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직 예술과 낯을 가리고 있나요? -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도서]

글 입력 2023.03.0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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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쯤 문화예술과 관람객에 관한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했었다. 첫 수업 날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 우리 과 학생들은 대체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다른 이와 공유하고 함께 누리고자 하는 기질이 강한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정확히 나에게 들어맞는 말이라서 정곡을 찔린 듯이 놀라면서, 한편으로 과 동기들을 떠올려봤을 때도 정말 납득이 가는 말이었기 때문에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단순한 얘기지만, 그건 어떤 분야에 대해 분명한 열정과 사랑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재미있고 좋은 걸 타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보다 특별한 점은 어떤 것에 대해 ‘좋다’라고 판단 내리는 취향과, 그 마음을 오랜 시간 지속해나가는 애정 어린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도 문화예술의 한 분야에 대해 가꿔온 꾸준한 애정과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것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져 온 것 같다.


 

 

사랑 없는 자, 쓰지도 말라.



주변인들과 좋은 경험을 함께하고 싶다는 작은 욕심, 이것이 나에게는 개인적 측면을 넘어서 문화예술의 향유와 관람객 개발에 대해 고민하게 된 시작점이기도 했다.


타인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설득을 할 때 스스로가 그 대상의 가치를 체감하고 잘 이해하고 있는 것만큼 중요한 부분도 없는데, 특히나 일상의 관심사와 취미의 영역과도 깊이 연관될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요즘 어떤 시장이 활발하고 참여자 혹은 관람객이 몇 명을 넘어섰다더라 하는 정보보다, 뭔가에 푹 빠진 친구의 모습이 새로운 분야를 가까이 접하는 데에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동기가 되곤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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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전시에 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미술 안내서,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의 저자 역시 미술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스스로가 미술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처음 출판 제의를 받았을 때는 두려운 마음에 거절을 했지만, 일본의 한 미술 평론가의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사랑 없는 자, 쓰지도 말라.”

 

애정 없는 사람이 화려한 어휘로 그 대상의 현재와 미래를 논한다 한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적인 행동을 촉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미술과 전시 ‘덕후’인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생각을 담은 이 책은, 예술에 관심은 있으나 선뜻 다가서기는 어려워했던 독자들로 하여금 미술의 세계에 발을 내딛도록 돕는 입문 지침서로서 제격일 수밖에 없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모두 담은 4개의 전시실



첫 번째 목차인 제1전시실에서 저자는 미술관, 갤러리 등 보편적인 미술 관람 장소뿐만 아니라 복합문화시설과 명품 브랜드 쇼룸까지 미술을 선보이는 다양한 공간을 소개한다. 각 공간과 행사의 개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왠지 낯설고 거리가 멀다 여겼을 만한 공간에 대해서도 매력과 의미를 알려줌으로써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제2전시실에서는 예술가와 큐레이터부터 보존과학자까지 전시를 만들어가는 여러 사람들을 소개한다. 너무 딱딱하고 이론적이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사적이지도 않은 설명은 미술 공간의 인력들이 각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제3전시실에서는 미술 작품과 미술 작품이 아닌 것에 대해 다루는데, 후자의 파트에서는 저자의 개인적 감상 경험을 담은 내용들이 보다 두드러진다.


전시 포스터, 팸플릿 등의 종이들, 작품 캡션과 안내 문구 등의 글자와 같이 전시장의 작은 요소와 더불어 분위기, 건축, 휴식처럼 작품과의 직접적인 연관도는 적지만 관람 경험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디테일이야말로 저자가 실질적으로 미술을 애호하는 사람이기에 훨씬 더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제4전시실에서는 미술을 즐기는 방법들로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아트컬렉팅, 리뷰 작성 등을 제시하며 전시 관람 외에도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예술적 경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예술의 의미 돌아보기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제가 쓸 수 있는 범위는 미술관에 가고 싶지만 지극히 낯설고 두려운 누군가를 위한 글입니다. 또는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좀 더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누군가를 위한 글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전문가가 봤을 때 새로운 맛 한 스푼 정도 느낄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두 번째에서 세 번째 사이 어딘가쯤인 사람이려나. 예술적 경험이라는 것이 다채로운 만큼 미술과 나의 거리를 딱 떨어지게 잰다는 게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괜히 생각해봤다. 예술과 미술은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더불어, 미술 공간과 공공미술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는 예술의 의미를 고민했던 경험들도 같이 떠올랐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만을 중요시한다면 예술의 ‘쓸모’에 대해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 환기를 줄 수 있는 예술의 순간이 아예 없는 삶과 세상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렵다.


어떤 미술 작품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듯이 완벽한 예술의 정의나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예술에서 허점을 발견하거나 때때로 회의감이 든다 해도 ‘대안의 대안의 대안’을 찾아 나서면서, 혹은 여러 방식의 공존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면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나아갈 뿐이다.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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