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당신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인터뷰해 봤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길을 쫓다 보면 지금의 내 모습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최아정 컬처리스트 당신의 내면을 파헤쳐 볼까. 레드썬.
Q.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I와 E 사이, 알 수 없는 사람, 확실한 사실은 강하다는 것!
저는 한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할 때 무언가에 빗대어 말합니다. 가령 나는 등대 같은 사람입니다. 바다 같은, 햇살 같은, 이해하기 쉬운 말로 ‘나’를 포장해서 이야기해요. 예전에는 면접용 답안처럼 단번에 어떤 사람이라고 대번에 말이 나왔는데 사실 제 안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요새 MZ 세대는 ‘네 성격 어때’ 보다 ‘MBTI 뭐야’로 사람을 파악한다는데 저는 INFP예요. 그런데 E 기질도 있고, 어쩔 수 없이 형성된 J 기질도 있어서 주변에서 잘못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곤 해요.
최근에 '강하다, 독하다, 끈질기다'는 말을 줄곧 들었어요.
아픈 강아지 병수발을 육 개월 정도 드는데 이상하게 주변에서 강아지보다 저를 걱정해요. 꽤 많은 약을 먹여야 돼서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야 되고 컨디션 체크를 하고 밥을 주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요. 매일 반려견 상태를 기록하는 노트를 쓰고 확인하고 궁금하면 공부하면 해가 져 있어요. 신기하죠.
사람들은 삶을 포기하고 강아지 케어에 올인 하는 거 아니냐, 네 커리어가 걱정된다고 걱정섞인말로 조언하곤 해요. 그 또한 제 선택이니까요. 어떤 사람은 제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말을 했어요. 저는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끝까지 하는 편이에요.
제 마음이 가는 곳이 강아지 케어 라면 그 또한 해야 했어요. 저번달은 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어요.
얼마 안 남은 시간이라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시간들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Q. 당신은 글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받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귀가 있어요.
"중요한 것은 감동을 받고, 사랑하며, 소망하며, 요동하며 사는 것이다” - 로뎅
지금 살고 있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글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특별하고 튀는 걸 써야 주목받는 줄 알았어요. 많이 착각했던 거죠. 그래서 ‘경험 앞에는 장사 없다’가 이럴 때 쓰이는 말인가 봐요(웃음)
모든 일상의 사소한 하나하나가 큰 울림을 주니까 나와 함께한 물건, 사람들, 공간이 특별해 보이고 하루가 감사해요.
Q. 주로 어떤 장르의 글을 쓰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나요?
편식 No, 따로 글에 대한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고등학교 때는 줄곧 시를 썼고, 성인이 된 후 직장을 다니며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한참 브런치를 썼어요. 일기처럼 제 안에 있던 얘기를 풀어내다 보니 감정이 자연스레 환기되더라고요.
그렇게 무료하게 지내다가 뭔가 새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 있길래 야근하며 틈틈이 지원서를 썼어요.
이직할 때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뭔가 예술은 여기까지다 라고 규정되어 있지 않은 자유로움이 좋았어요. 또 서적이나 전시회 등 새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세상을 볼 수 있는 견문이 넓어졌어요.
현재는 에디터 활동 후에도 꾸준히 컬쳐리스트 활동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예능 리뷰는 물론 트렌드, 문화에 대해서도 쓰지만 요즘에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터라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Q. 그동안 글과 관련된 직무를 하며 보람찬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그동안 결은 다르지만 모든 중심엔 글이 있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함께였습니다. 첫 직장을 웹기획으로 시작해 화면 해설작가, 마케팅 에디터, 유튜브 및 방송대본 등을 쓰기도 했고, 화면 해설작가를 할 때는 녹음도 병행하며 멀티로 일을 했습니다.
일은 일, 직장에서 만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회사마다 연락을 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직장동료를 넘어서 친구, 언니로 남은 소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게 버팀목 역할을 해준 건 결국 사람들이 아닐까 싶네요.
Q. 미래의 독자들, 혹은 아트인사이트에서 이 글을 읽을분들께 한마디!
어릴 때는 멋진 타이틀을 갖고 싶은 반짝이고 싶은 사람이었다면 삼십 대가 된 지금 저는 내면을 이야기하는 진중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왜 글을 쓰냐고 물으신다면 고등학교 때는 좋아서 썼고, 지금은 저를 말하고 싶어 씁니다.
쓰다 보니 일이 되기도 했고, 가끔 회사 면접을 보면 제 성격이 지나치게 솔직할 때가 있어 창작글이 좋냐 VS 글 에디팅이 맞냐라는 질문에 창작 글이 맞지만 현실과 타협 하기위해 에디터를 했다고 한적도 있답니다(웃음)
훗날 가까운 미래가 다가와 이 글을 다시 열어보게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