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이 간직한 영원함 – NCT 127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 [음악]

존재 자체로 빛나는 이들의 넘치는 자신감을 그려낸, NCT 127 정규 5집 [Fact Check]
글 입력 2024.02.0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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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당당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건 아마도, 스스로를 향한 자신감과 확신이 가득 차 있을 때가 아닐까?

 

 

 


NCT 127 정규 5집 [Fact Check]


 

[크기변환]1. Fact Check 자켓.jpg

 


지난 2023년 10월 6일, NCT 127이 정규 5집 앨범 [Fact Check]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해당 신보는 동명의 타이틀곡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를 포함해 총 9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다채로워진 음악적 스타일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타이틀곡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는 ‘작품’과 ‘불가사의’에 NCT 127 멤버들을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존재 자체가 곧 영원한 가치임을 당당히 선언한다. 이처럼 두려움 없이 앞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강렬하고 맹목적인, 동시에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메인 신스 루프에 아프로 리듬이 더해진 댄스곡 장르를 통해 더욱 부각되었다.

 

그럼 이어서, 타이틀곡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의 가사를 토대로 NCT 127이 지닌 자부심과 ’인간과 예술의 상호 연결성 및 영원함’이라는 주제에 관해 개인적인 인사이트를 정립해보고자 한다.

 

 

 


NCT 127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 (2023.10.06.)


 

[크기변환]2. Fact Check MV 컷모음.jpg

  

 

앞서 언급했듯,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가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다. 우리를 ‘Fact Check’ 해봐도 두렵거나 문제될 것이 전혀 없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곡의 가사에서는 이러한 애티튜드를 어떤 소재 혹은 작품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을까?

 

 

깎아내려 봐도

(Glow)

싹 다 보란듯이 G.O.A.T

(G.O.A.T)

That’s my check,

Full with the facts

접어 의심 그냥 보고

Fact Check

 

 

먼저 살펴볼 부분은 1절 Verse에 등장하는 마크의 랩 파트이다. 앞서 인트로를 맡은 태용은 ‘Bad kid with a strong ego’를 언급하는데, 이는 곧 명확한 자아와 자부심으로 가득 찬 NCT 127 멤버들의 존재를 처음 언급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등장하는 마크의 파트 역시, G.O.A.T라는 수식어를 덧붙여 그들의 위치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주제의식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G.O.A.T는 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로, 본래 스포츠에서 유래되었으나 현재는 예술·과학·기술 등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라 불릴 수 있는 인물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폭넓게 사용된다. 이때, G.O.A.T는 염소(Goat)를 뜻하는 영단어와 철자가 같아 이를 활용한 언어유희가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실제로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의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마크가 염소를 안고 걸어가며 위 파트를 소화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런 연출은 그들을 끊임없이 깎아내리려 드는 안티에도 굴하지 않고 그 상황을 여유롭게 웃어넘길 수 있는 배포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I’m fine 그냥 제패

난 프레임을 깨 Like Banksy

...

걸어둬 날 루브르에

Next to the Lisa, touché

이 시간이

살아 숨쉬게 영원히

 

 

이어서 유타, 쟈니, 그리고 해찬 세 명의 파트가 연결되는 2절 Verse 역시 매우 중요하다. 먼저 집중해볼 인물은 유타의 가사에 등장하는 뱅크시(Banksy)이다. 뱅크시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신원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얼굴 없는 거리 예술가’로만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그는 2019년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약 15억 4천만원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 [풍선과 소녀]를 절반 정도 의도적으로 파쇄하며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이 사례처럼 자본주의와 상업성에 더해 전쟁, 폭력, 빈곤, 인종차별 등 사회적인 문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적극 비판하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평소 작품활동으로 기존 질서에 큰 충격을 주고 도발과 저항 주저하지 않는 뱅크시야말로 '프레임을 깨는 인물'의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쟈니와 해찬의 가사를 이어 보면, NCT 127은 이번 곡을 통해 각각의 멤버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관점에서 파리의 심장인 루브르 박물관에 그들을 전시함으로써 영원히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가사는 곧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그들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확언하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어떻게 봐도

늘 빛나는 Gem

깎아내려 봐

더 정교해질 뿐야 Babe

...

한계 따위 없어 난

날 끝없이 새겨

새롭게 피워내

Something different

모든 틀은 깨져

모든 시간 속에

우릴 숨 쉬게 할 테니까

...

작품은 나

 

 

마지막으로, 2절의 후렴구를 전후로 등장하는 브릿지 파트를 통해 그들은 이미 드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결코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해가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마치 보석과도 같은 그들은 주위의 고정관념이나 무분별한 악의를 더욱 정교한 세공으로 빛을 발할 계기로써 활용할 뿐 절대 무너지진 않을 것이며 모두에게 각인되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각오로 말이다.

 

 

 

아티스트와 음악의 상호 보완: 우리가 예술을 기억한다면, 그 속의 또 다른 우리도 영원하리라.


 

[크기변환]3. NCT 127 개인 티저샷 모음.jpg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는 NCT 127이 작업한 곡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그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이에 마지막으로, 곡과 연관 지어 분석해본 셰익스피어의 “Sonnet 18”을 통해 주제를 정리하며 이번 오피니언을 마무리하려 한다.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 declines,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d;

But thy eternal summer sha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이 시는 표면적으로, 시인인 화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녀의 아름다움을 시로 남겨 오래도록 지켜주겠다 고백하는 한 편의 로맨틱한 편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시에서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바로 ‘예술의 영속성과 시 창작에 관한 셰익스피어의 자부심’이다.

 

어떤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쇠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인간은 그 속에서 분명한 필멸자이다. 하지만 필멸의 인간은 예술을 만들고, 계속해서 그를 감상하는 주체로 작용하며 최종적으로 예술에 영원함이라는 불멸의 힘을 불어넣는다. 살아 숨쉬고 볼 수 있는 눈을 지닌 자가 있다면 즉, 소비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예술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shall’이라는 법조동사를 통해 자신의 시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유지해낼 것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자의식이자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써 더욱 강조된다.

 

이처럼 필멸의 인간과 불멸의 예술은 창조주와 피조물, 감상의 주체와 대상, 더 나아가 순간과 영원이란 순환적이고도 상호 보완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관계가 단방향이 아닌 이유는, 아무리 값비싸고 화려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를 원하는 대상이 없다면, 그 가치는 곧 소멸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를 들으며 다시 한번 아티스트와 음악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들인 노력의 결과를 사랑으로 수용하며 추억을 기록하는 팬과의 연결성을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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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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