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린 그저 우리가 됩시다 - RM의 Indigo [음악]

파랑보다 깊고 하늘보다 짙은 위로
글 입력 2023.06.1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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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색을 떠올리라고 했을 때 바로 인디고 블루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같은 파랑색을 떠올리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채도와 명도에 따라 각자가 부여하는 의미와 감정을 제각기 다르다. 누군가에겐 아련한 쪽빛이고, 누군가에겐 따뜻한 하늘색일 블루. 또 누군가에겐 헤어지던 날 밤의 남색이고, 누군가에겐 덧없는 가을하늘의 색일 블루. 이렇듯 각양각색의 파랑 속에서 누군가는 검푸른 빛, 인디고 블루를 통해 묵직한 위로를 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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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리더 알엠(RM)의 첫 공식 솔로 앨범 'Indigo'. 12월의 초입에 발매된 이 앨범에서, 알엠이 전하고자 했던 인디고 블루 색의 메세지는 과연 무엇일까.

 

 

 

1. RM - Yun 



 

 

"시커멓게 탄 심장 재를 뿌린 그 위에 시를 쓰네"

"당신이 마침내 이 땅에 남긴 것들에게

나 역시 그저 좀 더 나은 어른이길"


 

자신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수많은 불상사 속에서도, 알엠은 치밀하게 세공한 단어로 몰이해의 하늘과 이해의 바다 사이 경계선을 걷는다. 슈퍼스타의 삶과 지리멸렬한 루머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는 단어가 나아가야 하는 옳은 방향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가사를 내어 놓는다.

 

알엠은 누구보다도 비인간적인 경지가 인간의 당연한 권리가 되길 꿈꾸는 시인이다. 일종의 운동가다. 짙지만 물 빠진 청바지를 입고 벽에 기대앉은 청년은 앨범 속에서 기꺼이 우리와 사유를 나눈다. 때문에 그의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나 또한 인간이 나아가야 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꿈꾸게 된다.

 

꿈꾸자. 치열해지자. 따로 또 같이. 인간이길 고뇌하자. Yun은 끊임없이 리스너의 정신을 두드린다. 알엠이 앨범의 첫 트랙으로 Yun을 선택한 이유일 테다.

 

 

 

2. RM - 들꽃놀이 



 

 

"꿈이 나를 집어삼킬 때 

내가 내가 아닐 때  그 모든 때"

"어떤 일이 있어도 

오, 나를 나로 하게 하소서"

 

 

1번 트랙을 지나 바짝 날카로워진 정신으로 마주하게 되는 타이틀, 들꽃놀이는 평범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다짐을 응원한다. 알엠은 이야기한다. 그저 우리는 우리를 하면 된다고. 나 자신으로 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그러니까 먼저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것이다. 그 많은 공적인 마스크를 쓰고도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는 외로움과, 책임질 게 많은 위치에서 오는 피곤과, 고뇌하는 시인의 모습이 동시에 보이는 곡이다.

 

 

 

3. RM - No.2


 

 


"무수한 만일이 널 괴롭혀도 이젠 네가 널 지켜줄 거야" 

"그대여 더는 뒤돌아보지 마 어느 길이든 아쉬움 없을까"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넘버 원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기도 하고, 넘버 원 타자 다음의 넘버 투 타자가 든든하게 뒤를 지켜준다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하나다. 알엠은 특출남을 좇던 치기와, 빵 터진 풍선같은 자존심과, 우연한 선택의 끝에서 필연으로 축적된 자신을 남겼다. 그래서, 이젠 힘들었던 지날날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게 된 거다. 넘버 원 타자는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편히 쉬어도 된다는 셀프 위로를 던질 수 있는 어른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고.

 

때문에 No.2는 Indigo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정신을 바짝 깨우고, 내가 나로 살고싶게 만들고, 결국에는 지나온 발자취를 스스로 긍정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그러니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밤. 12월의 겨울이 보내는 시원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손가락을 움직여보자. 그리고 귀를 맡겨 보자. 인디고 블루는 언제까지고 그 자리 그대로 있을 테니까.

 

 

[김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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