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극적 운명에서 벗어나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다 – 레드벨벳 ‘Chill Kill’ [음악]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비추는 빛이 되어 희망을 노래하는, 레드벨벳의 정규 3집 앨범 [Chill Kill]
글 입력 2023.11.25 19: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난장판이 된 집안을 정리하며 굳은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다섯 명의 소녀들.

 

오늘 소녀들은, 자매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큰 변화를 겪었다.

 

과연 그 변화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일까, 혹은 희망의 상징일까?

 

 

 


Red Velvet (레드벨벳) 정규 3집 [Chill Kill]


 

1. [Chill Kill] 자켓.png

  

 

11월 13일, K-POP 걸그룹 레드벨벳이 드디어 정규 3집 앨범 [Chill Kill]로 돌아왔다. 이는 2017년 11월 정규 2집 [Perfect Velvet]의 발매 이후 약 6년만에 찾아온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불러모았다. 이에 응답하듯 레드벨벳은 몽환적이면서도 어둡고 강렬한 벨벳 컨셉에 이어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레드 컨셉을 조화롭게 섞어내면서 다시 한번 K-POP 걸그룹 강자로서 위엄을 드러냈다.

 

정규 3집 앨범 [Chill Kill]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테마로, 다채롭고 드라마틱한 서사를 담은 10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동명의 타이틀곡 ‘Chill Kill’은 ‘고요함을 깨뜨리는 사건이나 존재’라는 의미를 담아 새롭게 조합된 타이틀로, 묵직한 베이스에 화려한 신스와 벨 사운드를 적절히 조화시켜 몽환적이면서도 극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팝 댄스 곡이다.

 

 

다시 네가 보고 싶어

죽도록 후회하잖아

...

네게 어울리는 perfect soul

다시 널 붙잡을 수 있을까?

 

 

곡 가사는 표면적으로 갑작스럽게 바뀌어 버린 연애의 서사를 보여주며 여전히 상대를 갈구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오피니언을 통해서 보다 중요하게 살펴볼 본질적인 메시지는 ‘불완전해진 삶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양면성’이다. 따라서 이어지는 문단부터는 레드벨벳의 정규 3집 앨범 mood sampler와 타이틀곡 ‘Chill Kill’ 뮤직비디오를 토대로 이들이 지닌 비극적 서사를 분석하고, 그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여정에 관한 개인적 견해를 다뤄보고자 한다.

 

 

 


레드벨벳 ‘Chill Kill’ (2023.11.13.)



2. Mood Sampler 모음.jpg

 

 

먼저,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살펴보기에 앞서 정규 3집 앨범의 주제를 관통하는 각 멤버들의 mood sampler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약 10초를 조금 넘는 mood sampler에서 다섯 명의 멤버들은 모두 비슷하게 어딘가 불안한, 혹은 공허한 눈을 한 채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다른 네 명의 멤버들과 달리 오직 웬디에게만 상대적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는 배경이 사용되었으며 마치 건물이 흔들리고 물건이 떨어져 깨지는 듯한 소음이 들린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타 멤버들의 mood sampler에서는 그저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째깍거리거나 새의 지저귐과 같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시에 고요한 소리만이 등장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는 mood sampler에서부터 이미 레드벨벳이 자매들에게 벌어질 비극 속에서 웬디가 어떠한 ‘변화,’ 즉 ‘Chill Kill’을 불러올 인물이며, 그로 인해 주어진 인생에 순응하듯 살아왔던 자신들마저 영향을 받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복선을 토대로 이어지는 뮤직비디오 해석을 함께 살펴보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학대와 억압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던 다섯 자매들의 비극적 운명



3. MV 컷 모음.jpg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이틀곡 ‘Chill Kill’의 뮤직비디오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다섯 자매들이 서로 의지하며 학대의 주범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희망을 그리고 있다.


 

고요했던 세상의 crash

Chill Kill의 등장 마치 Thunder
 

 

뮤직비디오는 지하에서 막내 예리의 생일을 축하해주던 자매들이 마치 천둥처럼 지하를 울리는 소음에 깜짝 놀라 움츠러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에 소음의 원인을 살피고자 지상으로 올라간 웬디는, 그곳에서 그녀들을 괴롭게 만들던 아버지를 죽이는 선택을 하고 만다. 이때, 뮤직비디오에서는 13일, D-DAY가 되기까지 X표를 쳐가던 달력을 스쳐 지나가듯 보여주며 웬디의 선택이 계획적이었음을 보여준다.

 

 

Don’t think about tomorrow

넌 여전히 반짝여

 

 

자신들이 계획했던 바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눈앞의 현실로 직면한 직후 자매들은 제각기 사건을 회피하려 들거나, 불안에 떨며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는 등 혼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내 맏언니 아이린이 동생들을 위로하며 중심을 잡자 이들은 다시금 한 데 모여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힘을 합치기 시작한다.

 

이후 사건 현장을 수습하고, 집을 불태우며 다섯 자매는 처음으로 그녀들을 감금하던 ‘집’과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들은 결국 광활한 도로 한복판에서 경찰차에 둘러싸이게 되는데, 그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와 함께 할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밝은 표정으로 춤을 추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끝은 홀로 굳은 표정을 한 아이린을 통해 그녀가 끝내 자매들의 죄를 뒤집어쓰고 이 모든 비극을 홀로 책임지려는 듯한 모습을 암시하면서 마무리된다.  

 

 

 

나비: 그럼에도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긍정적인 변화의 상징



4. 컨포.jpg

  

 

레드벨벳의 ‘Chill Kill’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여러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어머니를 잡아먹고 남매마저 속아 넘기려 드는 ‘호랑이’를 ‘가정 폭력과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로, 하느님에 의해 달이 된 동생이 밤을 무서워하자 해의 자리를 넘겨주며 밤을 대신 밝히던 ‘오빠’를 ‘자매들의 죄를 홀로 감당하며 행복을 지켜주려는 맏언니 아이린’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변할 거야 이제서야

눈물이 흘러 얼음을 녹여

 

 

그러나 ‘Chill Kill’에서 더 집중해야 할 소재는 바로 ‘나비’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앨범의 컨셉 포토에서부터 반복적으로 강조되어온 이 ‘나비’의 본질이, 애벌레가 번데기를 찢고 나올 때 비로소 그 진실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변화의 상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무력한 남매가 하느님에게 빌었던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사악한 존재의 단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신의 권위에 의한 권선징악’의 형태를 그려낸다. 하지만 레드벨벳은 마치 ‘나비’와 같이 자신들을 옥죄고 위협하던 악한 존재를 오직 그녀들만의 힘으로 이겨내면서 비극으로부터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굳은 의지와 희망을 다루고 있다.

 

즉,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소재로 하면서도 ‘호랑이’에게 더욱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동화 속 남매가 지녔던 근본적인 수동성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What a Chill Kill

I know you will

Bring me lightening

like a winner

여기서 널 기다려

Happy endinging으로

 

 

이는 단순한 스토리텔링 구조를 넘어서서, 레드벨벳이라는 그룹을 둘러싼 주위의 시선과 편견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레드벨벳은 새 정규 앨범이 발매되기까지 무려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면서 소속사의 포기, 그룹 해체설 등을 비롯한 각종 루머에 시달린 바 있다. 그렇기에 레드벨벳은 ‘오직 레드벨벳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돌아오며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적 억압, 즉 ‘호랑이’와 당당히 맞서 싸우고, 여태 그래왔듯 오직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10년차 K-POP 아티스트로서 happy ending으로 빛날 미래를 꿈꾸며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정성, 이것이 레드벨벳의 앞날을 응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

 

 

 

에디터 Name Tag.jpg

 

 

[박서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