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논객; 논의하는 손님 - 도시논객

글 입력 2024.02.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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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집에 있고 싶지 않은 날. 그렇지만 약속은 없는 날. 그럴 때면 이른 오후쯤 혼자 나가 돌아다니고는 한다. 보통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밀린 사진 보정을 한다. 아니라면 그 카페의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 다음에 나왔을 때 할 일이 생긴다. 흔한 혼카족의 일상이다.

 

어떤 날에는 카페가 엄청나게 몰려있는 거리로 들어선다. 두세 건물 간격을 두고 카페가 보인다. 도심이나 대학교 주변, 아니면 관광지라면 이해가 간다. 유동 인구가 많아 상권이 좋다. 정말 뜬금없는 데서 그런 거리를 볼 때 당황스럽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많을 것 같지 않은데 카페는 정말 많다. 곰곰이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도시논객』은 저자의 전작과는 달리 구체적이고 치밀한 접근을 통해 최초를 빚어낸 동인을 찾아 나선다. 우선 저자는 빗살무늬토기로부터 집과 도시의 기원을 유추하고 있다. 조목조목 그 탄생 원리를 찾아 추론하기에 이른다. 나름 빗살무늬토기도 주어진 조건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그 뿌리를 짚어낸다. 요즘 관점으로 비유하면 전력이 없던 시대의 횟집 수족관이라고 한다. 잉여를 담기 위해 태어난 토기도 건축으로 번역하면 창고이며, 나아가 창고의 잉여는 교환의 장에 놓이고, 결국 인간이 살아야 하는 곳이 ‘서식지’에서 도시로 발전했다고 본다.
 


세상의 모든 건물에는 용도가 있다. 그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형태로 건물을 디자인한다. 모든 구조물과 배치, 건물의 형태에는 이유가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전봇대 하나도 그냥 세우지 않는다. 어떤 도시라도 그 모습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차량의 이동에 따라 도로를 낸다. 접근성을 고려해서 관공서를 배치한다. 인프라는 인구의 이동에 따라 도입한다.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다.

 

도시는 교환과 유통을 위해 만든 가장 효율적인 공동체라고 한다. 효율성의 극치이자 게으름의 극한이다. 그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잡초처럼 사방에 솟아오른 카페도 이해가 간다.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모여들었을 뿐이다. 그 골목 어딘가에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손님도 더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바로 옆에 똑같은 업종의 다른 가게가 있다. 업주도 손님 끌어모으는 데 쓸 힘을 아낄 수 있다.

 

도시의 거리는 게으름의 표상이었다.

 

 

『도시논객』은 우리 일상에서, 거리를 거닐면서 맞닥뜨리는 풍경을 다소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그 부조리와 불협화음에 가차 없이 메스를 댄다. 그러나 그 제안의 실천은 결코 멀지도 불가능하지도 않고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비평만을 위한 크리틱이 아닌 ‘우리 사회를 읽는 건강한 건축가의 시선’으로 당당히 자리 잡을 것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의 도시 목격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넓어진 것 같기도, 유연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그건 무엇이냐는 것이다.


- 7쪽

 


그는 논객이다. 납득 할 만한 이유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다.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종교인도, 절대적인 지도자도, 불세출의 천재도 아닌 논객이다.

 

논의하는 손님이다. 정답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거기에 맞장구를 칠지, 아니라고 따지고 들지 선택해야 한다. 그가 자기 것을 주었으니 이제 우리가 돌려줘야 한다. 받기만 하는 건 손님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숱하게 배웠다.

 

낮은 차원의 존재는 더 높은 차원의 존재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도시는 3차원이고 우리는 2차원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이미 계획대로 만들어진 도시로 들어가는 사람이지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들어갈 건물 한 채의 목적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버겁다.

 

그럼에도 도시를 알아 둘 필요는 있다. 지금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곳이다. 방 한 번 안 둘러보고 부동산 계약하는 미친 짓을 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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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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