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용감한 도피 - 델마와 루이스 [영화]

모든 이들의 도피를 응원한다
글 입력 2023.04.25 12:1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도피성 여행을 떠난 두 여자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


 

최근에 정말 재밌게 본 영화가 있다. 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이다. 무려 30년이나 된 영화지만, 여전히 이 영화를 보면 공감과 스릴과 해방이라는 불을 마음속에 지핀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현실에 지친 두 여성이 있다. 델마는 바쁜 남편을 애지중지 돌보는 아내이며 남편의 바람이자 명령에 따라 종일 집에 있는 전업주부이다. 루이스는 델마보다는 조금 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하지만 역시 현실에 찌든 웨이트리스이다. 절친인 두 여자는 잠시 현실을 잊고자 도피성 여행을 떠나버린다.

 

달콤한 일탈에 신나버린 델마는 술에 취해 한 남자와 엮이게 되고, 그 남자는 델마를 강간하려고 한다. 이 장면을 보게 된 루이스는 홧김에 남자를 총으로 쏴 죽이게 된다. 한순간에 살인자가 된 그녀들은 경찰을 피해 멕시코로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하룻밤 여행을 생각하고 떠났던 그녀들에게 멕시코는 아주 큰 산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수많은 일들을 저지르고 겪게 된다.

 

 

common-1.jpg

 

 

그리고 마침내, 한 막다른 사막의 한복판에서 그녀들은 경찰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여기서 명대사가 나온다.

 

 

"계속 가는 거야. 가자! 절대로 잡히지 말자."

 

 

그렇게 둘은 자살을 택한다.

 

 

common-2.jpg

마지막 장면의 짜릿함은 영화를 봐야만 느낄 수 있다.

당장 그녀들의 차에 올라타 그 용기와 자유에 함께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의 도피성 여행


 

많은 사람들이 ‘도피’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쓴다. 물론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단어이긴 하다. 하지만 굳이 난 ‘도피’를 나쁘게만 보고 싶지는 않다. 가끔 도피는 필요하다.

 

일 년 전 친구와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 밤 9시에 갑자기 오이도를 떠난 적이 있다. 그때 웃겼던 게,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탄 지하철이 서울대입구까지 가는 열차였고 심야 오이도행 버스가 서울대 입구역에 있었다. 지하철에서 민박집을 급하게 알아보았고, 리뷰도 많고 괜찮아 보이는 곳에 방이 없을 걸 예상하고 전화를 걸었다. 운이 좋게도 바로 예매에 성공했다. 오이도까지 가니 둘 밖에 버스에 남지 않았었다. 맘씨 좋은 버스 기사님께서는 정해진 버스 정류장이 아닌, 민박집에 걸어갈 수 있는 길에 내려 주셨다. 계획한 것처럼 모든 일들이 딱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돌고 돈다는 전에 봤던 잡지에서 나왔던 말처럼, 좋은 일이 끝까지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민박집 사장님에 잠에 들어 버리신 것이다. 새벽 두 시에 갈 곳을 잃은 우리는 급하게 근처 다른 민박집을 겨우 구했다.

 

민박집을 들어가서도 소동은 계속되었다. 가위가 없어 무인 횟집에서 산 물회 포장지를 벽에 박힌 거울을 떼고 그 거울을 지탱하고 있던 못으로 뜯었다. 순식간에 뜯긴 포장지로 방이 물회 잔치가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이불은 안전했고 친구의 옷과 바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렇게 마음 놓고 친구와 먹고 앉기까지 수많은 리스크들을 제거해야 했다.

 

 

 

모든 이들의 도피를 응원한다


 

이 여행으로 깨달었던 것은 계획 없이 충동에 충실하면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계획이 있어도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내 결론은 인생은 어쩔 수 없이 P라는 것이다. 계획이란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기에 전자에 가능성을 걸어보는 것이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이다.

 

도피도 용기이고 주체적인 의지이다. 우리는 도피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난 모든 이들의 도피를 응원한다.

 

 

common.jpg

 

 

[신유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