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집의 의미, '아트 컬렉팅 -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

작품을 모은다는 것
글 입력 2023.09.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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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유튜버 한 명이 예술 작품을 모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아트토이를 구하는 것뿐 아니라, 제법 값을 치렀을 넘버가 새겨진 프린팅 작품을 구매해 벽에 걸어놓아 두고두고 즐거워했다. 그에겐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는 긍정적인 감정과 실물 작품 자체가 갖는 인테리어적 기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돌의 포토카드, 만화의 굿즈, 프라모델같은 조립 장난감 등등. 예술 작품뿐 아니라 부쩍 많아진 다양한 분야의 수집가들도 비슷할 듯싶다. 정신적 만족감에 대단히 무게를 두고 있다.

 

<아트 컬렉팅 -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을 받아보았을 때, 나는 분명 좋아서 하는 소장과 투자 목적의 소장에 선을 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의 취향이 대중의 것과 같다는 보장도 없고, 나의 눈썰미가 남들보다 예리하다는 보장도 없으니 말이다. 트렌드를 파악해라, 일찍이 시장을 조사해라, 신진 작가를 점찍어 두고 그들의 평판을 주기적으로 확인해라 등.. 상당히 '투자적' 관점으로만 쓰일 것 같은 이 책은 그러나 내가 예상한 것과 달랐다. 저자 케이트 리는 말한다. 좋아하는 거 사세요, 트렌드가 다는 아니에요. 라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무언가를 모았다가 큰돈을 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정하고 구매한' 사람은 없었다. 작정하고 구매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불안하다. 혹시 내가 산 가격보다 내려갈까 봐 잠을 못 이룬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모으는 수집가들은 어떤가? 무언가 하나를 사면 발 뻗고 편히 잔다. 드디어 갖게 된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돈을 위해 모으느냐, 모으기 위해 돈을 쓰느냐. 어느 쪽 방향으로 예술작품을 구매하는지에 따라 컬렉팅의 재미와 운수는 달라질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 그러니까 예술 작품을 단순히 돈벌이로 여기지 말고 내게 만족을 가져다주는 작품을 모으는 것으로 컬렉팅에 입문하라는 것이 여러 번 강조되어 쓰여있었기에 나는 저자를 신뢰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일 테지만, 그 흔한 자기계발서들처럼 이래라저래라 보장되지 않은 것을 마치 보장된 것처럼 포장한 설명이나 팁 따위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품을 컬렉팅할 때 기초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들 위주로 설명이 되어있다. 컬렉팅에 방향을 잡아두는 것이 투자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의 예술적 변환의 시기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누가 소장하고 어디에 전시되어 있는지 등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점을 유의하고 이런 곳에서 정보를 얻어보아라 등. 오로지 투자만을 생각했더라면 오히려 놓쳤을 접근방식이나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와 그 의의, 거래 사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거장부터 요즘 주목받는 작가들까지도 예를 들어 소개해 주고 있다. 덕분에 작년에 개최된 <프리즈 서울 2022>가 왜 그토록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냈는지, 또 국내 미술시장이 얼마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지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컬렉팅과 투자에만 치우친 책이 아니라, 미술계의 전반을 일반인에게 소개해 주는 책에 가깝다.

 

나는 무언가를 모으는 데엔 큰 흥미가 없는 편이다. 아주 작은 것이어도 그렇다. 갖고 말겠다는 강박과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 금전적 부담, 관리의 어려움 등 시간과 마음을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컬렉팅이 단지 신경 쓸 것이 많은 까다로운 취미생활일 수도 있지만, 그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한 세상을 새롭게 알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지 소장에서 오는 만족감을 넘어서서, 어떤 분야는 인테리어 등 실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더욱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예술작품을 모으는 일은 재력가들의 취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요즘도 만연하다. 나 역시도 금전적으로 여유롭고 예술적 지식이 넘쳐야 그런데 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의외로, 일반인들도 충분히 취미처럼 구매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도 많다. 너무 난해하지 않은 작품도 많고, 재미있는 작품도 많다. 그냥 피규어나 인형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면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비재가, 그리고 서비스가 실은 예술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 삶 어디에든 예술은 존재하며, 그 존재가 우리에게 언제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안다면, 혹은 모르기 때문에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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