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화를 바탕으로 함 [음악]

외동에서 우리가 되기까지의 과정
글 입력 2023.02.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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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까 저기(MUSIC STAGE)에서 외동으로 시작했던 아이는

시간이 지나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ART STAGE)

그래서 이 앞(MOVIE STAGE)에 섰을 때는 우리가 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위의 문장을 처음 읽게 된 당신은 분명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천천히 읽으며 끝에 다다를 때, 더 이상 낯섦이 아닌 해답으로 다가갈 것이다. 마치 그의 방식처럼.

 

 


APRO is?


 

아프로는 DPR LIVE, 다이나믹 듀오, 로꼬, Colde 등 많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프로듀서이자 DJ이다. 그리고 WAVY, 우주비행,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소속 멤버이기도 하다. 그의 프로필만 봐도 얼마나 많은 창작의 일이 따라다닐지 상상된다.

 

아프로를 처음 보게 된 날, 긍정적 의미의 소름과 충격을 받게 되었다. 내가 상상한 예술 범위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신선하고도 독특한 모습의 예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때 느낀 모든 감정과 순간순간의 모습들을 글로 다 형용할 순 없겠지만, 그의 진심과 나의 생각을 합쳐 최대한 전달해보도록 하겠다.

 


낯선 음감회의 시작


 

어느 날 SNS를 보던 중 아프로의 게시물 속 한 단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바로 ‘음감회’였다. 음악감상회의 줄임말이라는 것도 몰랐던 나는 음감회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낯섦과 새로움이 궁금증으로 전환되었다. 그의 정규 앨범 [Avenue] 속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아프로를 한 번쯤 꼭 만나고 싶었던 설렘이 나를 티켓 예매창으로 끌고 갔다.

 

2022년 7월 30일, 성수 디뮤지엄에서 아프로의 음감회가 열렸다. 장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공연은 디뮤지엄의 미술관 콘서트인 <선셋 라이브>와 협업하여 진행된 스탠드업 쇼였다.  정규 앨범 [Avenue]에 수록된 트랙들을 하나씩 청취하면서, 그가 마주했던 인상적인 순간과 감정들을 들려주고 함께 참여한 아티스트(Colde, 안다영, 양승진, 원의독백)와의 작업 비하인드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음악 감상과 동시에 음악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프로의 음감회에는 공간의 특별함이 더해져 있었다. 바로 ‘3개의 스테이지’ 구성이었다.

 

IMG_6288 w.jpg

 

 

한 공간에서 한 방향의 무대를 쳐다보며 진행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했다. 위의 그림과 같이 무대는 MUSIC STAGE, ART STAGE, MOVIE STAGE로 구성되어 있었고, 우리의 동선과 시선 역시 유동적이었다. 덕분에 음감회를 찾아 온 모두의 자리가 앞자리였고 모두가 공평한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외동의 의미


 

아프로 동선의 시작은 MUSIC STAGE였다. 아프로의 이야기를 듣기 전, 잠시 몸을 MOVIE STAGE로 돌려 앨범 수록곡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앨범 초반에 수록되어 있는 곡 제목은 <외동>, <척>, <나>, <이기적이야>, <송곳니>이다. 첫 번째 수록곡인 <외동>은 외동으로 자라 온 아프로의 외로움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그는 외동을 ‘가족관계’에만 한계지어 정의하지 않았다. 외동이 아닌 사람 역시 각자의 편견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모두가 외동이기에 외롭지만은 않은 외동으로 살아간다고 그는 이야기 한다.

 

수많은 외동 사이에서 살아가면서 그는 유독 송곳니처럼 유난히 뾰족했다.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하고, 주변에서 예민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하지만 그는 엉뚱해서 상상에만 의존했던 일들을 실제로 구현해내고 있고, 예민해서 남이 볼 수 없는 범위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마치 얼굴 골격을 잡아주고, 편리한 식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송곳니처럼.

 

 

“수많은 치아 속에 유난히 뾰족한 나는, 두루뭉실한 다른 치아들이 부럽다.

뾰족한 내가 싫었지만, 이들 사이에서 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한 존재였다.”

 

[APRO AVENUE leaflet 中]

 

 

 

고군분투 그리고 앞으로


 

앨범의 후반에는 <4.2 (사이)>, < home >, <고군분투>, <앞으로>가 수록되어 있다. 송곳니처럼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돋보일 줄만 알았는데, 현실을 마주한 어느 날 공허함이 다가왔다고 한다. 우리의 모습과 상황은 다르더라도 누구나 공허하고 어딘가 찌르는 듯 아픔을 느끼곤 한다. 그렇기에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닌 모두가 느끼는 감정임을 위로로 삼아 앞으로 싸워나가도 되지 않을까?

 

아프로는 많은 수록곡들을 건너 어느새 ART STAGE로 이동해있었다. 그 무대 위에는 하얀 벽면이 서 있고 제각각의 그림들이 붙어 있었다. 그 그림은 수록곡들의 앨범 커버를 전시해 놓은 것이었다. 사실 정규 앨범 [Avenue]는 아프로가 진행한 월간 프로젝트의 음악들을 하나로 모은 앨범이다. 정규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전까지만 해도 각각의 음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담은 채 홀로 존재했지만, 그 개성들을 포용하며 완전한 [Avenue]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프로가 걸어온 길이자, 고군분투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을 담은 일기장이지 않을까.

 

 

 

너, 나, 우리


 

아프로의 종착점은 MOVIE STAGE였다. 수록곡마다 뮤직비디오와 영상을 보여주던 무대 역할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MOVIE STAGE인 만큼 마무리도 한 편의 영화 같은 영상으로 끝을 냈다. 그 영상 속에는 “이것은 아프로의 이야기, 이것은 우리들의 이야기, EVERY EMOTION IS WORTH SHARING(모든 감정은 나눌만한 가치가 있다)” 문구가 적혀있었다. 마지막 수록곡인 To us의 뜻처럼, ‘나’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우리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였음을 발견한 것이다.

 

 

“어쩌면 아까 저기(MUSIC STAGE)에서 외동으로 시작했던 아이는

시간이 지나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ART STAGE)

그래서 이 앞(MOVIE STAGE)에 섰을 때는 우리가 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이 글의 맨 처음에 적어놨던 그의 말이다. 낯설었던 처음이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해답으로 다가오듯, 나 자신을 찾는 여정 또한 비슷하다는 것을 아프로 음감회에서 느꼈다. 약 두 시간의 음감회였지만 아프로라는 프로듀서를 충분히 알아갈 수 있었고,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의 낯설고도 참신한 기획력과 동시에, 무엇보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으로 공간을 가득 채운 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끝으로 아프로 앨범의 요약문이자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함”을 다시 한 번 새기고 싶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화려하거나 유행에 따르지 않는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본질적인 면에 무게를 두어 표현한다. 실화이기에 음악이 더 솔직했고, 실화이기에 그의 시선이 보였다.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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