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웃으면서 극장을 나서는 뮤지컬, ‘맘마미아!’

글 입력 2023.04.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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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뮤지컬을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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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맘마미아!> 공연 사진 (출처: 신시컴퍼니)

 

 

워낙 유명해서 이미지가 실재를 압도하는 작품이 있다. 감상한 적이 없는데도 몇몇 장면과 분위기가 잘 알려져 있기에 아는 척하기 좋고, 그래서 안 봐도 본 것 같은 작품. 고백하자면 내게는 <맘마미아!>도 그런 작품이었다. 엄마가 ABBA의 음악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가사를 다 외울 정도로 들어왔고, 영화 <맘마미아!>는 채널을 돌리다 보면 흔히 보였다. 2018년에 개봉한 <맘마미아!2>는 극장에서 보기도 했다. 정작 뮤지컬로 <맘마미아!>를 본 적은 없으면서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고 시작을 알리는 ‘Mamma Mia’의 선율이 귀를 울릴 만큼 큰 소리로 흘러나올 때야 깨달았다. 내 머릿속에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뮤지컬 <맘마미아!>가 사실은 흐릿한 이미지일 뿐이라는 걸. 음원으로만 듣던 넘버가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기타 소리와 함께 배우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자 소름이 돋았다. 그동안 뮤지컬이란 내용도 넘버도 잘 모르는 채 봐야지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작품도 실제로 보면 이렇게나 다른 느낌을 준다.


영화 <맘마미아!>가 영화의 장점을 살려 도나가 사는 섬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냈다면, 뮤지컬 <맘마미아!>는 뮤지컬만 보여줄 수 있는 현장감을 잘 활용한다. 앙상블이 함께 등장해 군무를 보여주는 넘버에서 그 현장감은 더 두드러진다. 1부의 ‘Money Money Money’와 ‘Gimme! Gimme! Gimme!’, 2부의 ‘Under Attack’이 대표적이다. 특히 2부를 여는 ‘Under Attack’은 오직 뮤지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넘버로, 소피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악몽을 조명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춤추는 그대는 댄싱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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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맘마미아!> 공연 사진 (출처: 신시컴퍼니)

 

 

<맘마미아!>는 크게 엄마 도나의 이야기와 딸 소피의 이야기로 나뉜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나의 이야기다. 


과거에 뜨거운 사랑을 했던 도나는 이제 스무 살이 된 딸의 결혼식을 앞둔 중년이다. 아름다운 섬에서 호텔을 운영하며 사는 도나는 젊을 때 꿈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꿈은 실현되는 순간부터 급속히 현실에 편입된다. 호텔을 운영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매번 새롭게 나타난다. 여기에 소피의 결혼식까지 더해지니 도나는 정신이 없다. 현재 도나의 심정을 잘 나타내는 넘버가 ‘Money, Money, Money’이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돈이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 도나에게 찾아온 옛 친구들과 과거의 세 남자는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여러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고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치한 포즈로 찍은 옛날 사진을 청소 중 발견한 사람처럼, 그때 그 시절의 노래와 감정에 도나는 멋쩍어한다. 망설이는 도나의 등을 떠미는 것은 오랜 친구들이다. 이때 부르는 넘버가 바로 그 유명한 ‘Dancing Queen’이다. <맘마미아!>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넘버는 과거를 추억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춤추는 우리를 긍정한다. 


'Dancing Queen'을 부르는 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춤출 수 있는 ‘지금’이다. 어차피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니까 내일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하루라도 더 젊다. 어제와 비교하며 낭비하기에 오늘은 너무 아까운 날이다. 춤추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일단 춤춰야 한다.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ABBA의 명곡은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음악이 된다.

 

 

 

진짜로 원하는 걸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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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맘마미아!> 공연 사진 (출처: 신시컴퍼니)

 

 

한편, 세 남자를 이 섬에 초대한 장본인인 소피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는 아빠를 찾아 함께 결혼식장에 입장하면 모두 다 잘될 거라는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서서히 깨닫는다. 사실 소피는 결혼식을 원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뿌리를 모르고 살아온 소피는 아빠를 찾고 공인된 가정의 틀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식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러므로 <맘마미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소피가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소피는 도나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속 모녀갈등은 보수적인 엄마와 자유분방한 딸의 대립으로 그려지지만, <맘마미아!>는 조금 다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소피를 키워 온 도나는 소피가 왜 그렇게 결혼을 서두르며 결혼식의 형식적인 부분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다. 소피는 소피대로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가 자랑스러우면서도 아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데 불만을 품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식 전 ‘Slipping Through My Fingers’를 부르며 비로소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도나에게 초점을 맞추면 <맘마미아!>는 춤출 수 있는 지금이 바로 청춘이라고 말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좀 더 멀리서 바라보면 이 작품은 모녀가 사회적 시선과 가치관에서 벗어나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로도 다가온다. 스무 살 딸을 둔 여자가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 젊은 여자가 결혼해서 정착하는 대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전통적으로 환영받는 행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녀의 모습은 뮤지컬이 시작할 때 소피가 읊조리던 ‘꼭 해야 할 일이 만약 있다면 실패한다 해도 해보는 거야!’라는 가사와 연결된다. 


*


<맘마미아!>의 커튼콜은 다른 공연에 비해 유독 길고 흥겹기로 유명하다. 특히 관객이 다 같이 일어나 커튼콜을 즐기는 것이 <맘마미아!>의 유구한 전통이다. 이번 커튼콜에서도 야광봉을 들고 무대를 즐기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현실에서 개개인이 도나와 소피처럼 진짜로 원하는 바를 찾아내고 그걸 얻기까지는 뮤지컬과 달리 지난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실이 다 <맘마미아!>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며 춤추고 웃었던 기억, 거기서 얻은 에너지가 한 번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극장을 나오며, 내 옆에 있던 사람이 공연을 보고 이렇게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선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게 유독 기억에 남는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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