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복해지는 걸 포기하지 마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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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싶은 오해가 있다. 대부분 오해인 걸 알면서도 정정하고 싶지 않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나, 가끔은 오해를 정정하게 되면 함께한 시절의 절반이 날아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가사를 곡해하고 박자를 어겨가며 멋대로 노래를 이해하는 과정도 감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는 유독 오아시스의 곡을 그렇게 듣는 편이다.
가장 오랫동안 뜻을 잘못 알고 있었던 노래는 Wonderwall이다. '없는 단어'로 제목을 지은 노래라는 점에서 이소라 7집과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Wonderwall의 가사 중에는 중간에 이런 부분이 있다.
Because maybe
You're gonna be the one who saves me
해석하면 '아마도 넌 나를 구원할 유일한 사람이야'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고릿적의 나, 그러니까 원더월을 처음 들은 나는 이렇게 들었던 거다.
Because maybe
You're gonna be the wound that saves me
'아마도 넌 나를 구원할 유일한 상처야' 라는 말-사실 잘못 들은 거지만-을 너무 좋아해서 노트 귀퉁이에다 여러 번 끄적이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상처인 동시에 구원이라니. 상처가 나를 살린다니. 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너무 천재다 하면서 흥얼거리기를 몇 년이었다는 것이다.
상처가 어떻게 사람을 구원하나 싶지만 가끔은 정말 그럴 때가 있으니까. 고통스러운 기억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라는 말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실제로 정말 그런 때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그렇지 않다고는 또 말할 수 없는 것이 기억의 매력적인 부분이겠지 싶다.
상처는 거의 대부분 아프고 대개 흉터를 남기지만 그게 또 어떤 의미로 나의 구원이 될 수 있고, 구원을 바라는 자체가 또 상처가 될 수 있고. 아마도 넌 나를 구원해줄 유일한 상처라는 말은 후자라고 생각했었다. 너는 나에게 상처지만 동시에 나를 구원해줄 유일한 것이라고. 줄이자면 사랑 정도가 되겠다.
이렇게 크나큰 오해가 풀린 것은 노래방에 가서 가사를 볼 때였는데 나는 그때 노래방에 가사가 잘못 등록된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집에 가서 찾아보니 그냥 오해한 거였다. 그래도 오해를 바로잡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가끔 이 노래가 정말 끌리는 시즌이 있다. 팬데믹 시기에 우연히 발견된 이미 해체한 밴드의 노래. 그런 모든 상황을 반석 삼아 함께 가사를 따라서 중얼거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이 있는 것이다.
그 뜻이 아닌 걸 알고 있는데도 고집있게 그냥 그렇게 듣는다. 정말 이상한 버릇이지만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슬퍼하지 말고 울지 말라는 얘기로 시작하는 노래라니, 정말 껴안고 싶은 가사니까.
내가 더 이상 여기 없더라도 꿈꾸는 걸 멈추지 말고 행복해지는 걸 포기하지 마
계속 박수치고 웃고 사는 걸 즐겨
우리가 많이 떨어져 있더라도 너는 여전히 내 마음에 살고
나는 여전히 네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거야분명 가사는 Don't stop being happy라 행복해하는 걸 멈추지 마 정도가 가장 적절할 테고 포기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는데도 이 데모가 처음 나온 2년 전부터 항상 행복해지는 걸 포기하지 마 하고 알아들었다. 사람은 정말 듣고 싶은 대로 듣는가보다. 내가 그런 말을 듣고 싶은지 아니면 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다.
기억을 정정하면 기억의 주변부도 같이 날아가게 되기 때문에 어떤 기억은 오해 그대로 남겨두는 편이 더 좋다는 걸 알고선 다시 찾지 않은 것들이 많다. 내가 기억하는 게 전부가 아니며 심지어 사실도 아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옛 추억을 들춰보며 많이 변했네 따위의 말을 건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지 않나.
잘못됐다는 걸 알아버렸지만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속이는 일은 언제나 그렇다. 어쨌든 행복해지는 걸 포기하지 마.
[김지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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