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때로는 바보 같을지라도 그것까지 사랑이라면 [드라마/예능]

드라마보다 덜 아름답고, 더 찌질한 진짜 연애 이야기
글 입력 2022.09.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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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로 재미있다. 단, 짜인 각본과 연출된 장면으로 구성된 사랑 이야기라는 전제하에. <환승연애2>를 시청하기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그렇다. 나는 철저하게 계산된 사랑 이야기를 좋아했다. 주변 친구들이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등의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과몰입하는 것을 보고 늘 이해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TVING 구독을 시작한 김에 도대체 저 ‘리얼’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지 궁금하여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8주째, 누구보다 열심히 과몰입하며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만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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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반 회차는 지루해서 중간에 몇 번씩 끊어서 시청했다. 그런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각 인물들의 X와 그들의 연애 서사, 그리고 이별 사유가 공개되면서 서서히 나도 과몰입하기 시작했다. 각본 있는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에 운명적인 만남이나 극적인 이별, 그리고 뜨거운 재회 이런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내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여느 커플들처럼, 단체 미팅 자리나 혹은 교내 CC로 자연스럽게 만나서 사랑을 했다가,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권태기가 와서 혹은 군대와 교환학생 같은 현실적인 이유들로 이별을 택한 커플들의 서사가 등장했다.

 

자신이 경험할 만한 이야기거나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흔한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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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2 5화 中>

 

 

사랑했던 연인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과정은 별게 없다.

 

두 사람이 어떤 이유로 어떤 장소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그러다가 모종의 이유로 사랑이 식거나 그냥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랑이 식어 헤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들을 현실보다 극적인 요소를 더해 각본과 연출에 따라 만들어 내는 것이 로맨스 드라마이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부여하는 극적인 요소는 보통 ‘왜 꼭 서로여야만 하는지’에 관련된 이유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로맨스 드라마 시청자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하고, 새드엔딩으로 드라마를 결론지으려면 해피엔딩일 때보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로맨스 드라마의 주연들은 꼭 그 둘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드라마에서 부여되고,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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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10화 中>

 

 

그런데 <환승연애2>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에 이 사람이랑 얼마나 만났고, 어떤 사랑을 했는지 와는 별개로 꼭 이 사람이 아니어도 되고, 프로그램 특성상 두 명 이상의 사람들과 썸을 타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인이 출연하며 각본은 없지만 전 연인과 한 집에 살아야 한다는 극적인 상황은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찌질한 면모나 흑역사로 치부될 수 있는 장면을 불러왔다.

 

한때는 사랑했던 내 연인이 자신의 눈앞에서 다른 사람과 썸을 타거나 혹은 미련을 가진 상태로 입소했으나 하우스 내부에서 다른 사람에게 설렘을 느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 보려는 등의 상황 앞에서 마음의 크기에 따라, 성향에 따라 대처하는 각자의 방식이 모두 달랐다.

 

이러한 극적인 환경에 처한 개인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 상황과 솔직하지만 현실적인 모습들이 내 과몰입을 불러일으켰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환승연애 포스터.jpg

 

 

<환승연애2>의 시청자 대부분은 본인의 지나간 연애를 회상하며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미숙하고 서툴렀던 본인의 지난 연애를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거나 혹은 미안해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아 내가 그때 그러지말걸...'이라는 생각을 한 화에 적어도 한 번쯤은 하면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환승연애2>가 꾸준히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짜인 각본과 철저하게 연출된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찌질하고 애처로운 모습도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비춰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로 찌질하고 때로는 바보 같고,어쩌면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여타 로맨스 드라마보다 더 큰 공감과 과몰입을 불러일으키면서 내가 정말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찌질했던 역사를 출연진에게 투영하여 함께 울고 웃게 만들었다.

 

짜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서 절대로 재미없을 것이라며 코웃음을 치며 오기로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에서 나의 과거를 마주하며 미친 듯이 몰입하고 있다. 이제 절반 정도 지나온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더 전개될지, 각각의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가 된다.

 

어떤 사람은 과거의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나를 투영해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만큼 상처받는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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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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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유옹
    • 글이 넘 좋아요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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