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외로움에 반응하는 사회 [사람]

은둔, 고립 청년
글 입력 2023.08.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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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이 잦아지면서, 세간에서 가해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가해자의 삶을 분석해서 발표하는, 이른바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터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스에서 은둔, 고립 청년을 주제로 다루는 기사를 보고 올해 초에 썼던 글이 떠올랐다.


은둔, 고립 청년은 통계청 사회조사원 자료를 기반으로 할 때, ‘동거하는 가족 및 업무상 접촉 이외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체계가 없는 상황에 부닥친 청년’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외로운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외로운 사람들은 그 어떤 사람보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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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외로움 때문에 혼자 살 수 없다. 혼밥, 혼술이 유행하던 때를 지나 우리는 머지않아 당근마켓(중고거래 사이트)이나 동네 이웃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함께 할 사람을 찾기 시작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외로움이라는 상태를 부정하고자 하지만, 정작 국가에서는 이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정말 외로운 상태는 우리가 “누구나 그래”하고 넘겨도 괜찮은 상태일까?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는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파악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는 여러 학술자료와 세계적인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인 비베크 머시가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29% 높인다고 말하며, 지역 공동체 인프라 확충과 '연결친화적' 공공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하고 이를 사회체육부 장관 겸직으로 임명했다. 이는 외로움이 각종 사고, 범죄, 자살을 줄이는 것과 직결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와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 역시 코로나19 이후 자살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켰다. 이는 국가의 책임 아래 고독에 방치된 사람을 본격 지원하겠다는 의미이며, 응답자의 68.3%가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처럼 외로움은 국가적, 사회적 문제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에서야 이러한 상황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대응으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말한 바로는 1인 가구에 대한 외로움 및 사회적 고립을 측정하는 표준 측정도구가 없어 정확한 문제의 진단이 어렵다고 하였으며, 이에 따라 맞춤형 처방에 미흡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응으로 “관계재”에 관한 연구가 대두되고 있다. “관계재”란 어떤 사람과 질적으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떤 사람과 몇 시간 있었는지 살피는 것을 말한다.

 

즉, 외로움을 측정하는 기준을 몇 시간을 타인과 함께 있었는지에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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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단순히 누군가와 있기만 해도, 외로움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좀 더 이러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범죄 가해자들의 삶을 살펴보니, 이런 사람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해서야 반응하기 시작하는 것은 매우 늦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면 외로움이 사그라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주변인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일과 같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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