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줄리 앤 줄리아 - 대학생의 마감과 생활 그리고 연애와 일기 [영화]

글 입력 2024.04.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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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이라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동력이 됨에는 분명하다. 비록 그것의 존재가 하루 종일 마음을 아래에서 위로 짓누르고 있는 기분을 주더라도. 데드라인은 인생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가령 9시까지의 출근 시간, 10시까지 가야 하는 과외 아르바이트처럼 나에게 입금된 돈의 책임감과 계약 관계로 인해 만들어진 데드라인이 있다. 그런가 하면 영어 회화 학원의 수업 시작 시각, 이미 결제해 버린 자격증 시험의 다가오는 디데이처럼, 내가 지불해버린 돈과 그 돈을 지불했을 과거의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만들어진 데드라인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처럼 많게는 수십 가지의 데드라인으로 이뤄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짧은 20여 년 동안의 내 인생을 반추해 보면 내게 주어진 마감을 수월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치열한 입시전쟁의 늠름한 용사로 살아내야 했던 나는 아침 공부를 하기 위해서 매일 오전 5시에 기상을 했다. 그리고 여간 피곤하지 않은 이상, 4시 55분과 58분쯤이 되면 심장이 덜컹거리며 눈이 떠지곤 했다. 듣기 싫은 자명종 소리가 울리기 전에 얼른 일어나야 한다는 뇌의 작용이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5시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학교에 늦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정해놓은 그 마감을 마치 강박처럼 마음 졸여가며 지켜냈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서 결국 늦어버린다고 말하는 사람을 오히려 예쁘게 바라보게 된다. 아! 이 얼마나 수월한 마음 씀씀이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란 말인가,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며.

 

하지만 나름대로 유명한 대학교의 학생이라는 신분을 얻어낸 이후로 내가 만든 나만의 마감을 열심히 지켜내던, 새파랗게 내 안에 존재하던 열정이 일렁이다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느 날은 불안한 마음이 추위에 파래진 손끝처럼 스며들어와, 학회든 공모전이든 또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가도 다 집어치우고 누워서 도파민이나 뿜어내며 단지 그 시간을 채워 넣고자 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열심히 독서라도 하고,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싶다가도 당장 눈앞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일들을 시작하기가 겁이 날 때도 많다. 내 안의 말들을 기록이라도 해두자, 일기라도 써두자, 라고 다짐하다가도 유치하고 미성숙한 나의 글 자체를 마주하기가 무서워 금세 그만두는 일도 부지기수다. 마치 고백한 적은 없지만 차이는 사랑과도 같이, 실패한 적은 없지만 쌓여가는 내 안의 작고도 무수한 실패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이처럼 내 안의 우울함을 풀어내고 마치 파란색 인간인 것처럼 글을 써대곤 하지만 따뜻한 노란색 빛을 찾아서 나를 끄집어내고자 하는, 스스로를 애정하는 류의 인간인 것이다. 어릴 때 본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영화를 다시 틀어본다.

 

'Juli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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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포스팅할 요리를 매일 매일 만들어내는 줄리. 그런 줄리와 투닥투닥하는 남편의 모습이 신혼같아 예쁘다

 

 

줄리는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전화 상담원이다. 현실과 꿈이 다르다고 해서 일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911 테러의 희생자 가족과 통화를 하며 진심 어린 눈물을 훔치며 상담을 해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그녀의 성정이 드러난다. 그녀가 글쓰기 이외에도 좋아하는 것은 요리하는 것이다. 좁은 부엌에서 능숙하게 요리하는 요리하고 싶게 만든다. 싶게 만든다. 요리를 즐기는 그녀가 최고로 동경하고 아끼는 요리사는, 이름도 비슷한 줄리아 차일드이다.

 

줄리아의, 셰프가 없는 미국인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의 524개의 레시피를 365일 동안 만들고 그날그날의 일상과 함께 매일 포스팅하는 블로그를 시작한 줄리. 잔소리하는 엄마와, 잘나가는 대학 동기들 사이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줄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365일 간의 매일 매일의 데드라인인 셈이다. 그리고 영화는 50년대의 프랑스에서 미국인 여성으로써 르코르동블루에서 요리를 배우고 소스부터 근사한 일품요리에 이르기까지 미국인을 위한 요리책을 만들어 나가는 줄리아의 모습과, 소소하지만 시끌벅적한 일상을 살아내며 매일매일 2, 3가지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만들고 이를 기록하는 줄리의 모습을 계속해서 교차해 보여준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며, 극 중에서처럼 실제로 줄리는 해당 블로그로 인기를 얻으며 작가로 데뷔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어쩌면 내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이 영화를 다시금 찾아서 본 것 역시 이런 기분 좋은 성공 스토리를 간접 체험하고 꿈을 꾸고 싶어서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어쩌면 바보 같을 수도 있는 나만의 데드라인을 만들어서 이뤄나가는 작은 성취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 그러고 싶어서, 라는 대답 말고는 그 어떠한 실용적인 목적도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데드라인을 지켜나가는 바보가 되고 싶다랄까.

 

중간고사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의 시점에서 실용적이지 않은 데드라인을 정하는 아찔하기에 그지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인생에 빛과 소금과 같은 풍미를 더해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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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의 마지막 날, 성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고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는 줄리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You are the butter to my bread and breath to my heart.”

(당신은 내 빵의 버터고, 내 마음의 숨결이야)

 

남은 4월 한 달 동안 매일 매일 꾸준히 일기를 다시 써보려고 한다. 왜 하필 데드라인 미션으로 흔하디 흔한 일기를 쓰느냐. 사실 새로이 시작한 연애와도 관련이 있다. 새로 만나게 된 친구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매일 일기를 쓴다는 점이다. 벌써 1년이 넘게 쓰는 그의 일기는 그의 성격답게 담백하고 미사여구 하나 없이 간결했는데, 그 점이 너무도 그 애다워서 좋았다. 그리고 나도 다시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아주 짧아도 좋으니까, 진심을 담아서 나의 22살의 4월을 기록하고 싶어졌다랄까.

 

언젠가 본 이슬아 작가의 강연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 “글쓰기는 마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게으른 마음은 무엇인가를 대충 보고는 금세 그것으로 판단하곤 한다고. 하지만 글을 쓰게 되면, 무심히 지나쳤던 것도 유심히 보게 되고 보다 부지런하게 마음을 쓰게 된다고 하더라. 내 삶과 일상에 대해서 복기하고, 글을 쓰고 부지런한 마음을 가지고 그 부지런한 사랑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에게 다시 한번 되돌아와 전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과제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올 듯하다.

 

4월 한 달, 부지런하게 공부하고, 기록하고, 사랑하자!


 

[김정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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