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선 '그들'이 아닌,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 맘마미아! [공연]

글 입력 2023.04.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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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꽃다발을 들고 그리스의 반짝이는 물결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맘마미아!>의 영화 포스터 이미지다. 그 이미지를 보고 있으면, 극 중 나오는 세계적인 팝 그룹 ABBA의 음악이 자연스레 떠오르며 가사를 읊조리게 된다.


뮤지컬 영화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맘마미아!>는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결혼을 앞둔 신부 소피가 결혼식에 입장할 아빠를 찾기 위해 엄마 도나 몰래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를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그렸다.


스토리라인이 전개되는 주요 발단은 완벽해야만 하는 소피의 결혼, 아빠의 부재로 인한 일명 아빠 찾아 나서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극의 전부는 아니다.

 

발단에서 시작된 수많은 사건, 그 안에 담긴 감정과 대사 하나하나는 그리스의 국경을 넘어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뻗어간다. 마음속 깊이 깃든 다채로운 메시지는 <맘마미아!>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콘텐츠로 자리할 수 있도록 중요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올해 3월 24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2023 뮤지컬 <맘마미아!>는 오랜 사랑을 받아온 극의 매력을 다시금 전하기 위해 코로나19 시기를 극복하고 관객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맘마미아!>를 기억하는 이들과 새로이 발걸음을 한 관객에게 3월의 봄날 같은 따스함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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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을 가득 채우는 ABBA의 음악이 라이브로 울려 퍼지며 극의 시작을 알린다.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2~3분 정도 흘러나오는 음악은 무대를 향한 기대감을 조성한다.

 

막이 오르며 아름답고 눈부신 그리스의 어느 날이 펼쳐지자 그곳은 무대가 아닌, 누군가의 삶으로 자리한다.

 

삶이 그러하듯, 그리스의 멋지고 황홀한 풍경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게도 저마다의 고민과 불안이 있다. 주인공 소피 역시 결혼을 앞둔 행복한 그녀이지만, 결혼식 때 손을 잡고 입장할 아빠의 부재가 여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며칠 남지 않은 결혼식에 대한 고민은 빠른 행동으로 이어진다. 엄마 도나의 일기장에서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를 찾아 그들을 초대하고 만다. 그 장면을 지켜보며 아빠의 오랜 빈자리가 과연 채워질 수 있을지, 소피가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며 걱정했다.


아빠로 추정만 했던 세 남자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 소피는 더 적극적이고 당돌하게 아빠 찾기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세 남자와 도나가 맞닥뜨리며 극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소피의 아빠 이전에 도나를 사랑했고 추억을 간직해오던 이들이 오랜 세월 끝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 반가움, 그리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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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정의 복합체는 넘버 < Mamma Mia >에서 잘 표현된다.


공연이 시작되고 처음 나오는 넘버이자 작품의 정체성을 담은 곡이기에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었다. ‘다시 또 보니까 생각나네, 다시 또 보니까 좋아지네’라는 가사처럼 도나의 당혹스럽지만 지난 그리움이 해소되어가는 과정을 재치 있고 유쾌하게 풀어내 쌓여있던 감정이 해소되는 기분이기도 했다.


소피의 깜짝 초대가 도나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면서도 지난날의 소중했던 추억임을 도나 역의 신영숙 배우의 몸짓과 표정, 목소리에서 오롯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세 남자를 한 명씩 대면하는 상황에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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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와 옛 추억을 회상하며 부르는 듀엣 < Our Last Summer >은 지난 여름날 강을 따라 걷고, 에펠탑 옆 잔디밭에 앉아 여행하던 그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아빠의 유력 후보인 샘과 마주해 부르는 넘버 < The Winner Takes It All >은 엄마가 아닌 오직 도나 자신, 한 여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외치는 듯했다. 그를 떠나야만 했던 상황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담담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풀어낸다.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앞둔 딸 소피와 달리, 도나는 사랑의 결실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다 결실의 주체인 사랑했던 이들을 다시 마주하면서 사랑받고 싶은 숨겨왔던 마음을 폭발적으로 드러낸 듯했다.

 

누군가의 엄마로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표출하는 씬은 도나에게 싹튼 감정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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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정을 응원하는 이들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도나의 친구인 타냐와 로지도 그녀의 감정을 추스르고 북돋아 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세 인물의 우정은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흥겹게 춤추며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이겨내자는 용기를 준다.


인생은 멋지고, 우리는 댄싱퀸이며, 신나게 춤추자고 말하는 넘버 < Dancing Queen >은 도나와 타냐, 로지의 우정을 잘 보여준다. 도나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두고 보지만 않고 그녀의 잠식되어 있는 감정을 끌어올리려 노래 부르는 타냐와 로지의 합창은 어느새 도나를 웃게 만들고, 신나서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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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힘 덕분이었을까, 도나는 염려 가득했던 모든 고민을 해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해간다.

 

< Slipping Through My Fingers > 넘버를 통해 아빠가 아닌 엄마와 신부 입장하고 싶다며 “난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라고 확신에 차 말하는 소피의 진심 어린 마음을 듣게 된다.


모녀 사이에 품고 있는 사랑과 뭉클함, 도나가 소피를 홀로 키우면서 살아온 삶의 과정이 노래 가사에 함축적이지만 뚜렷하게 담겨 있었다. 뮤지컬이 끝난 후에 이 넘버를 다시 들을 때면, 또다시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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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메시지는 반전이 있는 결말이었다.

 

소피의 결혼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소피의 결혼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아빠를 찾고자 했던 뚜렷한 목표보다 더 값진 깨달음을 얻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사랑의 마무리가 아니라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깨달음을 얻은 순간, 그녀는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행동한다. 당장 결혼보다 사랑하는 연인 스카이와 그리스 너머의 세상을 발 닿는 대로 여행하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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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지지하고 응원해준다. 아무도 그녀의 선택에 반기를 들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없다. 연인 스카이도 소피의 선택을 믿고 따른다. 그리스의 햇살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도나는 오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결실을 맞이한다. 바로 소피가 선택하지 않은 결혼식장에서 도나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모두 축하해주고 손뼉을 치면서 함께 춤을 추고 노래 부른다. <맘마미아!>의 힘찬 제목처럼, 모든 이들은 활기차게 예식장에서 웃고 떠들며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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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는 단순한 메시지를 담지 않는다. 여러 인물 간의 관계와 그 안에서의 사랑, 갈등, 해소 등 여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상황과 감정에 주목한다.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대사와 노래가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공연을 보며 <맘마미아!>가 놀라운 기록과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낼 수 있었다. <맘마미아!>는 낯선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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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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