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 청춘 페스티벌 2022 [공연]

3년 만에 만난 무대예술의 짜릿함
글 입력 2022.06.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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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이다. 자그마치 3년.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렀고, 인류의 생활양식을 바꿔버렸다.

 

인간 생존이 보장된 다음에야 누릴 수 있는, 후 순위인 문화예술은 잠시 정지했다. 음악과 사람을 사랑하는 나에게 페스티벌과 콘서트가 없는 그 기간은 꽤 버틸만하면서도 그립고 낯설었다. 그래서 그런 지 3년 만에 만난 페스티벌은 어딘가 애틋하기까지 했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섰을 땐 다른 세상에 온 듯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일 수 있다니. 그 넓은 올림픽 공원이 사람으로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모두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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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이무진은 정말 청춘 그 자체인 가수 아닐까? 그는 젊음이 갖고 있는 자유로움과 청량함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였다. 한 곡을 멋지게 부르고 나서 하는 멘트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 공연 끝나고 뒤풀이도 못하고 과제하러 가야 한다고 하는 그는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통통 튀는 매력에 남다른 대학생 바이브에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이무진의 최고의 무기는 목소리와 무대매너. 노래를 정말 맛깔스럽게 한다. 그 특유의 목소리로 노래를 갖고 놀았고 무대 위 제스처와 몸짓 손짓들이 무대에 재미와 극적인 요소를 더했다. 신호등을 부를 땐, 전 국민 애창곡인 듯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다 함께 따라 부르며 야외 단체 노래방을 방불케 했다.

 

예술가란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량함과 푸릇푸릇함을 전한 가수 이무진! 만나서 반가웠다.




아이키 & 훅


 

이젠 틱톡이나 릴스에서 숏폼을 제작하고 감상하는 것이 mz세대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숏폼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한 장본인, 틱톡 인플루언서이자 댄서 훅과 아이키를 만났다.

 

실제로 필자는 춤 콘텐츠에 큰 관심은 없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왜 '훅'이  두 눈을 확 끌어들이더라. 실제 무대와 음량이 주는 현장감이 엄청났다. 너무 멋있었다. 댄스 공연은 가수의 공연 못지않은 감동이 있었는데, 특히 훅의 댄서들이 단체로 칼군무를 할 때 절로 짜릿해졌다. 에너지를 뿜어내며 멋짐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스트릿 댄스'와 기발한 퍼포먼스와 연출은 무대에 즐거움을 더했다. 댄스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맘껏 즐기고 왔다.

 

훅의 공연이 끝났을 때 박수와 함께 이 말이 절로 나오게 되었다. "언니 나 죽어!" 

 

 

 

이승윤



페스티벌의 귀재가 왔다. 나의 아트인사이트 시절 첫 글부터 몇 주간 썼던 글의 영감이자 원동력이 된 사람. 이승윤. 그의 존재를 알게 된 후 1년 만에 그를 두 눈으로 보고 왔다.

 

역시 이승윤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의 무대를 보고 있다 보면, 잘 모르는 노래라도 절로 손이 올라가고 함께 그 음악에 뛰어놀고 싶어진다. 그래서 싱어게인의 김이나 심사위원이 페스티벌 같은 대형 무대에 어울리는 가수라 했던가.

 

이승윤은 6월 11일 청페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지금껏 출연한 예술가들 중 가장 자유롭게 움직였다. 펜스 위에 올라가 팬들의 손길을 마음껏 받아들이고 펜스 사이에 스탠딩 마이크를 두고 노래를 부르고 팬이 건넨 CD를 입으로 물어다가 펜스 반대편의 다른 팬에게 전해줬다.

 

페스티벌에 처음 출연했다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무대와 객석을 휘젔고 돌아다녔다. 그는 큰 무대 위, 관객이 있을 때 빛나는 가수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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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은 진정 자유로운 아티스트였다. 그는 그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렀다. 앨범의 수록곡부터 최근의 곡까지, 그의 곡선정부터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곡 선정뿐만 아니라 그가 하는 말에서도 이승윤만의 자존감을 볼 수 있었다.

 

청춘 페스티벌에선 무대와 함께 강연도 진행된다. 이승윤은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는 '이승윤 강연 1강. 환불을 잘해주자'라는 행사 관계자가 듣기에 껄끄러운 말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한 시스템이 정해준 틀 안에서 생각하지 않고, 시스템 밖에서 큰 그림을 보았다. 강연을 해야 하는 무대에선 강연을 하기보단 지금의 이 강연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제가 무슨 말을 합니까. 각자의 삶을 살고 계신, 각자의 무게를 감당하고 계신 분들한테 제가 무슨 말을 합니까. 그냥 응원하고 고생이 많으시다 하는 말밖에 업죠."

 

"앞에 분들이 말씀을 많이 하셨겠죠. 좋은 말씀 많이 하셨을 텐데, 새겨들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로새기면서 집에 가시면 될 것 같고요. 제가 굳이 말씀을 보태자면 새겨듣되, 흘려들으세요. 남들이 하는 말들은 새겨듣되, 걸러듣고, 흘려듣고, 살다가 한 번씩 이런 지혜가 필요하겠다 싶을 때 써먹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좋아. 결국에 이게 마케팅의 수단이 돼서 그 말이 정점에 이른 거죠. 마케팅의 간택을 받은 순간 그 슬로건은 막바지입니다. '오히려 좋아'란 말은 여러분을 다독이기로 했던 말이겠지만 이제 남들이 할 거예요. 하나도 안 좋은 일 시키면서 '오히려 좋아' 써먹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 분들의 말씀도 걸러들으세요. (...)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유별난 존재가 될 순 없어요. 다 그 여러 가지 언어들을 재조합해서 개인이 되는 건데, 아주 특별하진 않더라도 그래도 고유한 하나의 방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어른이 됐을 때 그 언어를 강요하지 않는 어른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런 점이 오히려 좋지 않나."

 

그날의 이승윤은 정말 이승윤다웠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고 당연하다 여기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해주었고, 진정 자유롭게 사는 법을 알려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될 순 없지만 고유한 존재가 되라는 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허황되지도 않고 무책임한 격언도 아닌, 진정성 있는 메시지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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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함께 반응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3년 만에 온 페스티벌에서 함께 떼창을 할 땐 뭉클한 맘까지 들었다.

 

떼창을 할 때 그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잠시 가만히 서서 그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가수의 음악소리, 가수와 함께 부르는 관객들의 노랫소리, 박자에 따라 좌우로 움직이는 수천 관객들의 팔. 그리고 서늘한 밤바람과 관객들의 뜨거운 공기가 느껴졌다.

 

음악에 둘러싸이는 것, 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에 반응하는 것. 그 분위기를 피부로 직접 맞닿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떼창 속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핸드사인과 환호성으로 가수 혼자만이 아닌,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와 공연이 너무 좋았다. 


서로의 숨결과 목소리, 예술가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현장의 그 생생한 감동은, 짜릿한 감동은 현장의 무대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특정한 날에 인원이 몰려 운영에 있어서 차질이 있었다. 완벽한 페스티벌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풍류와 여유를 가득 느끼고 와서 행복했다. 다양한 공연과 무대로 아티스트와 관객이 만나는 접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청춘들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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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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