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셸 우엘벡, 오늘날의 대표 작가 [도서/문학]

글 입력 2022.06.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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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 (Michel Houellebecq)은 프랑스 국적의 작가로, 1985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1994년에 나온 첫 장편소설 <투쟁 영역의 확장>을 시작으로 그의 유명 작품은 대부분 소설이다. 국내에도 그의 두 번째 소설 <플랫폼>부터 번역돼 소개됐다.

 

오늘은 미셸 우엘벡을 통해 지난번에도 털어놨던 '고백(告白)의 모티프'와 함께 그의 작품세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덧붙여 미셸 우엘벡에 대한 애정과 추앙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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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과 고백의 모티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셸 우엘벡을 알게 됐다. 그의 작품 <플랫폼> 속 한 대목 ‘살다 보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도 있고 특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Tout peut arriver dans la vie, et surtout rien. / Anything can happen in life, especially nothing.)’를 우연히 듣게 된 날이었다. 자기 전까지 한참을 이 문장에 대해 생각하다가 충동적으로 책을 주문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 후론 그의 책을 모조리 읽었다. 늘 갈구하던 ‘고백(告白)’의 모티프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백이란, 연인 간의 속삭임을 말하기보단, 사전적 정의 그대로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춰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함'을 뜻한다. 특히 그 솔직함이 너무 지나쳐서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구하는 형태를 띨 때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조금 변태 같다는 걸 잘 알지만, 원래 예술이 가진 목적 중 하나가 마음의 해소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그렇기 때문에, 지난번 기사와 같이 찌질한 행동이나 속에만 담아둘 법한 말을 그대로 구현하고자 노력한 작가와 작품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취향은 종종 남들 앞에서 떳떳이 밝힐 수 없는 것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미셸 우엘벡의 작품이 바로 그렇다.

 

미셸 우엘벡은 <투쟁 영역의 확장>에서 서양의 자유주의로 인해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성적(性的) 영역에서도 투쟁에 내몰린 현대인의 삶을 그린다. 이는 작가 국적인 프랑스의 68혁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서구사회가 성을 더 이상 금기의 영역에 두지 않는 시기를 생성해내고 나타난 새로운 사회문제를 말하는데, 자유로운 성 풍속은 진정한 사랑과 진실한 유대의 가치를 파괴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러한 현대인의 성적 투쟁을 적나라한 문체로 표현해 꼬집는 것이 <투쟁 영역의 확장> 부로 미셸 우엘벡의 꾸준한 작품 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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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성적 투쟁이라는 주제에서 보다시피 성적 묘사가 불가피하다. 한데 미셸 우엘벡의 작품은 유독 그 수위가 꽤 높아서 현대예술의 낡은 논쟁- ‘예술과 외설의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최근에 출판된 에세이 두 권을 제외하고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저서 전부를 소장한 애독자인 나도 읽을 때마다 늘 당혹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러한 표현 방식이 그의 작품세계를 모조리 설명한다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셸 우엘벡은 <지도와 영토>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문학적 가치를 확실하게 인정받은 작가다. 이는 결국 그의 작품세계가 단순히 자극적으로 구성된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 앞서 썼듯 고백의 모티프를 다루기 위해 더 나아가 자신이 주창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쏟아내기 위해 그러한 문체를 활용했음을 뒷받침한다.

 

 

  

미셸 우엘벡이 말하는 ‘사랑’의 가치



하지만, 미셸 우엘벡의 작품세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다. 미셸 우엘벡이 토해내는 ‘사랑’은 현대인의 성적 투쟁에 어울리는 에로틱의 사랑, 그러니까 육체적 열정을 동반한 로맨스로 귀결되는 두 인물 간의 사랑이 아니라, 진정한 유대를 바탕으로 한 관계 맺음을 말한다.

 

그의 작품 <소립자>에서 부모님이 이혼한 쌍둥이 형제 미셸과 브뤼노를 예로 들어보자. 미셸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버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첫사랑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한다. 그렇게 평생을 바친 연구가 끝맺어지고, 주위를 둘러보니 제 곁에 연인은커녕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느껴보지 못했다는 데에서 더는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스스로 실종된다. 반대로 브뤼노는 부모님의 이혼을 통해 ‘관계의 회의’를 느껴 성적 쾌락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태만이 사랑이라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평생 성적 흥분을 쫓는 데에만 쏟다가 결국엔 병을 얻어 성 기능이 불가능한 상태로 죽어간다.

 

이러한 파멸이 어쩌면 너무 평면적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애정 없는 성행위를 추구하고 법적으로 결합한 관계의 파탄을 보고 자란, 즉 서구사회의 성적 자유주의로 인해 진정한 사랑과 진실한 유대라는 가치가 파괴된 상황- 미셸 우엘벡의 문제의식에서 태어난 자식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셸 우엘벡은 <소립자>를 통해 삶이란 (누군가에겐) 본디 어떠한 목적도 의미도 없이 무(無)의 상태이며, 쌍둥이 형제를 통해 그러한 상태를 지속했을 경우의 결말을 보여주고, 그들이 무시한 자신들의 결핍- ‘사랑'을 다시금 되새겨보도록 한다. 하지만 이건 진부하게 ‘사랑 없는 결혼을 하거나 성적 자극에 휩쓸려 살면 안 돼’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어지는 작품 <플랫폼>을 통해 그 까닭을 살펴보자면, <플랫폼>의 주인공 미셸은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에 떠난 여행에서 발레리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됐던 문장- 전술한 그 문장에 이어 ‘… 그렇지만 이번만은 내 생애에 무슨 일이 생겼다. 다시 말해 내게 애인이 생겼고 그녀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발레리를 잃고 만다. 이때 미셸은 안정적인 직장과 자신이 일군 부를 내려놓고 발레리를 처음 알게 됐던 여행지로 향한다. 그리곤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세상을 산다. … 사랑에 대해서는 … 나는 이제 확신한다. 내게 발레리는 찬란한 예외였을 뿐이라고.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고, 그것을 매우 신중하게 자신의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에 속했다. 그 일은 참으로 신비가 아닐 수 없다. 그 속에는 행복과 솔직함과 기쁨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만일 내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하고 말한다.

 

이처럼 미셸 우엘벡은 소설 속 미셸이 발레리를 얻었을 때 인생에 있어 새로운 계획과 희망이 생겨났다가 그녀를 잃은 순간엔 어떤 좌절과 추락을 경험하는지 묘사하며 ‘사랑’의 가치를 토로한다. 이번에도 역시 인물의 삶이 무가치한지를 따지지도, 삶이 피폐할 땐 취미 생활을 만들어보라는 등의 해결방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오롯이 화자 시점에서 한 인물의 인생을 풀어나갈 뿐이다.

 

그저 미셸이라는 서구사회 아울러 현대사회의 거울을 두고, 인생은 원래 아무런 의미도 들어있지 않지만, ‘사랑’이라는 진정한 유대를 실천한다면 진실로 자신의 삶을 이룩할 수 있기에,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연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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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는 말



미셸 우엘벡의 문제 제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욱 발전한다. 그의 작품 <복종>에서는 갈수록 삭막해지는 오늘날, 각자 마음을 다한 ‘사랑’을 실천하는 대신 극단적으로 이 세상에 유대와 관계를 강제할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다. 또한 <세로토닌>도 중산층 현대인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우울을 어떻게 관계하며 해석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이렇듯 미셸 우엘벡이 우리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성(性)을 토대로 우리사회의 궁극적인 결핍- 사랑을 연계해 현실을 건조하게 직시한다는 점에서 현대에 가장 필요한 고발자가 아닐까 싶다. 더욱이 그것을 우습게 조롱하고 날카롭게 비판하지 않고, 해결책을 자기 계발이나 이성적 치료로 제안하지 않으며, 오로지 인간과 사회의 근원이자 결핍인 성과 사랑의 간극으로 살핀다는 점에서 역시 우리시대의 대표 작가라 불리기에 충분한 자격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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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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