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굴 속에 갇힌 이들의 격정적인 춤사위 - 베르나르다 알바

자유의 욕망을 풀어낸 플라멩코
글 입력 2023.07.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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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 베르나르다 알바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한 마을.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베르나르다 알바는 늙은 어머니와 다섯 명의 딸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가장이 된다. 죽은 남편 안토니오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가족들을 그녀의 통솔 아래 권위적인 압박과 감시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그런 중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는 약혼자 뻬뻬와의 결혼을 서둘러 준비하고, 뻬뻬의 등장에 다섯 딸들의 그동안 억눌린 본능과 욕망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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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한 민속 예술인 플라멩코가 소재가 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플라멩코에 담긴 각 인물의 욕망과 정렬의 색깔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플라멩코가 본 극의 주된 관람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먼저 플라멩코의 기원을 알고 나면 극 중 인물들의 격정적인 춤사위에 더욱 몰입해 볼 수 있다. 플라멩코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집시들과 가난한 하층류민들의 슬픔, 고통, 한, 그리고 자유 욕망의 정서를 풀어낸 민속 예술이다.


1492년, 무슬림 최후의 본거지였던 그라나다가 함락되면서 스페인 내 무슬림과 집시들이 기독교로 강제 개종당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자들은 추방되거나 산악지대의 ‘동굴’에 은신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은둔 생활을 하던 이들은 그들의 거주지인 동굴을 무대로 삼아 박해받는 이들의 절망, 죽음, 비탄의 정서를 담은 노래와 춤사위를 펼쳐 그들의 한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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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다 알바>도 마찬가지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딸들은 집 밖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음침하고 어두운 동굴과 같은 집에 갇혀 산다. 이 동굴은 가부장적인 어머니의 권위로 만들어진 검붉은 감옥이다.

 

이 감옥 속에서 딸들은 검은 플라멩코 의상을 입고 생활한다. 본래 전통 플라멩코 의상은 아름다운 꽃문양과 화려한 무늬가 주된 것이 특징이지만, 극 중 인물들은 검은 상복의 플라멩코 의상을 입고 있다. 이것은 바로 그들의 억압된 자유를 상징한다. 


반면에 극 중 치매인 노년의 어머니는 정신착란 증세로 하얀 옷을 입고 결혼을 한다며 새로운 사랑을 갈구한다. 또한 막내딸 아델라는 빛나는 초록색 드레스를 들고 춤추며 언니들 몰래 뻬뻬와의 사랑을 꿈꾼다. 


검은 어두운 동굴 속 유일하게 색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는 강압된 현실에 저항할 꿈속의 이상이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엄격한 질서 속에서 단절된 꿈은 비극적인 미래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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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박자로 구르는 발소리 또한 플라멩코의 특징이다. 땅을 둥둥 울리는 발소리와 가슴을 손으로 치는 반복적인 소리는 우리의 심장 소리와 맞춰지며 긴장된 분위기와 함께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음악 없이 그들의 몸짓만으로 만들어 낸 소리에 맞춰 춤추는 딸들의 격렬한 몸부림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베르나르다 알바>를 통해 왜곡된 사랑으로 억압된 상황에 순응해야 하는 불합리한 체계 속에서 아름답고 격정적인 몸짓의 열정으로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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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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