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주, 김창열, 물방울 [공간]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글 입력 2023.07.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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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전경.jpg

 

 

김창열은 물방울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물방울을 그리는 데에 미술인생의 대부분을 헌신했던 한국 근현대 미술가이다.

 

작업 초기에는 전쟁의 상흔에서 비롯된 앵포르멜 작업을 주로 하였지만, 1970년대 초반부터는 추상의 색면 위에 물방울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김창열 화백이 전쟁의 상흔을 표현하는 작업 과정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작가는 작업 중 우연히 캔버스 위에 분무기로 물을 분사했던 때를 회고하며, 캔버스 위로 앉은 크고 작은 물방울들의 모습이 햇빛에 비쳐 전율할 만큼 아름다웠고, 이후 물방울을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 전한다.

 


김창열 700.jpg

 

 

제주도 한림에 위치한 김창열 미술관은 김창열이 내보인 물방울에 대한 해석을 차용하여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미술관’으로 그 정체성을 구현한 곳이다.

 

지상 1층 규모의 미술관은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과 교육실, 야외 교육실을 갖추고 있으며, 제주도의 상징인 현무암의 특징을 반영하여 마치 제주의 지형이 융기한 듯한 건축물로 완성되었다. 실제 현무암이 사용된 것은 아니고, 노출 콘크리트에 검은 안료를 넣고 거푸집으로 목재 무늬를 찍어 올린 것이다.

 

내부는 간접 일광과 자연 채광을 사용해 빛과 그림자라는 공간의 특징을 살렸다.

 

특히 ‘回’자의 형태로 비워둔 건물의 중앙 공간에 마련된 김창열의 물방울을 상징하는 ‘빛의 중정’은 실히 아름답다. 관람객들은 각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통창에 비치는 자연환경과 물방울의 조화를 감상하고, 공간을 거닐면서 건축물 안에서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작가미술관은 개인 작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종합미술관이나 전문전시미술관과는 또 다른 문화적 임무를 수행한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운영의 중심이 개인 작가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중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은 경험해본 개인 작가미술관 중에서도 공간과 작품 그리고 지역의 조화가 뛰어난 곳이었다.

 

특정 작가를 위한 개인 미술관의 설치는 작가 입장에서는 예술가로서의 명예이고, 그동안 쌓인 많은 작품에 대한 수장, 보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며, 설치되는 지역에 있어서는 지역 브랜드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많은 이해관계가 수반된다.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역시 김창열이 6.25 시절 1년여간 제주에서 피난 생활을 했던 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김창열 미술관의 전시는 그동안의 김창열 전시와 별 다를 바 없다 생각될 수 있다.

 

실제로 이는 개인 작가미술관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창열 미술관의 외관이 선사하는 시각적 효과와 김창열의 물방울과 완전하게 조화되는 공간, 온전히 한 작가에게만 집중한 전시는 분명 김창열의 작품세계를 그 어디에서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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