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침과 밤을 오가는 모든 이들에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예능]

경계인을 위한 드라마
글 입력 2023.11.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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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은 처참하다. 정신병자라는 말을 욕으로 쓰는 것은 기본이고, 정신병동은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여긴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질환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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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의 이해



1화에서는 완벽한 딸을 강요받아 조울증이 발생한 환자가 나온다. 남들이 보기엔 “금수저로 엄청나게 잘 큰” 사람이겠지만 엄마가 선택한 친구, 남편, 취향으로 평생을 자라온 그는 카페에서 음료 한 잔도 고르지 못한다. 조증이 와서 옷을 다 벗어 던질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는 환자는 무언가가 부족해서, 잘나지 않아서 조울증에 걸린 것이 아니다.


누구든 면역력이 떨어지면 쉽게 질병에 걸린다. 마음의 병인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다. 잘 먹고 많이 운동하는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나? 그렇지 않다. 마음의 면역력도 무언가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높아지지 않는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걸 손가락질 할 이유도,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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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에 등장한 간호 실습생 중 한 명은 자꾸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모두가 그를 불량하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코와 귀를 막고, 빨대를 문 입으로만 숨을 쉬며 공황장애가 왔을 때의 공포감을 간접 경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는 공황장애가 있는 실습생의 상태를 물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시각화하여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한 증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타인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특정 상태도, 질병도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에 함부로 판단하거나 사실인 것마냥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3화에서는 광황장애만을 다루고 있지만, 이 화 전체가 사회 전반에서 정신 질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오해를 다룬 단편이라고 느꼈다.


정신 질환을 직접 겪어보면 절대 ‘정신병자’라는 말을 욕으로 쓸 수 없다. 많은 질환이 그렇듯 정신 질환 또한 개인의 의지와 별개로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 오랜 기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의지와 노력이 부족해서 낫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정신 질환을 앓는 이에게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병



드라마는 병실의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의 다양한 인물을 통해 계속해서 정신 질환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다은 간호사는 정신 병동으로 출근하는 첫날, 버스에서 자기 손에 대고 “하지 마, 하지 마, 왜 그래?”라는 말을 하는 남자를 보고 뒷자리로 피한다. 그 남자는 손 마디를 꺾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데, 알고 보니 같은 병원의 대장항문외과 의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강박 장애를 겪는 사람도 같은 병원에서 똑같이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과 육아로 너무 바빠 우울증이 온 줄도 모른 채 *가성(가짜) 치매(치매와 같은 증상을 보이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로 입원하게 된 환자와 그 환자를 담당한 워킹맘 수연 간호사는 비슷한 감정을 공유한다. 환자는 자서전을 쓰고, 부정적인 감정에 형광펜을 칠하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처방을 내린 의사는 수연 간호사에게도 위태로워 보인다며 자서전을 써보라고 권유한다. 그는 의사의 권유를 따르고 쉬는 날 자신을 먼저 챙기며 후에 괜찮아진 모습을 보이는데, 빠른 처방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다은 간호사의 우울증이다. 환자의 죽음으로 인해 깊은 우울에 빠진 다은 간호사는 결국 정신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병동에 들어가서도 자신이 그 정도로 우울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병을 인정하지 않고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간호사도 의사도 정신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치료의 시작은 인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치료도 이루어질 수 없다.


정신 질환은 관리의 병입니다. 무엇보다 병원에 빨리 오셔서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1화를 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말이다. 한 번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는 말로 설명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흔하게 걸리는 병이라는 뉘앙스가 담겼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저 말이 원망스러웠다. 감기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나을 수 있지만 우울증은 병원에 가지 않고는 낫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신 질환은 재발률이 높고, 꾸준히 관리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불치병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자. 아침과 밤을 오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드라마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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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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