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번 가족여행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여행]

글 입력 2023.06.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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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함께 여행을 간다. 친척들과 함께 갈 때도 있고, 부모님의 동창 모임에서 갈 때도 있지만, 꼭 한 번은 우리 네 가족만의 여행을 챙긴다. 여름에는 바다를, 겨울엔 얼음 축제를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여행 계획을 전부 짜주셔서 그거에 맞춰 다니기만 했는데, 어느덧 내가 '오늘의 가이드'로서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번 봄에는 어머니의 강력 추천으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가기로 했다. 사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렸을 적에 우리 가족은 같은 박람회에 방문한 적이 있고, 희미하게 남은 내 기억 속엔 바글바글했던 사람들과 휘황찬란했던 정원의 야경이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한 번 갔던 곳이라고 해서 다음 해의 재방문이 지겨울 것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이전에 방문했던 사람이라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추천할 만한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계획을 짤 때, 끊임없이 확장 중인 순천만 국가정원의 굉장한 규모에 “어라, 이게 이렇게 넓었다고?”라며 놀랐다. 체력이 부족한 우리 가족이 이틀에 걸쳐 다 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 보고 오지는 못했다. 그래도 대부분은 보고 왔으니, 추천 코스와 간단한 팁을 적어보고자 한다. 기준은 50~60대 부모님과 20대 자녀의 4인 가족이다.

 

 

 

1일 차: 동원 일대


 

우리는 동문으로 입장하여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언덕을 지나 독일 정원에 진입했다. 쭉 따라서 학교 정원과 멕시코 정원, 네덜란드 정원을 거쳐 가든스테이 쉴랑게를 언뜻 구경하며 스페인 정원에서 일본 정원으로 꺾어 올라왔는데, 괜찮은 코스였다고 생각한다.

 

곳곳에 앉아서 쉴 공간과 사진을 찍을 만한 공간이 보였던 점이 정말 좋았다. 장기간 걷기 어려운 사람도 충분히 쉬어갈 수 있게끔 제대로 정비된 휴식 공간(평상, 넓은 벤치, 그네 등)이 충분해 사람이 지나치게 몰리지만 않는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교 정원에 시민들의 대회 참여작을 전시해 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초소형 분재와 자그마한 정원 설계들이 엄청났다. 하나하나 앉아보고 구경하며 자그마한 공원들을 구경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서울에서는 ‘뷰’로 유명한 카페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들을 한 곳에 대여섯 개씩 모아두고 볼 수 있다니, 이 맛에 ‘정원박람회’를 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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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분재 작품들

 

 

다양한 국가들의 정원 형식을 모방에 만들어진 세계정원은 각각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 지도상으로는 엄청나게 커 보였는데, 예상보다 옹기종기 아기자기한 모습에 “이 정도면 걸어 다니기 어렵지 않겠는걸?”이라고 말했다가 어마어마한 S 헬스의 걸음 수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계절이 아직 봄이었던 탓인지 독일 정원에 꽃들이 많이 피어있지 않아 실망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꽃만 제대로 피었다면 정말 예뻤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그래도 다른 공원들은 대부분 제대로 관리된 모습이었다. 튤립이 상징적일 네덜란드 정원은 아직 튤립의 개화 시기가 아닌지 다른 꽃으로 대체한 모습이었고, 이탈리아 정원과 스페인 정원은 국가 특유의 정원 설계가 돋보이는 모양새였다. 특히 튀르키예 정원이 인상 깊었는데, 튀르키예의 역사를 소개해 둔 건물 안에 섬세한 타일을 재현해 둔 것이 매력적이었다.

 

태국 정원의 표지판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시다면 주의하시길! 자세를 낮추었다가 올라올 때 장식물에 머리를 찍혀 정수리에 혹이 났다. 눈물이 찔끔 나게 아팠던 게 4일 이상이나 지속되었으니 정말 매우 주의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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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 금지!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왔다.

 

 

국가정원식물원에서는 사실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여느 식물원 같다는 생각과 함께 ‘더운 날의 박람회에 방문한다면 무조건 중간에 들려야 하는 코스’라는 인상을 받았다. 신기했던 것은 새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시크릿 가든이었다. 정원의 미래를 제시한다는 시크릿 가든에서는 정원 생태계가 겪고 있는 위협과 이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관람객에서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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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서원과 순천만 일대


 

첫날의 강행군이 다리에 무리를 준 터라 모두 다리가 제법 아픈 상태였다. 그래서 ‘오늘의 가이드’가 준비한 것이 바로 ‘스카이 큐브’! 박람회의 서원과 순천만 일대를 이어주는 친환경 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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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큐브를 타고 가며 바라본 강변. 날씨가 좋았다.

 

 

스카이 큐브에서 내려서 갈대 열차를 2차로 타면 순천만의 갈대숲 탐방로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이 길을 구경하는 것이 제법 재미있었다. 갯벌 안에서 칠게와 짱뚱어도 찾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푸른 갈대들을 구경하는 것이 행복했다. 사진도 참 잘 나오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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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아팠던 탓에 서원의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으나, 순천만 WWT 습지를 한 바퀴 돌아보며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린이와 함께 방문할 관람객이라면, 서원의 물새 놀이터와 어린이 동물원이 있으므로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홍학을 보고 신기하다며 눈을 반짝이는 어린이들이 참 즐거워 보였다.


저녁 시간, 야시장에서 간단히 요깃거리를 먹고 박람회장을 나와 물 위의 정원을 구경하러 갔다. 야경을 열심히 둘러보고 나니 주제공연 <카이로스>가 보였다. 우연히 배우들의 입장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잘 만들어진 공연인 것이 언뜻 봐도 잘 보였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연출에 순천만의 특산물인 칠게, 짱뚱어, 그리고 박람회의 상징인 흑두루미까지 등장시켜 지역색도 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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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모음


 

만약 당신이 성수기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간다면

 

1. 햇볕을 가리고 쉴 수 있을 만한 것 챙기기 - 순천만 국가정원 내부에는 쉴 만한 공간이 정말 많다.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한 정원박람회이니만큼 노약자를 배려한 모양새인데, 문제는 그 많은 공간을 전부 채우고도 남을 인파가 몰리는 성수기이다. 당신이 노약자와 함께라면, 접이식 의자와 양산, 혹은 돗자리를 챙길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빈 들판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2.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앱 내려받기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구역별 혼잡도 상황과 관람차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정원드림호 예매 및 위치정보 또한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오래 걷기 힘든 경우 정원관람차에 탑승하여 동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략 25분이 소요된다.

 

만약 당신이 정원 식물에 관심이 많다면

 

1. 대한민국 정원 식물 전시·품평회 -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앞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정원 식물 전시·품평회는 본래 2021년부터 국립세종식물원에서 열리던 행사였다고 한다. 지나가며 바라본 여러 정원 식물들이 비슷한 듯 달라 보여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종이에 판을 받혀 든 관계자들이 바쁘게 품평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식물을 평가하는지 알고 싶다면, 대한민국 정원 식물 전시·품평회 구경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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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가정원식물원 - 본인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만,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식물원이니만큼 다양한 식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원 식물로 이루어진 식물원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국가정원식물원의 경우 바로 카페, 시크릿 가든과 이어져 한꺼번에 두 장소를 관람할 수 있다.

 

방문할 때마다 달라져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 박람회. 박람회장으로 가는 길목부터 도심 권역까지 온 신경을 기울여 조성한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공간이었다. 한여름이 지나 다시 선선할 때가 되면, 분명 달라져 있을 정원 식물들을 다시 구경하러 가고 싶다.

 

 

[박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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