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글 입력 2024.02.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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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2D_L.jpg

 

 

날카로운 공포가 선사할 충격적 즐거움


공포가 문학적일 수 있음을 보여 준

천재 작가의 완벽한 컬렉션

 

 

2019년 셜리 잭슨상 수상작이자, 2020년 월드 판타지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으며, 미국 사변소설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브라이언 에븐슨의 단편 소설집이다. 이 책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에는 수상작 [세상의 매듭을 풀기 위한 노래]를 비롯해 환상과 호러 SF 등의 장르를 망라한 22가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커커스 리뷰], [NPR] 등 각종 언론 및 문학잡지에서 "스티븐 킹의 팬들이 반길 상당히 유능하고 조금 덜 다작한 작가가 여기 있다."라며 주목한 바 있고, 맨부커상 수상 작가 조지 손더스와 셜리 잭슨상 및 람다 문학상을 수상한 카먼 마리아 마차도가 "미국에서 브라이언 에븐슨만큼 강렬한 작가는 없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유난스러울 정도로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굴 없이 뒤통수만 달린 채 태어난 아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넣을 고요함을 찾기 위해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영화감독. 인간의 몸(과 정신)을 차지하고는 더 많은 '살아 있는 몸'을 탐하는 우주 괴물. 돌연변이 생명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자 공동체….

 

에븐슨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 현실의 조각난 틈에, 삶 속에서 자라나는 분노와 수치심, 그리고 강박과 집착에 집어삼켜진 삶들을, 그 부서진 세계를 섬뜩하게 그려 낸다. 각각의 이야기와 그 속에 그려진 삶들은 고유하며 서로 연결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은 각각이 서로의 단서로, 데자뷔로 기능한다. 이를테면 어디로 보든 뒤통수만 볼 수 있는 불완전한 소녀는([어디로 봐도]) 바로 다음 이야기에서 사과와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것과 인간의 껍질을 벗기는 것을 두고 화자와 갈등하는 쌍둥이 형제의 이미지로 변형되고([태어난 사산아]), 이들의 불안한 대화는 버려진 저택에 숨어 사는 괴물이 인간의 껍질(육체)을 집어삼키는 장면으로([새어 나오다]) 확장되는 식이다.

 

에븐슨은 다양한 장르를 변주함은 물론, 작품들을 통해 영화 애호가적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살인 및 실종 사건을 다룬 [룸 톤]과 [시선], 그리고 노장 감독의 희귀 영화를 좇는 (그러다 마침내 그 영화 속에 살게 된) [파리들의 거품]이 그 대표적 예다. 특히나 이 단편집의 마지막 작품인 [파리들의 거품]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만난 것처럼, 독특한 구조의 누아르적 재미를 보장한다.

 

이 작품집이 선사하는 공포와 경이감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유혈이 낭자하기도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코스믹 호러적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가스라이팅처럼 누군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거나 몰아붙이는 유형도 등장한다. 스티븐 킹과 히치콕, 데이비드 린치의 컬트적 분위기에 열광한다면, 러브 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세계관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오싹하고도 아름다운 비극들을 통해 둘도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다만 이 이야기들에 나오는 구멍과 틈을 주의할 것. 그것들은 단순한 구멍과 틈이 아닌 어떤 사악한 변신을 위한 통로이므로.)

 

*

 

브라이언 에븐슨 Braian Evenson

 

1966년 미국 아이오와주 에임스에서 태어났다. 브리검영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브라운대학교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단편소설 [두 형제Two Brothers]로 1998년 오헨리상을 수상했고, [열린 커튼The Open Curtain]으로 2007년 에드거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소설집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에 수록된 [세상의 매듭을 풀기 위한 노래Song for the Unraveling of the World]로 2019년 셜리 잭슨상, 그리고 2020년 월드 판타지 어워드(세계환상문학상)를 수상했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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