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흩어져있던 나를 모아봅시다

오늘도 저의 한 면을 발견합니다.
글 입력 2022.07.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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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30일. 기대 않고 있던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의 합격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몇 날 지나지 않았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나의 일상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나 자신에게 더 집중했고 그 집중은 내 주변인들에게도 뻗어나갔다.


이 집중의 힘을 빌려, 혼자일 때도 친구와 함께일 때도 언제 어디서든 항상 나였던 나의 흩어져있던 모습들을 모아 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바로 접니다! 이 구역의 근자감 덩어리



초등학교 때부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듯이, 온갖 예체능을 다 섭렵했다. 미술, 발레, 리듬체조, 수영, 피아노, 플루트, 종이접기, 레고, 스키, 보드 등 나열해 보니 상당히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이 중에서 미술은 정말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왔던 과목이다. 덕분에 그리기상은 많이 받아왔지만 글쓰기상은 전혀 받아보지 못한 그런 아이가 되었다.


매번 받는 그림상 말고 글쓰기상을 받아보고 싶었던 적이 다분히 있었다. 글로 만드는 예술이라... 어린 나에겐 생경하게 다가왔기에, 글쓰기는 어린 나에게 낭만 그 자체였고 영원히 다가가지 못할 분야라 생각했다. 이후, 자연스레 그림과 관련된 진로를 향해갔고 '글 쓰는 여기은'은 꿈에서도 그리지 않았다. 나와는 전혀 맞지 않고 상관없는 분야라 단정 지었던 것이다.

 

몇 달 전부터 우연히 개인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면서 시작된 나의 소박한 엉망진창 글솜씨는 꿈같게도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회화와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글'은 어색하고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이름뿐인 다양한 사람들과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소통에 부담은 살짝 내려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어색함은 글을 쓰는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하. 하.


시간을 들여 저렇게 다양한 것을 배웠을 만큼 매 순간 변덕스러웠던 '나'였지만 올해 광기의 대학교 4학년을 담당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안정감을 드디어 맞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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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끝자락 그리고 사회의 초입의 경계에 서있는 요즘의 나는 진정성 있게 해나갈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전공자가 아니기에 항상 지니고 있던 두려움과 단념. 그것들을 무시하고자 마음먹어버렸다. 한번 든 결심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버렸고 이 자신감 덕분에 마음의 안정도 찾아왔다.


평생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글 쓰는 여기은'도 본 마당에 무슨 일이든 못할소냐의 근자감 덩어리가 된 2022년의 여기은이다.




임씨와 함께 라면? 중2병자



임씨 앞에서 여기은은 종알종알 인생의 우울함을 한도 없이 발포하는 포수가 된다. 거기에 더 얹어지는 임씨의 우울함으로 우리의 만남은 우울로 가득 채워진다.


각자의 삶에서 나타난 고민과 어려움을 서로에게 우수수 쏟아내며 함께 약간의 중2병에 걸린 중학생이 되어 이 세상의 불행은 내가 다 짊어지고 있는 냥, 세상이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세상에 대한 반항을 하리라! 생각만 한다. 이 루틴은 정말 처음 친해졌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별로 없다.


굳이 달라진 점을 말하자면 넓어진  활동 반경과 그만큼 커진 책임감에 의해 더해진 불행과 그에 맞게 깊어진 중2병에 파고들어야 한다는 사실 정도?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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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우리는 항상 술 한 잔을 곁들이며 '왜?'라는 말로 시작하여 '하여간 세상사가 다 그렇지 뭐~'라는 말로 끝을 낸다. 겉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영양가 없는 대화라 생각이 들지만 그를 만나면, 중2병에 빠져 평소 털어내기 힘든 고민들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내가 된다. 굳이 그 고민을 서로 해결하려고도 해결해 주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린 딱 고민 많은, 반항심 있는 중학생 2학년이 되어버린다.


성인이 된 후에도 종종 중학생 2학년이 되어볼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고 또 그 앞에서의 내 모습을 또 한 면의 '여기은'으로 기억한다.




최씨와 함께라면? 전구 달린 몽상가



최씨 앞에서 여기은은 헛소리에 헛소리를 더하는 몽상가가 된다. 최씨와 함께 있을 땐, 나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상상한다.


주로 망상이지만 불현듯 그것을 내 계획으로 실현시켜보고자 하는 용기도 생긴다. 내 망상에 그는 근거 없는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가 주는 희망에, 그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다. 꽤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웃음)) 가끔 그 희망의 주기 위해 본인도 모르겠는 헛소리가 나올 때도 있는 게 티가 나긴 하지만, 그마저도 나를 위함이기에 알면서도 웃음이 지어진다.


그와 있으면 '?'를 가장 많이 던지는 거 같다. 그냥 뜬금없이 머릿속에 떠다니는 질문 말이다. '만약 내가 결혼하면 어떨 거 같아?', '나중에 집을 사면 어딜 가장 중요하게 꾸밀 거야?' 대화의 흐름에 전혀 맞지 않는 약간의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그는 자연스럽게 내 망상의 세계로 들어온다. 그렇게 우린 망상에 망상을 더하면서 깔깔거리길 반복한다. 진심으로 그와의 대화는 내게 힐링이 되고 이 대화들을 그대로 적어 출판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해 다채롭게 소통을 할 수 있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하. 하.


'아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로 끝나는 우리의 망상의 시간이 지나면 약간의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정말 약간이다. 그에게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은 약간 털어놓기 힘든 거 같다. 뭐랄까, 통찰력이 뛰어나서 내 속마음까지도 꿰뚫어볼 거 같은 두려움이 있달까. 그래서 정말 두루뭉술하게 약간은 찝찝하게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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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이런 명확하지 않게 말한 나의 고민에 답해주는 그의 말에 내 머릿속의 전구가 탁-!하고 켜질 때가 있다. 그래서 (최씨가 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앞에서 나는 약간의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내가 빙빙 돌려 답답하게 뱉은 말들을 니가 헤집고 더 많은 전구들을 찾아달라는 의도로 말이다. 하. 하.


현실에 지칠 때 망상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낼 수 있고 가끔 던져주는 전구에 설렘을 느끼는 사람이 되게 해주는 그에게  또 한 면의 '여기은'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이 글을 빌려 전하고 싶다. (몹시 민망하네요)




김씨와 함께라면? 동경소녀



김씨는 여기은을 (매우 오글거리지만) 동경소녀로 만들어 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경하고 싶은 소녀.


자신의 생활과 일에 대한 취향과 가치관이 뚜렷한 김씨는 일찍이 자신이 진정성 있게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찾아 잘 쫓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중간에 조금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곧바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간 것 같다. 아마 자신에 대한 지독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아닐까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신과 함께 자신이 잘해 낼 수 있다는 확신.


그를 보고 있으면 '나는 왜 김씨처럼 열정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이 없을까'라는 자책 섞인 고민을 하곤 한다. 그래서 그런 그를 보고 있으면 마냥 부러운 거 같다. 힘든 과정을 밟고 있으면서도 그가 원하던 일이기에 그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해져 신나게 얘기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 왜인지 모르게 뭉클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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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를 보면 나에게도 이토록 원하는 일이 생겨날까, 생겨나면 나도 저렇게 반짝반짝 빛이 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동경'에 대한 갈망을 하게 된다.


그를 동경하진 않지만 그가 갖고 있는 꿈(이라고 해도 될까)은 동경하기에 그를 보면 동경의 대상에 대한 부재에 조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반짝이며 사는 그를 마주하면 느긋하게 자빠져있는 나에게 그가 '정신 차려! 여기은!'이라고 소리치는 거 같다. (한번도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조만간 이 소리침이 현실이 될 것 같긴 하다..) 그냥 나 혼자 내 양심에 찔려 드는 생각이다. 하. 하.

 

내 주변에서 항상 가장 현실적인 삶을 사는 김씨이기에 가끔 해주는 현실적인 말로 나를 나태 지옥에서 꺼내어 무엇인가를 동경하고 싶게끔 만들어줘, 이따금씩 내가 동경소녀가 되게 한다.


최씨와 반대로 현실감각을 잊었을 때 찾아와 나를 톡톡 건드려 동경소녀가 되게 하는 그에게도 역시 또 한 면의 '여기은'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역시 많이 쑥스럽네요)

 



'나'의 한 면



나를 소개하는 글에 '여기은'에 대한 온전한 나의 생각을 적어볼까도 했지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가식이 섞여들어갈까 망설여졌다. 내가 가장 편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내 모습이 단편적이지만 어느 때보다 솔직한 진짜 '나'의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흩어져 있는 나의 단편적인 면들을 찾아 모아 글을 써내렸다.


가볍게 읽히면 좋겠고 읽으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앞에서 달라지는 '당신'의 모습을 각자 떠올리며 스스로가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P. S. 이들이 나의 편이란 걸 알면서도 항상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다음엔 반대로 '내 주변인들이 생각하는 나'에 대해 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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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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