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리는 음악과 미술 -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글 입력 2023.09.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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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와인에 잘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하듯, 음악과 함께 미술을 맛본다면 어떨까. 반갑게도 도서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그 황홀을 고스란히 선물한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만의 음악 취향이 생기기를, 그 음악이 인생의 순간순간 여러분을 위로해 주기를, 다양한 이들과 음악 이야기로 깊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저자 이수민은 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가까워지기를 소망하며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세상에 내놓았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산뜻한 동화책을 들려주듯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과 음악의 교집합을 친절하게 전달하고, 저자 이수민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해설로 금상첨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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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의 저자 이수민은 누구보다 특별한 이력으로 삶의 여정을 채워왔다.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아 색연필과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이윽고 글까지 쓰는 작가가 되었다.


서울대학교 기악과 학·석사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우수 연주자 장학금을 받으며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그녀. 그녀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EBS [5시 뉴스]에서 클래식 공연 리뷰 코너 패널을 맡아 1년간 고정출연을 했다고. 클래식계에 라이징 스타와 각양각색의 공연소식을 꾸준히 전해온 저자 이수민이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을 읽다보면 저자만이 가진 고유한 시각과 관점이 돋보인다. 삶과 예술을 대하는 따뜻한 태도, 예술과 음악을 연결하는 창의성, 시대와 국가를 넘어 삶의 본질을 발견하는 통찰력까지. 단 한번도 연상한 적 없는 시대의 인물들을 그녀만의 ‘이음줄’로 꿰맨다.


저자 이수민은 차이콥스키의 [소중한 곳에 대한 추억 Op. 42-3] '멜로디'를 듣고서 SNS에 그림과 곡의 해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독창적인 감상평을 올리자 더 많은 콘텐츠를 요청하는 반응이 일었고, 이를 통해 음악 감상과 그림의 연결고리를 더 널리 알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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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그림에 음악 더하기]는 미술전시에 다녀오거나 인상적인 그림 작품을 본 후 작가나 작품에 클래식 음악을 매치해 글을 썼고, 2장 [이음줄과 붙임줄]에는 필연이라는 끈으로 촘촘히 엮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3장 [바이올린 세레나데]에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감상자로서 사랑하는 바이올린곡을 엮었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며 가장 놀라웠던 바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살아있는 예술가’와 세기의 운명을 바꾼 ‘전설의 예술가’를 엮어 공통점을 찾은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의 단란한 조합을 아낌없이 선물했다. 

 

최근까지 그림에 대한 해설책을 꽤 많이 본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 특정 화가 또는 그림에 대해 간략한 대표 정보를 소개하고, 작가만의 해석을 덧붙인 형식이었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사뭇 다른 전개로 독자의 흥미를 단숨에 끌었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작가와 작품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굴하여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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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심금을 울렸던 에피소드는 바로 1장, [그림에 음악 더하기]의 <오래된 사랑 이야기>다. 부제는 '김향안과 김환기 X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 

 

한국 미술 사상 최고의 경매가에 낙찰된 김환기의 최대작 <우주>는 매우 유명하다. 하지만 그에게 숨겨진 삶의 그림자와 사랑 이야기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저자는 그 공백을 따스하게 채웠다.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의 사랑 이야기를 김향안과 김환기의 결혼 생활과 연결지어 소개했다. 시대의 경계를 넘은 두 예술가 커플의 삶을 소개했다. 

 

 

“아내는 내가 술을 마시든 게으름을 피우든 아무 소리가 없다. 돈을 못 벌어오는데도 아무 소리가 없다. 먹을 것이 있든 없든 항상 명랑하고 깨끗하다. 아내는 소설을 쓰고 싶은 모양인데 나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나는 아내에게 하숙하고 있는 셈이다.”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환기미술관, 2005 



'김환기의 경매가가 얼마다.' '한국 사상 최초다.' 이런 이야기는 있어도, 김환기가 젊은 시절 얼마나 고달프고 배고팠는지는 우리들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단언하며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내세우는 금전적 가치 그 이전에, 김환기라는 한 명의 사람을 가득 채운 ‘영원의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저자는 김환기와 김향안의 말을 각각 빌려 그들이 감각한 사랑의 온도와 질감을 그대로 전달했다. 과연 그들은 지나간 삶에서 어떤 사랑을, 의미를, 고달픔을, 노력을, 기다림을, 성숙을 함께 거쳐간 걸까. 감히 금전적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차원의 이야기다. 


 

“사랑이란 믿음이다. 믿는다는 것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거다. 곧 지성이다.” 

 

- 김향안, <월하의 마음>, 환기미술관, 2005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가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표면적인 팩트, 그 이면에 가려진 컨텍스트를 ‘심금을 울리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누구나 김환기의 작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어느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지 검색을 하면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더라도 그가 어떤 온도의, 어떤 질감의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반면 이 책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무대 뒷편의 찬란한 영화를 재생한다.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수백 가지. 가장 대표적으로는 작가의 표현력과 작품의 감동을 느끼러 가는 것일테다. 하지만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작품을 완성한 작가의 진정한 드라마와 삶을 더 조명했다. 작품의 가치는 얼마, 작품은 어떠한 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식백과 같은 이야기는 조금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던 한 명의 작디 작은 사람이 직접 몸으로 겪고 살아낸 생의 조각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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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이음줄과 붙임줄>에서 ‘구스타프 옆 구스타프’도 아주 신선한 충격을 선물했다. 이번 부제는 클림트X말러X융X카유보트X에펠. 

 

아마 이름만 들어도 연상될 것이다. 이들이 ‘구스타프’라는 공통점이 있는 예술가라는 것을. 


2장은 앞서 소개했듯 필연으로 촘촘히 엮인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챕터다. 2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예술가들의 이름은 공통적으로 같다는 특징이 있다. 구스타프는 중세 슬라브어 ‘고스티슬라브(Gostislav)에서 유래된 것으로 ‘영예로운 손님’이라는 뜻이다. 유럽 북부를 통해 유입된 이주자들을 통해 유럽 전역에 해당 이름이 퍼지게 되었다고. 


이번 스토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섯 명의 구스타프 이야기를 소개했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던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로 활약한 구스타브 융, 파리를 가장 아름답게 그린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까지. 구스타프라는 이름을 가진 시대의 인물들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마치 ‘멀리 떨어진 예술 대가족’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미술사의 흐름과 역사를 일방향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들의 독특한 공통점과 교집합을 센스있게 끌어냈다. 클림트, 말러, 융, 카유보트, 에펠을 부를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구스타프'라는 사실을 재치있게 소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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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QR 코드와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사진이 동시에 있다는 것. 해당 스토리 외에도 대부분 챕터에서 음악&미술을 페어링하며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예술에 진정성을 가지는 한, 누구나 새로운 예술의 지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책을 읽고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다. 예술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죽어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내 손으로 직접 재생하고, 멈춰있는 그림을 집어 들어올리고, 이들이 조우하는 것은 바로 ‘내 손’에서 이뤄질 수 있다. 


어쩌면 저자 이수민이 먼저 그린 ‘발견의 지도’가, 먼 훗날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사랑하게 되는 강렬한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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