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를 위하며 성장하는 일 - 너를 위한 글자

글 입력 2024.0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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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을 즐겨보기에 중소극장의 뮤지컬을 본 경험은 손에 꼽기에 중소극장 뮤지컬을 볼 때마다 대극장과의 또 다른 매력에 눈을 뜬다.

 

이번 <너를 위한 글자>에서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무대 구성이었다. 단순히 한마을을 연출해냈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독특한 무대였다. 뒤로는 난간이 있고, 그 앞에 양옆 끝에는 문이 있다. 그런데 바닥이 온통 둥글둥글하고 그 위로는 알파벳이 하나씩 있다. 좁은 무대이기에 공간의 분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더라도, 그렇다면 무대 위에 있는 알파벳은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함이 컸다. 그리고 극을 다 보자, 이 무대가 바로 투리가 캐롤리나를 위해 만들어준, 하나의 거대한 타자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타자기는 총 세 개의 면이 되어 캐롤리나와 투리의 집이 되기도 하고, 카페가 되기도 하고, 그들의 내면을 나타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너를위한글자_포스터.jpg


 

이야기는 말괄량이 캐롤리나가 자신의 고향으로 이사를 오는 데에서 시작한다. 무슨 일을 해도 우당탕탕 소리가 날 정도로 조심성이 없고, 그만큼 타인에 대한 눈치도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사랑하는 햇살 같은 여성이다. 그런데 햇살 아래에는 그늘이 있듯이, 그녀의 집 앞에는 그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고, 타인을 싫어하고 까칠하며, 집 안에서 홀로 발명에 집중하려고 하는 투리다. 말괄량이 여자 주인공과 까칠한 남자 주인공, 그러면 그 옆에는 누군가 하나 분명히 더 있는 것이 삼각관계의 공식이다. 바로 부드럽고 다정한 또 다른 남주인공이다. 사소한 행동까지 매너 있고 섬세한 베스트셀러 작가 도미니코까지 해서 이 셋은 어릴 적 함께 고향에서 시간을 보냈던 동네 친구이며 각자의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성인이 되어서 다시 고향에서 만나게 되며 이 극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극을 보는 내내 배우들이 연기하는 각각의 캐릭터성이 무척이나 뚜렷한 덕분에 이 셋이 모인 극이 다채롭고 즐거웠다. 박새힘 배우가 연기한 캐롤리나는 정말 햇살 같은 캐릭터였다. 연약하고 아름답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 섬세함은 조금 부족하다. 때로는 남자처럼 투박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을 못 이겨 타인을 배려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더욱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그런 캐롤리나 곁에 있는 이진우 배우가 연기하는 투리가 있었는데, 나는 여기서 진정으로 사회성 없는 너드 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의 투리는 정말 '사람'에 대해서는 무지한 캐릭터였다. 단순히 타인을 싫어하고 까칠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정말 사람과 말을 섞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극 내내 여실히 보인다.

 

그렇기에 그가 도미니코와 캐롤리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행동들에 더욱 납득이 된다. 도미니코와 캐롤리나가 조금이라도 같이 있으려고 하면 마치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도 방해하는 모습이, 단순히 자존심이 센 캐릭터라기보다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캐릭터의 서툰 모습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투리의 매력도를 증폭시킨다.


마지막으로 송상훈 배우가 연기한 도미니코는 정말 '이상적인'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도시로 떠나 로맨스 소설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진정으로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다. 기본적인 매너는 물론이고 어떻게 해야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배려, 그의 진중함과 섬세함, 그리고 부드러움. 그 모든 것이 그의 선천성과 후천성의 완벽한 결합 같았다. 그렇기에 부족한 면이 많은 투리와의 대조적인 모습이 더욱 눈에 띄기도 한, 멋진 캐릭터였다.


요즘의 콘텐츠는 자극성을 추구한다. 적이 있어야 하고, 누군가 죽어야 하는 등 소비자의 시선을 끌려고 최대한 매운맛으로 콘텐츠를 버무린다. 그런 콘텐츠들 사이에서 <너를 위한 글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별명이 꼭 들어맞았다. 특정한 적이라고 할 존재는 오직 캐롤리나의 병뿐이다. 타인을 대하는 법을 모르던 투리는 캐롤리나와 도미니코 사이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되고, 서로 적대시하는 것만 같았던 투리와 도미니코는 나중에 합심하여 캐롤리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친우가 되고, 캐롤리나는 역경 속에서 결국 꿈을 이룬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이 극은, 자극적이기만 한 요즘의 세상에서 하나의 부드러운 이불처럼 우리를 감싼다. 극이 끝나갈 때쯤, 공연장 안은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극 자체가 감동적이기 때문도 있지만, 이 동화 같은 이야기가 우리의 거친 삶에서 벗어나 우리의 마음을 치유시켜주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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