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 [드라마/예능]

'돌고래유괴단'의 광고 속 프레이밍을 중심으로
글 입력 2023.12.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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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돌고래유괴단과 뉴미디어 시대의 광고



돌고래유괴단은 2007년 CEO 신우석을 중심으로 조직된 미디어 제작 기업이다. 이들은 영화 ‘고래먼지’와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OMG’, ‘Ditto’를 제작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광고 분야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돌고래유괴단은 2018년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금상을 수상, 2018년에 New York Festival 필름부문에서 동상을 수상, 칸 국제광고제에 광고를 출품하는 등 광고 부문에서 국내외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더불어 그들이 제작한 광고의 파급력 또한 지대하여, 이병헌 등과 촬영한 브롤스타즈 광고는 1탄, 2탄, 3탄 모두 유튜브에서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김강훈 등과 촬영한 그랑사가 광고도 1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돌고래유괴단이 혁신적인 광고를 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광고가 본론과 본론 사이에서 건너뛰어야 할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수고, 광고를 일부러 찾아봐야 하는 콘텐츠로 변모시켰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돌고래유괴단은 사람들이 광고를 건너뛰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략을 구축했으며, 사람들이 광고를 찾아보게 만들기 위해서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전략을 구축했다. 그러므로 해당 글에서는 돌고래유괴단이 활용한 혁신성 전략을 이목 집중, 공감대 형성이라는 두 측면에 기반하여 광고를 이해하고, 더불어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돌고래유괴단 광고의 특징



돌고래유괴단은 뉴미디어 시청자들의 특성을 잘 활용한 광고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의 시청자들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졌기에 길이가 긴 영상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전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화된 시간 안에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유튜브, 넷플릭스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마다 광고들이 난무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이미 광고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다. 그래서 현대의 시청자들은 웬만한 광고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이를 번거롭다고 여기기 일쑤다. 


이에 돌고래유괴단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광고에 관심을 가질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시청자의 집중도가 광고 후반부까지 지속될지에 관한 전략을 수립했다. 고민 끝에 이들이 선택한 결론은 3세대 콘텐츠 산업 중 이종 콘텐츠 간 융합을 활용하여 브랜디드(Branded) 콘텐츠로서의 광고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때 브랜디드 콘텐츠란 광고를 스토리텔링 영상 콘텐츠의 형식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이는 시청자들이 재미의 요소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광고 대상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장점을 지닌다. 


아래 표에 제시된 바와 같이 돌고래유괴단이 제작하는 모든 광고에는 구체적인 플롯이 내포되어 있다. 그로 인해 각 광고는 단지 상품 설명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일종의 오락용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더불어 돌고래유괴단은 화려한 라인업의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시청자가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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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돌고래유괴단은 시청자가 광고를 지속적으로 찾아보게 만들 전략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사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때 돌고래유괴단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주 타겟층은 직장인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돌고래유괴단의 광고에서 많은 비중이 직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가나 고위 임원의 입장보다는 일반 직원이나 신입사원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풀어간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직장인이 직장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유쾌하게 풀어내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었다.


 

 

돌고래유괴단이 만들어내는 프레이밍



그러나 돌고래유괴단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려는 과정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바로 기업가나 고위 임원에 대해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할 우려가 있는 담론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위에 등장하는 네 가지 사례는 모두 직장 내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서술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더불어 이 사례들은 누굴 선인으로 규정하며 누굴 악인으로 규정할지에 대한 논의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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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 번째로 분석할 사례는 감탄팬츠(2017)이다. 감탄팬츠(2017)의 주된 플롯은 사회초년생들이 직장에서 긴 바지를 입어야 하는 관행에 불편을 느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본 상사에 의해 복장을 사유로 해고되거나 면접에서 불합격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광고에서는 오버워딩을 통해 구성원들 사이의 생각 차이를 부각하고 있다. 오버워딩이란 유사한 의미의 언어를 지나치게 반복하는 것으로, 해당 광고의 경우 편안함, 자유, 해방감, 가벼움이라는 긍정적 속성의 언어가 편견, 구속, 답답함, 권위, 무거운 복장이라는 부정적 속성의 언어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때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각각의 어휘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다. 감탄팬츠(2017)에서 전자의 단어들은 청년층의 자유로움을 표현할 때 활용되었으며, 후자의 단어들은 중장년 고위층의 갑갑한 관행을 표현할 때 활용되었다. 이와 같이 광고는 의도적으로 중장년 고위층에게 부정적인 텍스트를 부여함으로써 시청자가 고위 임원들의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고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대 간, 직급 간 갈등을 조장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가나 고위 임원에 대해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담론은 돌고래유괴단의 다른 광고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일례가 엄마를 찾아서(2021)에 등장하는 회장의 모습이다. 엄마를 찾아서(2021)는 광고감독 송중기가 자신이 제작한 광고를 맘스터치 직원들에게 pt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때 그가 제작한 영상은 마치 아침드라마의 한 장면을 가져온 것처럼 자극적이고 무게감이 없기에, 젊은 직원들은 당황스러워하며 그의 광고에 반대한다. 그러나 전무와 회장이 해당 광고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직원들도 권위에 못 이겨 송중기의 광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권력의 압력은 극단으로 치달아, 급기야 회장이 ‘감자튀김과 치킨은 한식이다’라는 비이성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되더라도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못한다. 결국 엄마를 찾아서(2021)는 직원들이 제시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지배적 위치의 권력자에 의해 비상식적인 내용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집단성의 병폐를 보여주고 있는 광고라고 분석해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가의 모습은 공공대작전(2021)에서도 드러난다. 광고의 플롯은 다음과 같다. SSG의 대표가 마음대로 광고 모델들을 해고하려 하자, 이에 부당함을 느낀 공유와 공효진이 대표를 납치하고 기업의 상품들을 엄청난 혜택으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이때 기업가는 계속해서 이들의 공익적인 행동에 반대를 표하는 인물로 제시되며, 결국 이는 기업가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존재이며 또한 필요에 따라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하는 존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유사한 사례로 광고라서 미안해요 정우씨(2022)에서도 자신의 실책으로 영상을 잘못 만든 제작자가 배우를 이상한 방식으로 동원하여 영상을 망쳐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때의 제작자는 무책임하며 비이성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결국 고위 임원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이밍은 돌고래유괴단의 여러 광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직장인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타겟팅하여 이들이 사회생활에서 느낄 불만 사항들을 다루고자 한 의도는 광고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돌고래유괴단이 만드는 담론 속에서 고위 임원들은 직원들 위에서 군림하며 자신의 멋대로 일을 처리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는 점에 대해 고려해봐야 한다. 이러한 프레임을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이것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처럼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가며


 

그러나 돌고래유괴단의 광고가 지니는 문제에 대해 돌고래유괴단측만을 비난할 수는 있을까? 돌고래유괴단은 제품의 홍보라는 본 목적에 충실하고자 주어진 법망 안에서 사람들에게 각인될만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법망이었다. 위와 같은 광고가 제작되어도 이에 대해 재고를 요청할 권한을 지닌 제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에는 10가지 방송 장르에 대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세부 지침이 드러나 있지만, 이때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각 공영 방송사에서 발표한 방송 가이드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기존의 방송법에서는 광고를 논외시하는 경향이 존재했으며, 이로 인한 법 제도의 부재가 광고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주었기에 해당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더불어 광고에 관한 법률들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늘어난 것은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 중요해졌다. 그 원인은 광고가 등장하는 매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뿐 아니라 유튜브, sns, 드라마, 넷플릭스 등에도 광고가 스며들어있는 실정이기에 우리는 어떠한 매체에서도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사람들의 솔직한 후기를 가장한 광고, 또는 신문기사의 형태를 가장한 광고 등 광고가 제공되는 형식도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뉴미디어 시대에는 광고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필요하다. 만약 이 점이 원활하게 수정된다면 돌고래유괴단의 광고가 내재하는 문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돌고래유괴단의 광고 사례들은 뉴미디어가 발전할 방향에 관한 도움이 될 법한 제안을 던진다는 의의를 지닌다. 뉴미디어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디어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는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공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이 컸던 만큼 정형화되고 객관적이었지만, 돌고래유괴단의 광고는 기존의 광고 공식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했으며 상품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기보다 주관적 이해에 초점을 맞춘다. 미디어 가치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뉴미디어의 지향점을 선도하는 돌고래유괴단의 광고는 결국 뉴미디어 광고의 좋은 선례로서의 의의를 지닌다고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고은샘.jpg

 

 

[고은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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