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도 사랑할 수 있을까 - 나의 연인에게

글 입력 2023.04.02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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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의 신작 <나의 연인에게>는 1990년대 독일에서 유학을 하며 서로 사랑에 빠진 의대생 아슬리와 치대생 사이드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보수적인 튀르키예 집안 출신인 아슬리와 부유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레바논 출신 사이드가 서로 다른 종교적, 문화적 배경으로 인하여 갈등하면서 발생하는 사랑의 불협화음은 관객에게 긴장감을 자아낸다.

 

<나의 연인에게>는 목적지가 분명하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911테러가 일어난 2001년을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아슬리가 조용한 병원의 복도를 지나 미국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비행기 테러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존재 이유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괴할 정도로 하얗고 고요한 병원의 모습은 다급한 테러 현장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절제된 충격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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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리와 사이드 모두 사랑의 주체지만, 영화는 의도적으로 아슬리의 시선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사이드는 철저하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기고, 의문이 쌓여 가는 와중에도 사랑의 힘으로 사이드를 기다리는 아슬리의 외롭고도 간절한 마음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911테러를 일으킨 테러리스트와 그 아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테러리스트의 행동을 절대 미화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점은 이 영화의 명백한 장점 중 하나다.

 

다만 너무 감추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영화의 오점으로 남는다. <나의 연인에게>는 초반부터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게다가 영화는 사이드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충분히 알아채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래서 사실상 고도로 계획된 반전이 반전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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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리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사이드가 자기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는 장면은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영화를 마무리한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파프리카>의 오마주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은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다가갈 수 없었던, 이해하려 했으나 끝까지 알 수 없었던 한 남자를 향한 여자의 양가감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나의 연인에게>는 주로 911테러의 피해자와 그런 그들을 구하는 구조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다루었던 기존의 미국 영화들과는 다르다. 영화는 '가해자의 아내'라는 양면적인 위치에 놓인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어쩌면 문제적일지도 모르는 새로운 시각을 용감하게 제시한다.

 

이는 전작에서부터 다소 예민한 소재를 섬세하게 연출해내는 힘이 돋보였던 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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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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