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을 관통하는 찰나의 영원 같은 순간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세상을 응시하는 두 개의 눈과 하나의 심장
글 입력 2022.07.0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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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사진작가로, 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린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이다.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출간 7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발자취를 따라 전개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부터 미국, 인도, 중국 등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담아낸 생생한 순간이 시간 순서대로 배치된다.

 

전시장에서는 오리지널 프린트 작품 외에도 그가 사용한 라이카 카메라부터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인터뷰 영상까지 만날 수 있다.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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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이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배우던 카르티에 브레송. 어느 날 그는 잡지에서 '마틴 문카치'의 사진을 접한 것을 계기로 사진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1931년 파리에서 첫 라이카 카메라를 구매하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닌다. 손목엔 늘 카메라가 걸려 있었고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와 함께였다. 그는 삶의 정수가 담긴 순간을 붙잡기 위해 펄쩍펄쩍 뛰거나 바짝 긴장한 채로 온종일 거리를 걸어 다녔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진정성을 가장 중요시했기에 인위적인 연출과 크롭을 반대했고, 직관과 본능에 의해 대상의 본질이 드러나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곤 했다. 마치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처럼 항상 준비되어 있다가 강렬한 순간을 맞닥뜨리면 단 하나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기관총을 쏘듯 연이어 사진을 촬영하는 일은 오히려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고 선명함을 해친다고 여겼다.

 

 

 

역사적인 무대 한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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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존재하던 시절이다. 핸드폰은 물론이고 TV 같은 미디어도 없었기에, 직접 현장으로 떠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세상이 궁금했던 그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는데, 한 나라에 오래도록 머무르며 일상적인 풍경을 찍었고 때로는 보도 사진작가로서 역사와 함께 길을 걸었다.

 

1937년 영국을 들썩이게 만든 조지 6세의 대관식에서는 왕실의 행렬보단 시민들의 복합적인 표정을 담아냈고, 독립을 선언한 인도에서는 마하트마 간디의 생전 모습을 남겼다. 1948년에는 공산당이 장악하기 직전의 중국으로 떠나 한 시대의 종말과 탄생을 목격한다.

 

브레송은 격렬한 변화가 들끓는 역사의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부지런히 세상을 기록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물음표를 찍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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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사진이란 누군가에게 물음표를 찍어 놓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얼굴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는지 전달하는 것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앙리 마티스부터 윌리엄 포크너, 알베르 카뮈 등 많은 예술가를 촬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인물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사진을 찍었다. 가장 자기다운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박제된 인물에게선 영혼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실존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사시와 작은 키로 사진 촬영을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브레송은 돌다리 위에 서서 담배를 물고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을 포착했고, 그 사진은 지금까지도 사르트르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남아다.

 

투병 중이던 화가 마티스는 사진을 찍는 일조차 버거운 상태였지만, 브레송은 매일같이 그의 작업실에 방문하며 기척도 없이 머무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재채기를 하듯 촬영을 한다. 마티스의 사진을 최초로 찍게 된 카르티에 브레송. 그렇게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표지는 마티스가 그려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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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2분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사진이다.

마치 체호프의 단편 같기도 하고

개인의 사연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진엔 온 세상이 담겨 있다."

  

사진보다 인간의 삶에 관심이 많았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소한 일상부터 생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모습까지. 예리하게 포착한 풍경에는 따뜻한 온기와 시선이 녹아들어 있다. 그에게 카메라는 세상을 응시하는 눈이자 심장이었다.

 

세상에 대한 열렬한 호기심으로 찰나를 영원으로 만든 사람. 어쩌면 삶의 진실한 모습을 마주치는 행운은, 반짝이는 눈빛과 매 순간 새로움을 발견하고 치열하게 인생을 사랑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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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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