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온 마음을 담아 전하는 사랑의 이야기 - '렌트' 이지연 배우

글 입력 2023.12.20 13: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3뮤지컬렌트] 포스터.jpg

 

 

어김없이 연말이 돌아왔다. 12월이 되면 캐롤도 좋지만, 뮤지컬 <렌트>의 대표적인 넘버 ‘Seasons Of Love’의 ‘How do you measure a year in the life?’라는 가사를 들으며 한 해를 무엇으로 기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곤 한다. 각자 청춘을 뜨겁게 살아가는 <렌트>의 인물들을 떠올리면 내 주변 사람들은 연말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11월 11일부터 공연하는 <렌트>에서 ‘미미’ 역을 맡아 연기 중인 배우 이지연은 2023년의 끝자락에서 예전부터 간절하게 꿈꾸던 시간을 살아가는 중이다. 오랫동안 <렌트>에 참여하기를 꿈꿔왔기에 무대 위 1분 1초가 소중하다. 그에게 올 한 해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렌트>에 담긴 모든 사랑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배우, 이지연을 만났다.

 

 

[2023뮤지컬렌트] 미미 이지연_개인컨셉 (3).jpg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무대 위에서 미미로 존재하는 1분 1초가

다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고 얘기하고 다녀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생 무대 위에 있고 싶은 3년 차 배우 이지연입니다. 앞으로 뮤지컬 할 날이 많은 배우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지금은 <렌트>의 미미 역에 한창 집중하고 있습니다.

 

 

<렌트>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는지도 듣고 싶어요.


예전부터 <렌트>는 꼭 참여해보고 싶은 공연 중 하나였어요. 3년 전에는 관객으로 <렌트>를 보며 미미를 연기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미미가 발차기를 하며 ‘Out Tonight’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내가 ‘과연 저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와 ‘꼭 저 역할을 하고 싶다’ 사이를 오갔죠. 

 

그러다 2022년 <렌트> 재공연 소식을 듣고 비공개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공연 두 개를 하고 있었는데 틈날 때마다 연습실에 가서 오디션 연습을 했어요. 혼을 다 쏟아 넣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 정말 간절했거든요.

 

 

<렌트>에 그렇게 간절히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는요?


1년의 시간 즉 52만 5600분을 사랑으로 잴 수 있고, 우리에겐 오직 오늘뿐이니 지금 서로 사랑하자는 <렌트>의 메시지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또 작가인 조나단 라슨을 존경해요. 학교에서 <틱,틱...붐!>을 공연하며 조나단 라슨을 더 깊게 알게 되었는데, 조나단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꿈의 무대에 오르게 된 셈인데. 한창 공연 중인 요즘 소감은 어떠신지요.


공연 중인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무대 위에서 미미로 존재하는 1분 1초가 다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고 얘기하고 다녀요. 주변 사람들 역시 제 표정만 봐도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던 때도 생생해요. 몸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리고 같이 펑펑 울었어요. 제가 엄마에게 전화해 합격 소식을 알리는 장면, 미미 역으로 인터뷰를 하는 장면 모두 미미를 꿈꾸며 한 번쯤은 상상해봤던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참 감격스럽습니다.

 

 

[2023뮤지컬렌트] 미미 이지연_프로필.jpg

 

 

“그 말을 듣고 저와 반대되는 면을 계속 끄집어내려고 했죠.

더 당차고 더 강하고 진짜 오늘만 사는 그 모습이요.”


 

3년 전 <렌트>를 볼 때부터 미미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이 캐릭터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는지도 궁금해요.


미미의 적극적이고 눈치 보지 않는 모습과 당찬 성격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닮고 싶지만 제게는 없는 성격이라 더 그랬죠. 자꾸 자신을 피하려는 로저 집에 찾아가 오늘뿐이라고 당차게 말하고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장면에서 미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나요. 저도 한 번쯤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실제로 연습을 하시면서 어떤 미미를 만들어 가셨는지, 그 과정도 궁금합니다.


미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지만, 어딜 가나 남자들에게 환영받아 왔고 본인도 그걸 알아서 늘 당당해요. 연습하다가 생각이 깊어질 때면 연출님이 미미는 그렇게 깊게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를 자주 하셨어요. 미미는 일자로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조건 짝다리 짚고 서 있는 인물, 의자에 앉을 때도 다른 사람 눈 의식하느라 다리를 오므리는 법 없는 인물이라면서요.


미미일 때만큼은 제가 가진 착한 모습을 다 내려두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와 반대되는 면을 계속 끄집어내려고 했죠. 더 당차고 더 강하고 진짜 오늘만 사는 그 모습이요.

 

 

그럼 ‘미미를 연기하기 위해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게 있을까요?


저는 운동화를 즐겨 신는데, 미미 역을 맡으면서부터는 연습실에 매번 힐을 신고 갔어요. 안 신던 걸 신으니 허리가 아프더라고요. (웃음) 일부러 딱 달라붙거나 노출이 약간 있는 옷을 입기도 했죠. 그렇게 했을 때 확실히 미미의 성격을 더 잘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시간이 배우님에게 미친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안 입던 옷까지 입고 저와 다른 성격의 인물을 표현하는 게 어렵고 어색했는데, 그럴 때마다 같이 연습하는 언니들이 “괜찮아 너 미미야!”라고 말해줬어요. 그렇게 연습과 공연을 계속하다 보니 저도 저 자신의 틀을 깨고 더 자유로워진 걸 느껴요. 미미가 참 고마운 존재죠.

 

 

[2023뮤지컬렌트] 미미 이지연_개인컨셉 (1).jpg

 

 

“순간순간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을 살아왔어요.

제 청춘은 가족, 친구, 사랑, 뮤지컬 이 4개 키워드로 요약되거든요.”

 


또 연습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조나단 라슨은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을 집에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었다고 해요. 저희 연출님도 그 전통을 따라 식사 자리를 마련해 저희를 모두 초대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 다 같이 감사한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제안을 주셔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3시간 가까이 대화를 했어요.


저도 평소 혼자서 감사일기를 자주 쓰지만, 다른 사람과 일부러 감사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쉽지 않잖아요. 연출님이 그런 자리를 마련해준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보니 어느덧 다들 울고 있더라고요. 꼭 슬퍼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고 공감이 되어서 나오는 눈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렌트> 팀원들 간에 신뢰가 쌓였고, 작품에 애정도 깊어졌어요.

 

 

<렌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 또는 장면을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너무 많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Another Day’요. 이 넘버를 객석에서 보면 로저가 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미미를 밀어내요. 미미에게 끌리면서도 “오늘은 아니야, 다음에 다음에.” 라면서요. 로저는 애인의 죽음을 겪었고 본인도 에이즈에 걸렸기에 미미와의 만남이 두려운 거죠. 우리도 우리가 가진 상처 때문에 가시를 세우다가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잖아요. 로저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보여서 마음도 아프고 답답하기도 해요.


반면 미미는 나도 너처럼 상처가 있지만, 우리에겐 오늘밖에 없다며 밀어붙여요. 보통은 거절당해 상처를 받으면 그냥 돌아서기 마련인데 미미는 개의치 않아요. 나도 상처 있고 너도 상처 있는 걸 알지만, 우리에겐 오늘밖에 없으니 일단 나와서 만나자는 입장이죠. 그 상반된 태도와 두 사람의 대립 구도를 정말 좋아해요.


<렌트>를 얘기하며 ‘Seasons Of Love’도 빼먹을 수 없죠. 워낙 유명한 곡이지만 실제 공연을 하며 훨씬 더 많은 걸 느껴요. 가사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귀해요. 이 넘버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랑 눈을 마주치는데, 우는 분도 많고 공감하는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분도 많아요. 그럴 때면 관객분들도 저희와 소통하고 있다는 게 잘 느껴져서 감격스럽고 행복합니다.


 

이제 정말 연말이잖아요. ‘Seasons Of Love’ 이야기가 나오니, 배우님은 무엇으로 2023년을 기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2023년은 뮤지컬을 시작하고 제일 바쁜 해였어요. 쉴 틈 없이 계속 공연을 했거든요. 또 저에겐 깊은 감정으로 기억될 한 해였기도 해요. 사실 작년 여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모든 게 다 아버지와 연결되더라고요. 가족을 비롯해 사람과의 관계가 더 소중해지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무대에 설 때,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제 마음까지 담아 관객분들에게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던 한 해입니다.

 


[2023뮤지컬렌트] Without You_미미(이지연).jpg

 

 

“그 모든 이야기가 결국에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그 순간에 함께 계셨으면 해요.”

 


<렌트>는 1990년대 뉴욕에 사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니까 2023년 한국과는 정서가 다른 부분도 많아요. 그럼에도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렌트>에는 여러 인물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로저와 미미, 콜린스와 엔젤, 조앤과 모린 세 커플을 중심으로 사랑과 갈등, 죽음과 화해의 과정을 그리죠. 그 모든 게 결국엔 사랑으로 수렴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 같아요. 처음엔 이야기의 배경이나 인물 설정이 낯설 수 있지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말씀하셨듯 <렌트>는 청춘과 사랑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배우님은 현실에서 어떤 청춘을 살고 계신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뜨겁게 노는 청춘은 아닌 것 같아요. ‘유교걸’에 가까워서… (웃음) 그래서 더 미미를 표현하기 어렵기도 했고요. 대신 순간순간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을 살아왔어요. 제 청춘은 가족, 친구, 사랑, 뮤지컬 이 4개 키워드로 요약되거든요. 입시할 때는 입시에 열정을 불태웠고,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던 시기도 있었죠. 가족과 친구, 사랑을 위해서도 뜨거웠어요. 뜨거운 청춘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제 청춘도 충분히 뜨거운 것 같아요. 

 

 

인터뷰를 시작하며 평생 무대에 서고 싶은 배우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셨는데,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에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있는 매 순간 진심을 다하고 싶어요. 그런 제 마음이 관객분들한테 전달되는 걸 볼 때, 저는 살아갈 힘을 얻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연구하면서 이지연이라는 사람의 틀을 많이 깨고 그릇을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제 세상도 그만큼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연말 연초 <렌트>를 보러 오는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 상처를 받고 그걸 계기로 성장한 분도, 아직 힘들어하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렌트>에는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와요.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자유를 찾고자 하는지 와서 직접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가 결국에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그 순간에 함께 계셨으면 해요.


또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렌트>에서 진심을 다해 사랑의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으니까요. 함께 소통하고 가셔서 연말과 연초를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김소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