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우리' 떠나기 - 아이를 위한 아이

글 입력 2022.07.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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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혹은 소속감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효용성은 대단하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까. 하지만 내 편이 아무도 없다고 느껴지면 절박해진다. 더욱이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당한다면, 소속감이고 뭐고 세상 살기가 무서워진다.


그래서 인간은 어딘가 속하기 위해서, 혹은 속하고 싶어서 나만의 '우리'를 찾아 헤맨다. 그 과정에서 다가오는 온갖 두려움과 의심들은 끝도 없지만, 마음속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어디선가 존재하고 있기에 우리는 기꺼이 발걸음을 옮긴다.

 

 

 

Chapter 1. '우리'를 떠나려고 하자, 나를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가 찾아왔다.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도 그러한 여정에 놓인 인간이, 기꺼이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야기이다. 보호종료가 되어 이제 곧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도윤(현우석 분)은 절박하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았던 돈으로, 멀리 호주로 떠나기를 기대한다. '호주'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겨우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생부'라고 하는 사람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도윤은 분명 기억한다. 자기 손을 잡고 보육원에 맡겨졌던 과거의 기억을. 생부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고, 도윤은 보호종료가 되면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하는 승원(정웅인 분)에게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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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소 쉽게 저항이 마무리되고 영화는 얼떨결에 생부 ‘승원’의 집에 들어가는 챕터로 전환된다. 그렇게 들어간 집에는 승원의 또 다른 아들이자 도윤의 이복동생인 재민(박상훈 분)이 있다. 재민은 새로 생긴 형이 자기 아빠를 ‘아저씨’가 아닌 ‘아빠’로 부르기를 원하고, 도윤은 언젠가 호주로 떠나기 위해 영어 공부를 곧잘 하는 동생 재민과 거래를 한다. 그러다 재민과 친해지고 한결같이 자신을 대하는 승원에 태도로 인해, 도윤은 어느덧 그들을 ‘우리’로 맞아들이기로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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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또다시 버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도윤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갑자기 아버지 죽고 난 이후의 챕터로 장면이 전환된다. 영화 안에서 내레이션은 각 챕터 간의 다리 역할을 한다. 직접적인 정보 전달이라는 눈에 띄는 역할을 하는 만큼, '내레이션'이라는 요소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속 내레이션은 사건 전개의 속도를 내기 위한 장치로만 사용되어 아쉬웠다. 물론 내레이션이 주는 환기 효과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밝아 보이는' 분위기와 사뭇 관계되어 있다. 

 

티키타카의 개그도 '밝아 보이는' 분위기에 한몫한다. 그러나 감정은 배제되고 인물이 놓인 상황 자체만을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어, 티키타카의 개그가 영화의 톤을 결정하기보다는 애매한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윤과 재민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는 흥미로웠다. ‘도윤’을 연기한 현우석 배우의 말맛은 영화에 없던 톤을 만들었고, ‘재민’을 연기한 박상훈 배우의 눈빛은 없던 개연성을 만들었다. 

 

개연성은 말이 안 되느냐, 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여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내뱉는데 일관성이 있느냐, 혹은 설득하기 위한 디테일이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는 전자는 충족되었으나 후자는 다소 부족했고 관객을 온전히 설득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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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 또다시 '우리'가 되기 위해, 홀로 서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도윤과 재민이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병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죽은 아버지 탓에 동생 재민을 위해 학부모 노릇도 해야 하지만, 도윤은 그동안 쌓아온 정으로 재민의 부모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침입한 재민의 이모라는 ‘외집단’과 대항하면서 그들 형제는 더욱 끈끈해진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케미는 더욱 빛을 발한다. 

 

관계의 끈을 통해 ‘우리’를 만든 도윤은 지난날 마음속에 품었던 작은 희망, 호주는 잠시 잊는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의지한다는 사실은, 내가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굳게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호주를 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 버리면서 마지막 챕터가 전개된다. 과연 어떤 비밀이 끈끈했던 형제간의 믿음을 부순 것인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인물 간의 고군분투를 거쳐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도윤의 발걸음이 기억에 남는다.

 

'왜 호주에 가고 싶었냐'라는 동생의 물음에, 도윤은 “이게 내가 한 유일한 선택이었으니까.”라고 답한다. 분명 마지막 도윤의 발걸음에는 그가 내뱉었던 말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앞으로의 삶이 온전히 자기 선택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기보다는, 이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까지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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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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