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냥 하는 것

글 입력 2023.07.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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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처럼 의욕에 넘쳤다 무기력에 빠져버리는 일상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을 장착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눈은 마음속 자라는 꿈들에 대해 주로 잔인한 쪽을 택한다. 중앙에 놓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각도를 재고, 크기를 측정하고, 난도질했다가 결국은 품었던 기억조차 없게 구덩이로 휙 던져버린다.


그런데도 놓지 못하고 있는 꿈 하나가 있다. 지난해부터 자라나 쭉 손에 쥐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위치에 솟아있는 것.


작사가가 되고 싶다. 매 건을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하는 형태라 매일 시간 부담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직업으로 삼기에 더할 나위 없다. 또 내가 다듬은 글이 노래 구절로 탄생해 수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불릴 생각을 하면 그렇게 짜릿할 수 없다.


동시에 내 눈에는 힘든 이유가 참 많이 보인다. 최소 8개월 이상 학원에 다녀야 주어지는 공모 참여 기회, 비싼 학원비, 현역 작사가들과의 경쟁, 그 경쟁을 뚫고 선발이 되어야만 가능한 데뷔, 이력이 쟁쟁한 사람들의 수많은 실패담…


어느 날 밤 와인 한 잔에 취기가 올라 이런저런 생각이 빠져 있었다. 또 놓지 못하는 꿈 생각이 났고, 안되는 이유를 늘어놓다가 문득 6년 전 나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그냥.jpg

 

 

첫 회사 주니어 시절,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일이 많았다. 반면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향.


그래서 아나운서 학원을 다녔다. 이것저것 따지는 것 없이 그냥 찾아갔다. “또렷하고 똑 부러지게 발표하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그다음 주부터 학원에 다녔다.


당시 사고 싶은 가방을 사려고 모아둔 돈 약 250만 원을 학원비에 썼다. 그리고 매주 주말 아침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학원에 갔다.


그렇게 3개월. 거래처 미팅 및 피티도 자연스레 이어갈 줄 아는 직장인이 됐다. 또 나름 쟁쟁했던 1, 2차 승진 면접을 뚫고 승진도 했다.


사실 가장 큰 소득은 스피치가 아닌 글쓰기에 있다. 아나운서 선생님이 일회성으로 글쓰기 특별 강의를 개설한 적이 있는데, 그 강의는 마치 머릿속에서 별이 팡팡 튀는 느낌이었다. 글쓰기의 짜릿함을 그렇게 크게 느껴본 적은 처음이다.


그 강의 후 나는 글쓰기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노트북을 켜고 짧은 에세이를 썼고, 회사에서는 자처해서 보도자료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시간짜리 강의는 내 인생에서 계속 커져 벌써 6년짜리가 됐다. 여러 업체와 기관의 기자단을 하고, 블로그와 각종 플랫폼에 글을 쓰고, 이직한 회사에서는 글 쓰는 일을 한다.


인생에 글이 가득해질 줄은, 쓰는 기쁨이 일상이 될 줄은 그때 학원을 찾아갔을 때 상상이나 했을까.


‘그냥 하는 것’에는 큰 힘이 있다. 그냥 하는 그 한 시간이 몇 년짜리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내 인생 전체가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앞뒤 재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되든 안 되든 무언가 하면 결과가 남는다. 다시 한번 학원에 찾아가 “작사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할까 한다.


꿈을 피어나게 하는 가장 큰 비결은 ‘그냥’ 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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