 단계에 착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다만, 훗날 큰 가치를 지닐 작품을 투자용으로 사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미래에 큰돈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작품을 찾는 법’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틀린 생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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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향유와 소장에 대한 욕구가 실용적인 가치로 전환되어 내게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은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달린 부분이고, 이 책에서도 안목을 키우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작품을 대하는 것은 썩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것보다 본인의 자산을 굴리기 위해 이 책을 시도하려는 자에겐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투자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책이 출판되었다는 점은 요즘 대중의 예술 작품 구입에 대한 욕구가 전보다 커졌음을 뜻하는데, 부디 공유되고 향유되어야 의미를 갖는 예술 작품들을 그저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늘지는 않았으면 한다. 해당 도서도 구매자가 향유할 수 있는 작품을 구입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토이 아트 혹은 판화, 리미티드 에디션 등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작품의 형태를 나열해 놓았기 때문에 이를 오독한 독자는 어쩌면 당장에 해당 작품들을 찾아 키아프 서울로 달려갔을 수도 있다.

 

또, MZ세대의 구입 빈도가 증가하는 현상에 동조하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구입을 시도하는 자도 없었으면 한다. 해당 도서에서 보여주는 수치와 그래프는 자세히 분석된 것이니 실제로 예술 작품의 개인 소비자 중 MZ세대의 비율이 늘어난 것은 맞겠으나 애초에 MZ세대는 모수가 훨씬 적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도 추천하듯이 전문가와 상담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원하는 작품을 소유하는 방법이겠으나, 전문가와의 상담 없이도 원하는 작품을 구입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독자들의 바람일 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타인의 시선을 무조건 따라가고 유행을 좇는 자가 아닌, 자신의 시선에 솔직하게 답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매일 아침 보아도 지겹지 않고 어느 날에는 또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된 뒤에 해당 도서를 참고하여 재미있게 갤러리와 페어를 돌아다녔으면 한다.


[예술은 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이 상상하는 새로운 것들을 창작해 왔다. (중략) 시대적 변화의 한가운데 서서 변화의 바람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흥미롭고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일이다.] (P.231)

 

 

[이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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