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히토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6.0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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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가 개최된다. 현실로 재편된 데이터 사회를 성찰적으로 바라보며,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 시각성에 대해 사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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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완료 : 벨란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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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 조르기 가고 가고시체, 밀로쉬 트라킬로비치의 렉쳐 퍼포먼스가 세 개의 스크린 위에 담겨있다. 패션쇼의 런웨이로 연출된 무대위에서 명품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를 통해 지난 30여 년 간 유럽의 사회와 정치, 문화 변동을 고찰한다.

 

발렌시아가 수석 디자이너 뎀나 바질리아는 옛 소련 연방의 조지아 난민 출신으로, 동구권 붕괴 이후 서유럽으로 넘어왔다. 발렌시아가로 들어오기 전 만들었던 패션 브랜드인 ‘베트멍’은 마케팅 전략으로 인터넷 밈을 미끼로 취했다. SNS 유저는 자발적으로 밈을 활용하며 트렌드가 생산된다. 소셜 네트워크 속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으로 패션 데이터가 작동된다. 이를 슈타이얼은 ‘발렌시아가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전략은 패션을 너머 기술, 자본, 권력, 정치 영역으로 확대된다. 디지털 세상이 현실의 세상을 위협하기 시작한 지금,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벨란시지 미션은 완료된 걸까?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조정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환되는 정보 및 이미지 생산과 데이터 재현 배후의 여러 맥락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안 보여주기 :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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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감시카메라, 인공위성 등이 도처에 널려있어 사적, 공적 데이터가 수집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기반 세상에 우리를 안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빅데이터와 빅브라더 지배 하에 존재를 숨기고 사라지는 것이 가능할까?

 

데이터 사회 속에서 세상과 인간을 인식하는 기준은 시각이 아닌 기계이다. 디지털 시각장에서 가시성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해상도이다. 픽셀보다 작거나 혹은 중요한 데이터로 필터링 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다. 저화질 데이터 이미지는 “빈곤한 이미지”로 명명된다.

 

작가는 디지털 공간의 시각적 감시에 대항해 사라지고,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카메라에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시야에서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이미지가 되는 방법,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계에 병합됨으로써 안보이게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Hell Yeah We Fuck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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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제목은 2010년부터 5년 간 빌보드 차트에 오른 노래 중 가장 많이 사용된 다섯 개의 단어로 조합된 것이다. 빌보드 노래 제목과 터키와 쿠르드족의 전쟁, 재난 구조용 로봇 제작 과정에 내제된 폭력성이 담긴 장면을 함께 두며, 대중문화 속 ‘지옥’, ‘죽음’의 언어에 각인된 기술과 전쟁 사이 내적 연관성을 암시한다.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균형 및 복원력 증강 훈련 중 끊임없는 발길질과 가격을 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기술의 진보 속 발생할 수 있는 폭력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터키 남동부 도시 디야르바르크는 터키와 쿠르드족 간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져 있다. 이 곳 아이들은 애플 기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시리(Siri)’에게 로봇이 인간을 구할 수 있는지 묻는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면세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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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ty’라는 영어 단어에는 의무와 과세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시리아 국립박물관 재건 계획이 정권에 대한 시위 및 내전으로 취소되고, 터키의 디야르바크르 시립미술관이 난민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과거 국가미술관은 국가에게 있었다. 시공간이 해체되고 국경과 민족에 대한 경계가 불안정할 때 민족을 대표하는 공적 미술관이 맡아야 하는 새로운 의무는 무엇인가?

 

공통의 안정적 지반이 무너진 특수한 사회적 지형 가운데 미술관의 새로운 물리적 영토와 데이터적 지반에 새로운 동시대 미술관이 등장하였다. 바로, 면세(duty free) 구역에 위치한 자유항 미술품 수장고. 스위스 제네바와 같이 주권이 중첩되거나 국가 권할권이 자발적으로 붕괴된 곳에 마련된다. 인터넷 시대 속 비밀 미술관은 일종의 다크 웹에 해당해 내부 이동 추적이 어렵고 데이터 공간이 불투명하다.

 

미술관은 힘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미술관은 전쟁터인가? 지구 내전, 불평등의 증가, 독점 디지털 기술로 명명되는 시대,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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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나혜민
    • 잘 읽었습니다. 전시보기전에 한번더 생각하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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