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이 순간부터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도서]

글 입력 2023.03.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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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_평면 표지.jpg

 

 

미술과 친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무엇이든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미술 또한 마찬가지다. 새롭게 문을 연 화제의 전시, 주목할 만한 신진작가, 작품에 담긴 비밀처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찾아보면서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필자가 미술과 가까워지기 위해 택한 방법은 간단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SNS에 들어가 미술 이야기를 들려주는 계정들을 팔로우했다. 날마다 피드에 뜨는 소식을 듣고, 그중 가장 재미있는 것들을 더 깊이 찾아보고, 연관해서 뜨는 계정들을 차례로 팔로우 해가면서 점점 더 미술과 친밀하고 깊은 사이가 되어갔다.


김진혁 작가는 미술을 안내해 주는, 미술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가장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SNS 계정의 주인공이다. ‘큐레이터의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그만의 시각이 담긴 미술 이야기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들려준다. 큐레이터로서 전시 공간에서, 콘텐츠 제작자로서 온라인 세계에서 이야기를 들려던 그가 이제 책이라는 매체로 다가왔다. 책은 그답게 전시를 함께 거니는 컨셉이다. 전시장의 입구부터 제1, 2, 3, 4 전시실, 그리고 출구에 이르기까지 활자로 관람하는 전시회. 티켓은 준비되었으니, 함께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자.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지지 않는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작가의 말을 만나게 된다. 책을 쓰며 고민했던 지점, 책이라는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짤막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다가온다. 그중에도 마음에 와닿은 말이 있다. 고학력의, 지적으로 뛰어난 인재가 무수히 많은 예술계에서 주눅이 들지만, 예술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작가의 마음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미술이 낯선 이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미술에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다수의 책을 읽으면서 ‘수업을 받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미술 전문가인 엘리트에게 지식을 습득하는 느낌이었다. 김진혁 작가 또한 풍부한 예술계 지식과 이야기, 경험을 지녔지만 조금 다른 시선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언가에 잔뜩 몰입한, ‘덕후’같은 친구가 영 그 분야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다른 친구를 영업하기 위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이었다.


책의 내용에서 이러한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유튜브를 보려면 재미있는 채널을 추천하듯, 어디에서 미술을 만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쉽게 구분해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의 의미와 종류 등을 말이다.


특히 지금 가보면 좋을 전시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즐길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지금 이 순간 생생한 전시를 보기 좋은 장소로 ‘상업화랑’, ‘리:플랫’을 소개해 준 문장에선 곧바로 지도 앱을 켜 장소를 저장하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전시 장소를 고른 뒤, 1년 동안 그곳에서 하는 모든 전시를 가보며 전시마다 달라지는 공간, 그 장소만의 특징을 찾아보라는 추천도 흥미로웠다.

 

 

 

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


 

작가와 함께 전시에 푹 빠져 마음껏 관람하다 보면, 세 번째 전시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선 어렵게만 느껴지는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전시장을 구성하는 부분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의미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작품을 만났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테면 현대미술관의 설치작품 앞에서 이러한 감정을 마주하곤 한다. 이해할 수 없음 자체를 즐길 수도 있지만,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김진혁 작가는 곧바로 작품 해설을 찾아보기보다 예술가의 이름을 검색해 보길 권한다. 예술가가 자라온 배경, 주로 어울린 사람들, 몸담은 지역과 사회가 어떤 곳인지 훑어보면서 작품을 해석해 보는 것이다. 나만의 해석을 만든 후, 실제 작품 해설과 비교하면서 해석의 어떤 부분은 비슷하고, 어떤 부분은 다른지 찾아보는 것이다. 이렇듯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점이 좋았다.


이어 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짚어준 부분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전시회의 주인공인 작품 외에도 전시장에는 많은 ‘글자’가 있다. 전시회의 제목, 서문, 작품 캡션, 전시 도록, 안내 문구까지 말이다. 이와 연관되어 전시장 곳곳에서 ‘종이’가 존재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포스터부터 전시 팸플릿, 티켓도 모두 종이라는 사실.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미술 ‘덕후’ 작가와 함께 전시를 한 바퀴 돌고 나왔다. 이제는 정말 발을 옮겨 물리적인 공간, 전시장에 들어서고 싶어졌다. 미술을 더 쉽게,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작가와 함께 미술관과 가까워지길, 나아가 둘도 없이 친밀한 사이가 되길 소원해 본다.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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