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앙상블 블랭크 - 8월의 크리스마스

작곡가는 살아있다
글 입력 2022.08.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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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블랭크 포스터.jpg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뭔가 고풍스럽고 깊으며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로 보인다. 양복이나 드레스를 입은 관객들을 미디어로 봤을 때 클래식은 상류층의 문화로 느껴져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문외한이지만 음악회에 대한 경험은 또 새로울 것 같았다. 한 번쯤은 가사와 전자음에서 벗어난 순수한 멜로디를 들어보는 것도 사회에서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서 어렵고 깊고 올드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갔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음악회의 주체인 ‘앙상블 블랭크’는 나의 편협한 생각과 거리가 멀었다. 클래식의 전통은 지키되 현대적인 요소를 섞은 나름 현대예술과 가까웠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작곡된 클래식으로 음악이 이뤄졌다.

 

5개의 음악 중 4개의 음악이 2020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학교 음악 시간에 배웠던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아닌 현대의 젊은 음악가들의 음악이다. 옛날 고전의 음악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무대가 아니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나의 편협한 생각이 열림과 함께 시작됐다.

 

전체적인 느낌은 살짝 섬뜩했다. 클래식이 웅장하고 감동적이고 리듬감이 느껴지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의 느낌은 섬뜩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를 생각한다면 따뜻하면서 싱그러운 느낌이 연상되지만 단어의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느낌을 생각한다면 음악회에서 내가 느꼈던 섬뜩함과 어울린다. 그건 현대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현대예술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 음악 수업에서 들었던 클래식과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앙상블 블랭크 8월의 크리스마스_보도사진.jpg


 

특히 ‘Aether for Ensemble’은 우주에 온 것 같았다. 2022년 앙상블 블랭크의 위촉작인 이 음악은 악기의 화성과 전자음이 합쳐져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과거 흙, 물, 불, 바람 이외의 또 다른 원소로 여겨졌던 ‘에테르’에 대한 상상과 환상을 담은 음악이다. 미지의 제5원소와 천체의 균형과 조화를 다룬 것이다.

 

스산한 멜로디와 분위기는 ‘에테르’가 있는 미지의 공간의 환상과 궁금증을 더 극대화하는 듯하다. 공포 영화의 ost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9분의 시간 동안 머리를 긁는 악기의 소리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이런 높은 음이 낮은 음과 적절히 조화되어서 마냥 듣기 싫은 소리로 다가오지 않는다.

 

‘Soaring Souls’도 인상 깊었다. 2020년의 작곡된 이 음악은 악기 두개로 연주되었다. 더블베이스와 첼로로 연주된 이 음악은 낮고 거친 악기로 연주된 만큼 웅장함도 컸다. 초반의 느낌은 공사장에 온 것 같았다. 둔탁한 소리의 연속으로 공사장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점점 리듬감을 찾으며 클래식 음악회가 아닌 록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작곡가는 헤비메탈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흔히 알던 클래식의 이미지와 다른 다소 반항적이고 거친 록의 이미지를 그려낸 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거칠고 낮은 악기의 표현으로 무서운 감정을 전달한다. 뭔가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록의 흥겨운 멜로디도 들리니 새로웠다. 8월과 크리스마스의 만남처럼 오묘하지만 잘 어울리는 만남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계획됐던 연주보다 적게 들어서 아쉬웠지만 만족스러웠다. 현대음악과 만난 클래식의 새로운 면을 통해 개인적인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클래식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과 그 시도를 하는 많은 젊은 음악가가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음악회였다.

 

클래식의 미래가 기대된다.

 

 

 

박성준-컬쳐리스트.jpg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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