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매개하는 것 [음악]

글 입력 2023.07.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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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들으면 내 심장 쿵쾅쿵쾅쾅쾅 와그작 와장창>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었다. 범상치 않은 제목과 채널명, 30분 남짓의 영상 길이, 내용이 가늠되지 않는 섬네일은 도대체 이 영상이 어떤 영상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했다. 영상을 클릭하면 미국의 하이틴스러운 느낌을 가득 담은 노래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 순간 영상의 제목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기 시작한다.


해당 영상의 댓글을 보면, 이 영상이 플레이리스트 콘텐츠의 시초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 영상이 인기를 끈 이후부터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들이 더욱 자주 보이기 시작했고, 기존에 이미 업로드 되어있던 플레이리스트들도 재조명받을 기회를 얻은 것 같다.


플레이리스트는 줄여서 ‘플리’라고 불리곤 한다. 이에 따라 ‘공부할 때 듣는 플리’, ‘동양풍 플리’ 등과 같은 형태로 유튜브에 검색해 볼 수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음악만 나오는 플레이리스트, ‘뮤직비디오’와 같은 플레이리스트가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전자를 장편 플레이리스트, 후자를 단편 플레이리스트로 칭할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음악은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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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장편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짧으면 10분, 길면 10시간 이상의 분량으로 영상이 제작된다. 영상의 길이가 긴 만큼, 영상 속에서 시각적인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노래가 바뀜에 따라 몇 장의 사진이 전환될 뿐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영상이 재생되는 내내 화면을 들여다볼 수만은 없어 콘텐츠 자체에 대한 오랜 집중은 불가능하다. 대신 본인이 음악을 들으면서 원래 하던 일에 대한 집중도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종종 댓글 창을 내려볼 수도 있다.


보통 이 유형의 플레이리스트는 업로더가 댓글 상단 또는 더보기란에 타임스탬프를 기재해 둠으로써, 음악 건너뛰기 또는 다시 듣기가 가능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매우 구체적인 제목을 통해 시청자를 타겟팅하기도 하는데, 제목을 보고 영상을 클릭한 시청자들로 인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역시 이 플레이리스트의 특징이다. “거짓말, 누가 2시간도 집중을 못 해요?”라는 제목의 영상에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단 댓글이 많은 것이 그 예이다. 다양한 장르를 다룸으로써 기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멜론, 플로, 바이브 등)보다 장르적으로 확장된 형태를 띠기도 한다. 뉴에이지 음악을 비롯해 클래식, 로파이(Lo-Fi), 영화 삽입 OST 등을 들어볼 수 있다.

 

 


이거 진짜 ‘뮤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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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단편 플레이리스트는 대개 노래 한 곡으로 영상을 제작한다. 노래에 어울리는 다양한 시각적 소스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단 눈이 즐겁고,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짧은 분량 덕분에 빠르게 시청할 수 있고, 콘텐츠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높아진다.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쇼츠 콘텐츠로도 제작이 가능해 시청자 유입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위에서 말한 장편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제작자가 따로 타임스탬프를 적어둔다고 언급했었는데, 단편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제작자가 채널 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재생 목록이 있다. 한 영상이 끝나면 다음 영상이 자동 재생되도록 설정한 것이다. 대개 업로드되는 장르는 ‘팝송’이다. 음악을 배경으로 외국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을 삽입하고, 영상 하단에 가사를 해석한 자막이 들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구성이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지만, 다채로운 영상미, 한국어로 해석된 가사와 함께 노래를 즐기고 싶은 시청자들은 이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선택한다.

 

 


플레이리스트가 ‘매개’하는 것 



이렇게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히 우리에게 듣기 좋은 음악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플레이리스트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매개’한다. 여기서 알아가야 할 개념은 ‘창시적 매개’‘재창시적 매개’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창시적 매개는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고, 재창시적 매개는 기존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다.


장편 플레이리스트는 넓은 장르의 음악을 다루기에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장르와의 첫 만남을 선사해 준다는 점에서 창시적 매개를 이루어 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플레이리스트를 계속해서 듣게 될 때 재창시적 매개가 일어난다.


단편 플레이리스트에서는 음악은 원래 알고 있었을지라도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을 통해 처음 보는 영화, 드라마, 배우를 접할 수 있다. 반대로 영상 속 작품과 배우는 알지만, 처음 듣는 음악을 알게 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창시적 매개에 해당한다.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발견해 그 노래를 계속 듣게 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 그 작품의 열혈 시청자가 되고, 마음에 드는 배우를 만나 그 배우의 팬이 된다면, 그것은 (견고한 관계성이 발생한) 재창시적 매개에 해당할 것이다.


추가로 두 가지 유형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댓글 창을 통한 활발한 소통’이다. 댓글을 통해 감정과 경험의 공유가 이루어지며 사람과 사람이 ‘매개’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플레이리스트는 사람과 음악, 사람과 영화, 음악과 영화,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까지도 연결하는 콘텐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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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된 많은 제작자가 생겨났다. 점차 플레이리스트 콘텐츠 채널 간 유사성이 짙어지고 있기에 다양성을 보여야 할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라 본다. 그러나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는 K-POP의 발원지인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수 있는 팝송, 클래식, 로파이, 재즈 등의 다양한 음악에 많은 관심이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댓글 기능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 감정, 경험을 공유하며 콘텐츠를 더욱 깊이 향유할 수 있었다. 단순한 음악의 나열이 아닌, 음악이 고조됨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을 표현한 심층적인 가사 해석까지 담아내는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했다.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는 음원 저작권으로 인해 유튜브 내에서 수익 창출이 불가하다. 그럼에도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이유로 어떤 업로더는 “내가 들었을 때 좋았던 음악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고 같이 듣기 위함”에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로서의 매력을 챙김과 동시에 문화예술의 핵심적인 가치인 ‘소통’, ‘연결’을 동시에 보여준 것만으로도 플레이리스트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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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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