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립중앙박물관은 '사유의 방'!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6.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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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갈 때마다 생각하지만, 중요하게 여겨지는 유물은 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모인다는 점 때문에 방문이 영 내키지 않는다. '왜 좋은 걸 혼자 독차지 하는 거야' 싶은 괜한 심술 혹은 '유구한 중앙 집권 체제를 예술에도 적용하는 건 용납 못해' 하는 엉뚱한 반골 기질이 그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동행이 원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찾아 가진 않는다. 더욱이 지금은 아예 다른 전공을 하고 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예고 입시까지 서양화를 공부하며 생긴 현대예술에 대한 애정도 그 까닭일 수 있겠다.

 

어쨌거나,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국립중앙박물관은 가족과 연인 간의 즐거운 나들이 장소이자 우리 작품을 최고의 수준으로 연구 및 보존하고 전시하는 우리 역사의 보고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으뜸으로 뽑는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 전시를 함께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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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사유의 방' -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층에 위치한 '사유의 방',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전시 입구 벽면에 적힌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코멘트부터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전시와 담겨진 작품의 주제가 '빠짐없이 골고루 가늠해보고 진하게 음미하는 것'임을 알리는 것은 물론, 관객에게도 해당 주제를 넘겨 자유로이 관람하며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모든 예술, 특히 현대 예술은 필히 작가 및 시대상에 따른 고유의 이념- 즉 '스토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종교 예술은 대부분 작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작품의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으면 말 그대로 '노잼'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설명이 담긴 팻말이나 안내 책자가 있을 법도 한데, 이곳엔 그런 게 없다. 포스터에 적힌 QR코드를 찍으면 나오는 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구구절절 글로 적힌 해설은 없다.

 

이는 결국 종교 예술의 한계를 넘어 현대 예술의 스토리 모토를 우리 예술 전시에도 끌고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감상은 관객에게 맡기는 동시에, 작품 해석에서 종교적 의미에만 매몰되지 않고, 오감을 활용해 작품 자체에 대한 미감(美感)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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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시실에 들어가면 길지 않은 복도가 은은한 계피 향과 함께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가는 길목'이 아니다. 경종 소리를 닮은 사운드가 담긴 영상, 즉 미디어 아트가 그 공간을 빛낸다. 해당 미디어 아트는 불상을 마주하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으로 제공된다. <금동미륵보살반가유상>을 마주하기 전, 본 작품이 지닌 힘을 미리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인 요소로 미리 감각할 수 있게 마련한 듯하다.

 

필자는 소리에 무척 민감한 편인데, 전술했듯이 미디어 아트로 입맛을 돋구는 공간이 짧기 때문에 같이 나오는 사운드가 큰 진동으로 몸을 울리는 게 참 좋았다. 실제로 둥둥 울리는 감각과 전시를 대비시키는 철저함에 완전히 빠져서 이 공간에 시간을 더 많이 썼을 정도다.

 

또한 미디어 아트의 이미지가 눈을 쉬게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마치 잠시 뒤에 만날 불상을 조금 더 편안하고 온전한 상태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듯한 감상을 받았다. 여러모로 이 역시 작품이자 전시 공간의 일환으로 무척 세밀하게 잘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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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고 깊숙한 전시실 걸어가니, 두 점의 미륵보살이 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앉아있다. 살포시 미소 짓는 듯한 모습을 보며 나도 슬쩍 웃음이 나왔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름답다’였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포함해 우리나라 예술 작품 중에서 유독 불상을 좋아하는 건, 종교적 의미보다 미적 감상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잘 보존된 회화가 제일 매력적이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그렇게 온전한 형태의 회화는 찾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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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그저 존재 자체로 짜릿했다. 회화든 뭐든, 무엇과 비교할 의지는 전혀 없이 나를 터벅터벅 가까이 오도록 만들었다. 앞, 뒤 가리지 않고 유리 벽 없이 두 불상을 내 눈에 오롯이 담을 기회였다.

 

한 바퀴를 돌면서도 아구가 당겨서 살짝 씹어야 했다. 변태 같은 거 잘 알고 있지만, 예쁜 걸 보면 제어가 안 된다. 마음은 충분히 부드러워지고 안정감을 느끼는데, 동시에 아름다운 것을 본 눈과 뇌는 두근두근하며 덜컹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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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두 점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비추는 조명이 둥글게 있는데, 두 원이 함께 붙어 있어 마치 '∞ (인피니티)'를 뜻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토록 예술은 영원하고, 미(美)는 더욱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래도 그런 뜻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마치며


 

이 밖에도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감은사 터 동탑 사리구>나 3층 조선 백자실의 <달항아리> 등 인상 깊은 작품들이 많다. 내겐 전시 공간이 어떻게 짜였는지, 작품의 맛과 멋은 어떠한지가 무척 중요한 관람 포인트인데, 실제로 그렇게 기억 남는 그리고 즐거운 관람은 오랜만이었다.

 

읽고 있는 여러분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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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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