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름 없는 Z들, Z를 말하다 - '너의 불안에 관하여' 송지민 작가

글 입력 2023.11.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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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에나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에 의해 타자화되어 왔다.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은 ‘희한한 것’으로 치부되며 미디어 속에서 희화화되곤 한다.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몇몇 이미지가 청년 세대 전체를 함부로 정의해 버리기도 한다. 청년 세대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 말하는 'MZ세대 썰'은 넘쳐나는데, 정작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가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아가는지 그 목소리를 직접 듣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청년 세대에 속하는 송지민 작가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통해 같은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이들은 이름을 밝히는 대신 “인생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과정과 결과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요즘 사람들’이라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와 같은 질문에 진지하게 답했다. 세대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명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인터뷰들이 쌓이자 결과적으로 오늘날 청년 세대의 솔직한 심정을 담게 되었다.


그중 14명의 이야기가 모여 『너의 불안에 관하여』로 출간되었다. 거의 편집되지 않은 날것의 대화가 매력적인 책이다. 약 4년간 진행된 프로젝트는 송지민 작가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하던 이를 직접 만나 이번에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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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그냥 만나는 걸 넘어서 그들의 속마음과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깊은 이야기까지 들어보고 싶어졌고, 

인터뷰라는 형식을 떠올렸어요.” 

 


작가님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송지민입니다. 지난 몇 년간 진행한 인터뷰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최근 『너의 불안에 관하여』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지금은 이것저것 다른 프로젝트와 함께 개인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근간이 된 인터뷰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들려주세요.

 

재수를 했는데, 수험생으로 2년을 보내며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려워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나중에는 사람들과 그냥 만나는 걸 넘어서 그들의 속마음과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깊은 이야기까지 들어보고 싶어졌고, 인터뷰라는 형식을 떠올렸어요. 어찌 보면 이 프로젝트는 대단한 명분이 아니라 이러한 저의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요. (웃음)

 

 

책에 나온 인터뷰이들은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데, 인터뷰이 모집은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사용하는 SNS에 인터뷰이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어요. 인터뷰이 조건에 제약을 뒀던 건 아니지만, 모집글을 보는 분들이 대부분 제 SNS 이웃이나 팔로워다 보니 아무래도 제 또래의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놀랐어요. 

 

 

그분들은 왜 인터뷰에 응하셨고, 어떤 소감을 들려주셨는지도 궁금해요. 


단순히 심심해서, 외로워서인 사람도 있었고 저랑 인터넷 상에서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 실제로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는 분도 계셨죠.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이렇게 인터뷰를 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고, 자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얘기하게 돼서 되게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소감이 대부분이었어요.

 

 

SNS를 보고 연락했다는 것 외에는 인터뷰이에 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질문지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처음에는 인터뷰 결과를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었기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질문을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다른 사람 눈을 너무 의식하니까 오히려 제 처음 목적,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는 목적과는 멀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제 개인적인 궁금증, 평소 많이 하던 생각 위주로 질문을 준비했어요. ‘본인 인생에서 최초의 기억은 어떤 것이었나요?’ 같은 거였죠. 

 

 

그중 특히 마음에 드는 질문이 있었나요?


“‘요즘 사람들’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라는 질문이요. 사람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자신의 깊은 생각을 들려주시더라고요. ‘요즘 사람’이라는 단어에 본인을 투사해보면서 스스로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까지 좀 더 쉽게 들려주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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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야 더 생동감 있고 실제로 대화하는 느낌이 들면서 

인터뷰이의 말이 독자에게 더 생생하게 전달될 거라 생각했어요.” 

 


책을 만들면서 인터뷰 내용을 거의 편집하지 않고 최대한 인터뷰에서 나눈 대화를 있는 그대로 실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예상이 맞나요?

 

맞아요. 특정한 주제 없이 무작위로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낸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인터뷰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야 더 생동감 있고 실제로 대화하는 느낌이 들면서 인터뷰이의 말이 독자에게 더 생생하게 전달될 거라 생각했어요. 책이라고 일부러 많은 걸 바꾸고 싶진 않았어요. 

 

 

인터뷰이가 인터뷰에서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인터뷰어 역량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작가님이 솔직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키워드로 한번 얘기해 보자면 ‘친근함’과 ‘약간의 투박함’ 덕인 것 같아요.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편하게 대화하고자 하다 보니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가벼운 이야기부터 주고받고, 다소 거친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제가 ‘인터뷰어’라는 틀 안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면 인터뷰이에게서 저절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책을 만들며 인터뷰이분들과는 오랜만에 연락을 하셨을 것 같아요. 반응이 어땠나요?


출간 전 허락을 받아야 했기에 한 분씩 다 연락을 드렸어요. 그중 어떤 분은 원고를 보시고 나서 그동안 본인이 많이 변한 줄 알았는데 자기 자신은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좋았다고 하셨어요. 3년 전에 했던 인터뷰를 보고 자신의 변치 않는 어떤 부분을 확인한 셈이죠. 그 말이 기억에 남아요.

 

 

작가님은 어떠세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가님이 새롭게 하게 된 생각이 있는지, 작가님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욕망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은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참 대단했다 싶어요. (웃음) 그렇게 무작정 인터뷰를 하다니… 그 시기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덕분에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렇게 작업을 해봤던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인터뷰를 하며 느낀 것도 많아요. 일단 모든 인연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고요. 두 번째로는 사람은 거리를 둘 때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같은 또래고 공감대도 비슷하니까 인터뷰이와 지인이 되거나 친구가 된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랬을 때 당연하게도 인터뷰에서는 알지 못하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게 힘들 때도 있더라고요. 어떤 관계는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게 오히려 더 잘 교류하는 법일 수도 있겠다는 걸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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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저는 불안을 적극적으로 완전히 없앤다기보다 

불안과 공생한다는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책에서는 꼭 불안에 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제목을 ‘너의 불안에 관하여’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불안이라고 생각해요. 타자에 대한 불안, 금전적 여유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많은 사람이 삶에서 중요하게 느끼는 감정이고, 마음속에서 무겁게 자리 잡은 감정 중 하나가 불안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인터뷰이의 문장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불안을 읽어낼 수 있었어요. 각각의 인터뷰이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불안은 늘 빠지지 않는 키워드였죠. 조금 오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현대 젊은이들의 고충을 간단하게나마 요약해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의 불안에 관하여’로 제목을 정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죠. 작가님은 불안을 어떻게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는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이게 최선인진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포기를 했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부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려놓고 모든 걸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했을 때 제가 부족한 부분이 더 잘 보이기도 하고요. 

 

지금의 저는 불안을 적극적으로 완전히 없앤다기보다 불안과 공생한다는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불안한 분들에게 팁을 하나 드리자면, 왜 불안한지 생각해보고, 그걸 구체화해보면 좋겠어요. 저는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불안감이 해소가 되는 것 같았어요. 너무 불안할 때는 불안에게 질문을 던져 보세요. “왜?”라고요.

 

 

특히 젊은 세대에게 불안은 떼어놓을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대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은데요, 청년 세대 당사자인 작가님은 작가님이 속한 이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터뷰를 하며 느낀 점이 궁금해요.

 

인터뷰를 하며 느꼈던 점은 우리 세대가 생각보다 진중하고 열심히 삶의 자세를 고민한다는 거예요. 본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사회에 관한 이야기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나가는 걸 들으며 통찰력이 있다고 느꼈죠. 또 우리 세대가 생각보다 많이 아프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삶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인터뷰를 하며 유난히 경험하지 않아도 될 고통까지 겪는 분들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개인으로 존재하는 게 익숙하면서도 집단 속에 속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세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류 사회에서 이탈되고 싶은 마음과 이탈되고 싶지 않은 마음, ‘정상적’이라 여겨지는 삶을 살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그 정상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고 느꼈습니다.

 

 

여러 인터뷰를 진행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말 한마디나 순간이 있을까요?

 

염색을 하고 싶은데 어머니께서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 인터뷰이가 있었어요. 그 모습만 떼어놓고 보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요즘 MZ 세대의 미성숙하고 감정적인 모습과 겹치죠. 하지만 인터뷰를 하며 앞뒤 맥락을 아는 저는 그 눈물이 전혀 갑작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였죠. 그때 일을 계기로 어떤 단면이나 순간만을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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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단단하고 뚜렷한 사물이 되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휩쓸리지 않는 본인만의 생각을 가진 하나의 주체가 되자고요.

억지로라도 그렇게 생각을 해보자고요.“ 

 


인터뷰를 하면서 작가님이 느낀 인터뷰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뻔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 만나거나 어떤 삶을 사는지 전혀 모르던 타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요. 인터뷰를 하면 매번 새로운 공간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느낌도 들고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인터뷰’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연스러운 인터뷰가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민감한 이야기를 억지로 캐내려다 보면 원하는 대답도 얻지 못하고 상처만 남는 인터뷰가 될 수 있어요.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자연스럽게 진솔한 대화가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좋은 인터뷰가 되는 것 같아요.

 

적절한 텐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너무 과하게 무기력하거나 반대로 과하게 활기차면 인터뷰이가 갈피를 잡기 어려워하더라고요. 적당히 친근하면서도 약간은 투박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인터뷰가 탄생한다고 봐요.

 

 

앞으로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중이에요. 19살 때부터 썼던 걸 모아보니 900개 정도 되더라고요. 글을 다시 읽으며 저는 외로움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창 글을 쓰던 20대 초반 저는 참 외로웠고,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그게 쌓여 글이 되었습니다. 그때만의 감성을 가진, 그때만 쓸 수 있었던 그 글들을 모아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어요.

 

음악하는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뮤비를 촬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지금은 기획으로 참가하는데, 나중에는 제 음악을 만들어 그 음악을 위한 뮤비를 직접 촬영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또 아르바이트 형태지만 모델로도 활동할 계획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볼 비슷한 또래의 독자분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인생의 정답이나 이상향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 안에서 스스로가 탈락한 사람,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배경의 일부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단단하고 뚜렷한 사물이 되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휩쓸리지 않는 본인만의 생각을 가진 하나의 주체가 되자고요. 억지로라도 그렇게 생각을 해보자고요. 

 

저도 살아가며 제 인생에 굴곡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와서 보니 모든 것은 어떻게든 지나가더라고요. 제가 노력을 하건 안 하건요.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청년들한테 그 얘기를 전하고 싶어요.

 

 

*사진제공: 송지민 작가 본인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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